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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개그맨'

2018.10.26 오후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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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기에 천재성을 발휘한 나머지
개봉 당시 냉대를 받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겠죠.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 '개그맨'도 그 가운데 한 편입니다.

1980년대 말의 상황으로서는 상당히 낯선 기운을 뿜어냈지만, 이 작품의 남다른 진가는 뒤늦게서야 인정을 받게 되었죠.

지금, 만나보시죠.

영화의 주인공은 삼류 카바레의 개그맨 이종세입니다.

종세: 언제나 여러분들의 사랑 속에서 쏙쏙 자라나는 여러분들의 귀염둥이, 늘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종세, 개그맨 이종세.

영화 감독이 꿈인 그는 촬영 현장을 기웃거리다가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스태프: 너 뭐야?
종세: 언제나 여러분의 사랑 속에 쏙쏙 자라나는 귀염둥이, 개그맨 이종세입니다. /
스태프: 좋은 말 할 때 빨리 가

어느 날 혼자 리허설을 하고 있는 그에게 무장 탈영병이 나타나고, 그는 얼떨결에 총과 탄환을 얻게 되는데요.

종세는 평소 영화배우가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발사 도석을 찾아가고.

도석: 상하이 박! 지난 20년 동안 차디찬 감방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꽁보리밥을 씹으면서 오직 이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도석 역을 맡은 배우는 이 영화를 연출한 이명세 감독의 영화적 선배인 배창호 감독입니다.

자, 어쨌든 또 한 명의 여인, 선영이 합류합니다.

그리고 종세에게 꽤 대담한 제안을 하죠.

선영: 아저씨, 우리 영화 제작하자. 내가 주연 배우 하고. 한 1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깟 돈 1억 때문에 아저씨의 천재적인 재능을 썩힐 수는 없잖아요? 아저씨, 우리 은행 털까?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으로 삼인조의 은행털이 행각이 시작되는데요.

도석: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하지만 영 어설픈 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과연 이들의 범죄 행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중간에 삼인조가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능청스럽게 춤을 추는 배창호 감독의 연기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안성기와 황신혜가 주연을 맡았지만, 영화는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얻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명세 감독은 영화를 찍겠다며 범죄극을 벌이는 주인공들을 통해 진실과 농담이 뒤섞인 세상에 대한 풍자적 시선을 유지하는데요.

종세: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한낱 꿈 속의 꿈인가. 꿈 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


종세의 이 독백은 사실 영화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명세 감독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죠.

이것은 마치 꿈 속의 세계를 펼쳐 놓는 듯한, 이후 이명세 감독의 작품 세계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천재 감독의 첫 번째 백일몽이자 저주 받은 걸작, 영화 '개그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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