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미디어 오늘 금준경 기자
"유튜브 하루 업로드 동영상, 다 보려면 18년 걸려"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유튜브에 올라오는 하루 치 동영상을 모두 보려면 꼬박 82년이 걸린답니다.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 되고 이 속엔 문제가 되는 유해 콘텐츠도 많은데요.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동영상들, 여기에 가짜뉴스까지 지금 우리에겐 미디어 리터러시가 절실히 필요해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초대석에서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모시고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금준경 기자(이하 금준경) : 안녕하세요.
조현지: 먼저 미디어 리터러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금준경: 표현이 좀 어렵죠.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를 독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독해라는 게 그냥 읽고 이해하는 정도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현지 : 보통 미디어 교육 하면 신문 활용 교육이라고 하죠. 우리 어렸을 때 많이 했던, NIE 교육이 떠오르긴 하거든요.
금준경 : 신문 활용 교육이 한국의 가장 주된 미디어 교육이긴 한데 오늘날은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 활용 교육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신문을 활용해서 시사를 공부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요. 그러면 신문을 비판적으로 읽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는데 무엇보다 학생들이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2017년 기준 신문 정기구독률은 9.9%인데 청소년은 그보다 낮겠죠. 제가 취재차 중학교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에게 ‘뉴스’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를 마인드맵으로 쓴 걸 본 적 있습니다. 이들에게 뉴스를 물으니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을 언급하거든요. 유명 방송사까지는 언급되긴 하는데 신문사 이름을 언급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조현지 : 그런데 이게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 게요. 요즘 tv 없는 집들이 많잖아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으로 각종 뉴스와 영상들을 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유튜브로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특히 유튜브가 성향 기반으로 추천 영상이 뜨다보니, 한 번 잘못된 길로 빠지면 꾸준히 극단적인 소식들만을 접할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금준경 : 맞습니다. 확증편향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유튜브 화면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개인이 본 영상을 바탕으로 영상을 추천하는데 실제로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 인사가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폭로한 내용을 보면 유튜브는 사람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한쪽 성향에만 맞는 영상을 집중적으로 추천했고 그 결과 극단적인 정보와 가짜뉴스도 많이 추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침투를 했다는 식의 사실과 다른 정보들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죠.
조현지 :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차원에서도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금준경 : 아무래도 교육이기 때문에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어른들도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많이 쓰시는 상황이죠. 특히 장년층의 경우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아무래도 지금 시대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금준경 : 미디어가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리터러시 종류도 세분화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는 능력을 기르는 뉴스 리터러시가 필요하고요. 여기서 뉴스는 신문 같은 매체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포털과 가짜뉴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교육을 말합니다. 또 유튜브가 화제잖아요. 저는 유튜브 리터러시라고 부르는데 뉴미디어 콘텐츠 전반에 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조현지 : 특히 우리가 계속 얘기한 것처럼, 유튜브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심각해 보이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금준경 : 잘 아시겠지만 인터넷이 곧 유튜브라고 불릴 정도로 유튜브를 정말 많이 보잖아요. 유튜브는 기성 미디어와 다르게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게 강점이 돼서 성장했지만 이런 특성이 심의 제도의 미비라는 단점으로도 나타났죠.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튜브는 자동화된 콘텐츠 추천 기능을 통해서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을 하죠. 이 기능이 점점 더 한쪽으로 빠지게 하고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보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조현지 : 주로 어떤 콘텐츠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나요?
금준경 : 잔혹하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주로 논란이 되긴 하는데 사실 그런 콘텐츠는 유튜브가 아닌 곳에서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특정 성별이나 계층을 비하하는 식으로 선입견과 편견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많은 것 같습니다.
조현지 : 사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도 문제지만요. 본인이 직접 촬영을 하고 영상을 올리기도 하잖아요.
금준경 : 맞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용자’가 곧 ‘창작자’라는 점도 새로운 위협입니다. 미국에서는 온갖 위험한 도전 영상을 청소년들이 유행처럼 올려서 논란이 되기도 했고요. 한국에서는 한 아이가 어머니의 몰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도 벌어졌죠.
조현지 :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올해로 11살인 ‘띠예’라는 친구인데요. 아무 말 없이 5분 이내의 먹방을 하는데 하루 만에 조회수가 150만이 넘더라고요. 특히 띠예가 올린 ‘바다포도 ASMR’ 영상은 무려 1260만뷰가 넘었는데요. 최근 유튜브에서는 이 같은 어린이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3세 미만 어린이가 나오는 콘텐츠마다, 댓글 창을 닫아버리기도 했더라고요. 이를 두고 ‘적절한 조취였다.’, ‘너무 극단적이다.’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요. 금준경 기자는 어떻게 보시나요?
금준경 : 이와 관련해서 유튜브에 여러번 문의를 했는데요. 유튜브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사실 유튜브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댓글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으니 아예 창을 닫아버린 선택을 한 건데요. 댓글이 유튜버들에게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자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기능하고 있는데 이걸 폐쇄한 건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현지 : 그렇다면 영상을 직접 올리려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까요.
금준경 : 시민단체인 언론인권센터는 청소년 캠프 교육을 통해 뉴미디어와 인권 교육을 연계하는데요. 함부로 댓글을 쓰고 영상을 올리는 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자신이 남긴 디지털 기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조현지 : 벌써 구체적인 교육 사례도 나왔다고요?
금준경 :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들은 유튜브 교육에 젠더 교육을 결합했는데요. 교사가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이 왜 유튜브를 보는 걸 불편해하시지”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나쁜 걸 본다고 생각해요”라고 답을 해요. 그러면 교사가 “우리 스스로 나쁜 걸 걸러낼 줄 안다는 걸 보여주자”고 제안하며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장단점을 직접 설명하게 합니다. “이 사람은 재밌는데 욕을 해요” “실험을 하는데 위험할 수 있어요” 같은 답이 나오죠. 그러면 그 다음 좋은 유튜브 방송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직접 좋은 방송을 만들어보게 합니다.
조현지 : 아쉽게도 자녀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부모들이 많을 텐데요. 그분들에게 조언 해주실 게 있다면.
금준경 :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못 보게 막는 건 답이 아닙니다. 역효과만 키울 수 있습니다. 부모는 스마트폰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못하게 하면 아이들이 납득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중요한 건 신뢰와 소통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는지, 그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녀와 함께 얘기를 해보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일반 성인들, 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는 어떤 교육, 혹은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금준경 : 성인들에게는 자동화된 콘텐츠 추천이 갖는 폐해와 요즘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혐오표현이 갖는 문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르신들의 경우는 이미 가치관이 확고하시기 때문에 비판적 읽기 교육이 쉽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최대한 거부감 없이 유튜브를 포함한 미디어가 가진 문제점과 이면을 잘 설명해드리고 반대로 그분들의 생각도 경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초대석>!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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