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 남성들아 이번 설엔 부엌으로 쳐들어가시길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2월 14일 (수요일)
■ 대담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전 의원)
◇ 앵커 곽수종 박사(이하 곽수종)> 연휴가 시작 되어도 즐겁지 않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명절 문화'로 포장된 불평등한 관습,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정치하는 엄마들' 시간은 며느리들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이십니다. 안녕하세요?
◆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이하 장하나)> 네, 안녕하세요.
◇ 곽수종> 장하나 의원도 며느리이시잖아요. 명절 증후군 있으세요?
◆ 장하나> 저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내일모레 설인데도 싫다거나 그런 심정이 들진 않네요.
◇ 곽수종> 명절 문화 속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장하나> 전부죠.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일단 남편의 집 먼저 가는 것, 으레 먼저 가서 전날이든 가서 음식 준비해서 먼저 지내고 친정집에 가게 되죠. 많이 나아져서 당일에 친정으로 이동하는 건 과거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추석 때는 친정 먼저 가고 설에는 시댁 먼저 가는 생각이 당연히 요새 여성이 들 거고요. 제일 또 많이 화가 나는 건 음식 장만하는 거라든가 모든 가사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명절 준비하는데 너무 힘들고. 집집마다 스펙트럼이 다양해요. 그런데도 온라인상 얘기에서 남성들은 술 마시고 취해서 고스톱 치다가 받아먹고, 명절 기간동안 놀고먹고 놀고먹고 소화 안 된다고 있으면 화가 나죠. 그것을 하루에 세 번씩 치웠다, 차렸다하면서. 뭐하고 있는 건가 생각들은 누구나 들 것 같아요.
◇ 곽수종> ‘B급 며느리’라는 영화 보셨나요?
◆ 장하나> 아직 못 봤고 예고편만 봤습니다.
◇ 곽수종> 명절 앞두고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고부갈등을 4년에 걸쳐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하는데요.
◆ 장하나> 다큐멘터리인데 극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실 비현실적이라고 할까요. 강한 여성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죠.
◇ 곽수종> TV에서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나와서 사이좋은 것도 보여주지 않습니까. 우리 며느리는 딸 같은 며느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런 가정도 있겠죠?
◆ 장하나> 네, 정말 딸 같은지, 아니면 딸에게 이럴 수 있느냐, 하든지. 그러겠죠? 딸 같다는 게 정말 좋을 경우와 사람 환장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곽수종> 고부 갈등, 우리나라 예로부터 상당한 것 같은데요. 저도 사실 남편이지 않습니까. 남자이니까요. 그러면 저희 모친과 제 집사람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 입장 정리하기가 힘들어요. 자리를 살짝 떠나버리거든요.
◆ 장하나> 제가 안 그래도 드리고 싶었던 얘기가 그것인데요. 고부갈등의 본질이랄까, 한 번 더 깊게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 부부문제인 것 같아요. 거기에서 남편이 본인의 의견을 피력 안 하죠. 왜냐면 자신의 의견이 부인 배우자와 거슬릴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어머니와 갈등할 수 있어서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처럼 뒤로 비겁한 방관자처럼 빠지는데, 그게 고부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문제이고요. 여성은 남편의 그러한 비겁함을 모르지 않죠. 느끼고 불만들이 커져가고 어떤 많은 고부갈등을 유발하는 문제에서 어머님과 토론과 탁 트여놓은 대화가 아니라 부부간 대화나 입장, 의견 정리가 필요할 때가 많은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 곽수종> 고부갈등의 단초야 여러 가지 정성적 정량적 이유가 있겠지만, 며느리의 의무를 유독 강조하는 우리 오래된 전통에서 출발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장하나> 명절 증후군 얘기도 나오고 내일모레 많은 며느리,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이 발등에 불에 떨어져 있지 않나요.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고 했을 때 사실 최근 40대, 30대 많은 젊은 남편들께서는 그것을 지켜보며 가만히 있지 말고 일어나서 같이 설거지 하면 돼요. 어머니가 너는 하지 말라고 그래도 이건 저도 당연히 왜 먹기만 하냐고, 하겠다고 가면 어느 어머니가 어떤 집에서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안 되고, 아직도 그런 집이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은 그 정도 아니거든요. 그런 문제에서 고부간 갈등으로 남겨놓고 뒤에 남아 있는 게 비겁하다는 점을 말씀 강조드려보고요. 음식 하긴 어렵고 음식의 경우에는 노하우가 필요한데, 설거지 정도는 이번 설에 설거지는 남성이, ‘설남’ 이렇게. 설거지는 남성께서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형제들이랄까 다른 남성들에게 같이 하자고 나오시는 분들이 많으면 좋겠네요.
◇ 곽수종> 제 작가님에게도 한 번 말씀드린 적 있어요. 대학 졸업할 때 학부졸업 논문 제목이 대한민국 여성 가사노동의 GDP 계상이라는 제목으로 했어요. 제가 무엇을 알겠습니다만, 어설프게 해보다 보니 우리나라 GDP 제 기억이 맞으면 14% 정도가 가사노동으로 들어간다는 게 나왔거든요.
◆ 장하나> 그 관점으로 논문을 쓰시기 시작한 것 자체가 반가운 얘기네요.
◇ 곽수종> 우리나라 남편이 가사노동 많이 참여하고 맞벌이 부부이기에 남편 가사노동을 참여해야 하는지,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남편도 으레 한 가족의 구성원이기에 서로 보완해주는 관점에서 참여해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가사노동 참여를 얘기해야 할까요?
◆ 장하나> 2번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 여성들이 본인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미취업모를 선택한 경우가 자발적인 경우는 극히 많지 않아요. 대학 진학률도 남성을 앞질렀고, 사회생활을 하고 노동시장에 있다가 결혼, 출산, 육아와 더불어서 뜻하지 않게 경력단절된 경우가 많죠. 사실 가사노동이 분배되고 사회 참여도 동등하게 갖는 것은 연결된 거예요. 그래서 남성들이 나는 밖에서 돈을 버니까, 너는 돈은 안 버니까.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누가 안 벌겠다고 했냐고요. 그렇다면 집에서 본인이 가사 노동하고 내가 벌겠다, 요새 사회는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은 대학에서라든가 결혼하기 전까지 남성 여성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죠. 여성이라고 고등교육을 안 시키는 건 사라졌고, 저희 또래는 딸을 낳았을 때 딸을 선호하죠. 많이 바뀌어서 명절 증후군이라든가 시댁 먼저 간다거나 남편의 손아래 동생들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반대의 경우 처제, 남성의 경우 누나의 남편은 자기에게 갑자기 반말하고 형처럼 굴잖아요. 반대의 경우엔 아니거든요. 머지않아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머지않아 바뀌는 게 아니라 내일모레 설날이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은 이런 것들을 앓지 말고 B급 며느리라는 영화는 너무 대리만족 되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맞는 말만 직설적으로 하는 며느리가 나와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꼭 그런 톤이 아니더라도 이번 명절에는 이런 얘기들을 자기 동서 시누이 간, 남편 또는 많은 또래끼리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으면 합니다. 올림픽 얘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나갈 건가, 이외에 이 얘기들을 하면 훨씬 뜻깊은 설이 되지 않을까. 이런 것을 가지고 싸우란 얘긴 아니죠.
◇ 곽수종> 참고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가족 패널조사 보고서가 나왔는데 2014년 가사노동 시간을 보니까 평일 여성분들이 152분 가사노동하시고 남성이 18분 하네요. 저도 충격적입니다. 토요일 주말인데요. 여성분들이 139분을 하면 남성분들이 22분, 4분 늘어나네요. 일요일은 여성분들이 140분, 남성분들은 34분으로. 거의 여성분들이 가사노동에 전부 다를 하신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분들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는 것 같아요.
◆ 장하나> 개선되어야 하죠. 이 뉴스를 온라인에서 보고 댓글까지 본 기억이 있어요. 최근 일은 아니지만 남성들이 남성, 여성의 노동시간이 다르지 않느냐. 내가 더 회사 일을 많이 하니까 적게 할 수밖에 없다거나 여러 이야기를 쓰셨더라고요. 그런데 이 해결책을 집에서 여성, 남성 간 가사나 육아를 대화를 통해 더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도 중요한데 대안이랄까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노동시간이 짧아져야죠. 남성들도 8시간 근무하고 정상적으로 법에 정해진 대로 퇴근하고 해야 그 남성이 자기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건지,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건지 그건 제대로 퇴근해봐야 아는 문제이고요. 여성의 경우에도 본인 맞벌이일 경우에도 똑같이 8시간만 하고 퇴근했을 때 가사, 육아 분배라든가 해야 내일 가서 일하는 게 가능한데, 처음에는 맞벌이로 시작했지만 유지가 안 되어 중도에 경력단절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저는 일단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의지는 보여주고 있는데 국회에서 칼퇴근법을 통과시켜서. 칼퇴근법 말씀드린 기억이 나요. 출퇴근시간 기록법이거든요. 야근수당이나 초과근로수당을 받든지 아니면 사업주가 주는 것보다 퇴근시키겠다고 선택하게 하는 거죠. 수당을 거의 못받다 보니까 2시간이든 3시간이든 일이 있으면 있고, 그런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 곽수종> 여성분들의 사회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공무원 시험에서도 여성분들의 진출이 눈에 띄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여성 임원이 나오시면서 여성 노동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적해주신 대로 칼퇴근이나 제도적인 문화적인 여건을 스스로 챙겨나가지 않게 되면 다 그냥 구호에 지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겠네요.
◆ 장하나> 그렇죠. 칼퇴근도 있겠고 현재 회사에서도 아이가 아프다고 일이 있을 때 남편분들이 아이가 아파서 일찍 조퇴한다고 하면 왜 당신이 가느냐, 부인은 뭐하느냐고. 그런 가사 육아 관련된 일들이 일차적으로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라는 아직 팽배해요. 그런 것들이 문제일 거고요. 법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곽수종> 설 연휴 가족들 모이시면 부인들께서 시어머니 돕고 부엌에서 일하다 보면 아이들 맡길 때가 남편분들 안 돌봐주시면 힘드실 겁니다. 이번 설 명절에서는 서로를 잘 위하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 장하나> 많은 남성분들이 부엌으로 쳐들어가시길 바랍니다.
◇ 곽수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잘 보내시고요.
◆ 장하나> 네, 감사합니다.
◇ 곽수종> 지금까지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
대표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