[예.망.주]는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가 점점 좁아지고, 예능 샛별을 발견할 기회가 점점 적어지는 요즘 차세대 '예능 유망주'를 찾아보는 인터뷰입니다. 코미디언을 비롯해 게스트로 활약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화제의 인물까지, 예능 새싹을 만나 볼 계획입니다.
▷ 이번 '예망주' 주인공은 '개그콘서트'의 '캐릭터 부자' 개그맨 이세진입니다.
인기가 예전만은 못하다지만 대한민국 코미디계에서 '개그콘서트'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거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한 지상파 코미디쇼의 마지막 보루이자 신인 발굴의 장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특히 이세진이라는 걸출한 신인 개그맨을 건져 올려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힙합의 신'의 홍보 래퍼부터 '1대1' 이병원, '연기돌' 사영수, '장스타ent' 짠티 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잇따라 선보이며 개그 불모지 속에서도 당당히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김준호, 김대희, 김준현, 박나래 등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 선배들이 꼽은 유망주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선배들에게도 인정 받았다.
"좋게 봐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요. 반면 부담과 책임감도 들어요. 세대교체가 되는 중간에 서 있는거 같아요. '개콘'이 예전에 스타 배출하고 시청률 잘 나오고 영광스러운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잖아요. 제가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벤치마킹해 왔는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 제 후배들이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KBS에서는 아직 5년차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앞으로 신인 중에 스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그는 본받고 싶은 선배 코미디언으로, KBS 공채 선배이자 한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김준호와 박나래를 꼽았다.
"박나래 선배님은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인 거 같아요. 뭘 하나 하더라도 똑부러지게 하는 에너지랑 추진력을 본 받아고 싶어요. 김준호 선배님은 단지 개인의 성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느껴져요. 코미디 페스티벌을 하시는 것도 그렇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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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은 최근 '개그콘서트'의 꽃으로 불리는 '봉숭아 학당' 코너에 '믹세진' 캐릭터로 첫 입성 했다. 내로라 하는 개그맨들의 치열한 캐릭터쇼에 당당하게 투입돼 세대 교체의 포문을 열었다.
"'봉숭아학당'에 입성 기준이 따로 있지는 않은데 그 동안은 복귀하신 선배들 위주로 향수를 자극하는데 주안점을 뒀던거 같아요. 최근에는 신인들 위주로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분위기 같아요. '봉숭아학당'은 스타가 많이 나왔고 저도 개그맨 되기 전부터 좋아했던 코너에요. 사실 전에도 몇 번 도전했는데 퇴짜를 맞았거든요. 강형욱 캐릭터 패러디를 해서 녹화까지 했는데 편집된 적이 있죠. 코너에 합류해 개그를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영광이에요."
이번에 선보인 '믹세진'은 이미 2년전에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김준호 선배님이랑 같이 '진지록'이란 코너를 했었는데, 코너 회의 하던 중에 문득 떠올랐어요. 그래서 '같기도', '꺾기도'를 잇는 3탄 '섞기도'를 해 보면 어떨까란 얘기를 했었죠. 당시에는 비슷한 맥락의 개그가 계속 나왔기에 때가 아닌거 같다고 넘어갔는데, 최근에 새 코너 얘기하다가 그게 다시 생각나서 한 번 시도해 봤죠. 그렇게 서로 다른 말을 섞어서 접목하는 '믹세진'이 탄생하게 됐어요."
힙합의 신, 이병원, 짠티, 믹세진에 이르기까지 이세진은 유독 언어유희 개그에 특화돼 있다.
"제가 예전에 힙합을 했었거든요. 좋아하기도 하고, 가사도 많이 썼는데 라임(운율) 맞추던 습관이 개그에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아, 국어 선생님을 했어야 했을까요? 한글이 참 위대한 거 같아요. 근데 학창시절에 언어영역 점수가 좋진 않았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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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군대 제대 후 2014년 KBS 공채 개그맨 합격 전까지, 음악하는 지인의 제안으로 함께 힙합 음반을 준비 했었다고. 첫 번째 꿈인 개그맨이 되기 위해 잠시 미뤄뒀지만, 두 번째 꿈인 음악에 대한 애정도 아직 뜨겁게 남아 있다.
"음악을 해 보고 싶고,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고, 실제로 준비도 하고 있어요. 만약에 '쇼미더머니7'을 한다고 하면 나갈 의향이 있긴 한데, 코미디 평가 받을 때랑은 또 달라서 엄청 긴장될 거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도 힙합 음악으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세진은 오디션에 강한 스타일이다. "평가와 경쟁이 원동력이 되는거 같다"는 그는 300명 중에 10~15명 뽑는 일명 컬투공채를 통해 개그맨의 길에 들어섰고, KBS 공채도 4번째 도전해 합격했다.
"오디션 인생이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코미디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어요.(웃음) 제가 서울예대를 나왔는데, 개그동아리가 유명해서 지원했거든요. 틴틴파이브, 신동엽, 안재욱, 이영자, 송은이, 이휘재 선배님 등 전부 거기 출신이라서 오디션 봐서 합격했죠. 개그클럽에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201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 중이지만, 실제 이세진의 데뷔는 2007년 SBS '웃찾사'를 통해서다. 중간에 MBC로 활동 무대를 옮겨 '하땅사'에 출연한 적도 있다.
"원래 '웃찾사'에 특채 9기로 갔는데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MBC로 넘어가서 활동했어요. 근데 5개월 후에 '하땅사'마저 종영이 됐죠. 개그는 해야하니까 KBS 공채 시험을 봤어요. 근데 떨어져서 군대를 갔죠. 제대 후 재도전해서 '개콘' 무대에 서게 된거죠. 3사를 두루 거치면서 느낀게 개그 스타일은 달라도 기본적으로로 개그맨들 마인드는 같더라고요. 사소한 대사 하나라도 어떻게 웃길까 고민도 많이 하고 연습도 대사 톤 바꿔가며 계속 하는 모습은 모두 똑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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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인정하는 개그 유망주가 되기까지, 10년동안 한 우물을 파 온 그의 노력이 있었다. 출연하던 방송이 없어지고 공채에 탈락했을 때도, 고등학교 급식고 식판닦기부터 연극 심리치료, 돌잔치 MC 등 각종 알바를 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 해 왔던게 아까웠어요. 어릴 때부터 개그맨을 꿈 꿔 왔고. 혼자 자기 최면을 했던거 같아요. 나는 개그를 잘 하는데, 정말 웃긴 놈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아까울 거 같은데. 조금만 더 있으면 빛을 보겠지...'하고요. 아, 너무 다큐로 가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하하."
선배 코미디언들이 그를 차세대 유망주로 꼽은 이유를 알 듯하다. 단순히 캐릭터가 강렬해서, 웃겨서만은 아닌 듯하다.
"'개콘' 시청률이 예전같지 않으니까 다시 일으키려고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부응해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만약에 '개콘' 마저 없어지면 개그맨이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SBS와 MBC 다 프로그램 없어지는 걸 겪었기 때문에 위기감을 더욱 피부로 느끼고 내가 설 무대에 대한 애착이 커요. 대한민국 코미디를 지켜내고 끌어올려야죠."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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