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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남성들, 성추행 신고한 여학생 몸에 불 붙여 살해

2019.04.18 오후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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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남성들, 성추행 신고한 여학생 몸에 불 붙여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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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교장을 고소한 방글라데시 여학생이 보복 살인을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누스랏 자한 라피(19)는 다카에서 남쪽으로 160km떨어진 페니에서 살며 이슬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지난달 27일, 학교 교장은 라피를 사무실로 데려간 뒤 성폭행을 시도하며 몸을 더듬었다. 라피는 간신히 교장의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수치심은 계속 그녀를 괴롭혔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을 때 이를 비밀로하지만 라피는 가족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가족은 다행히 라피를 지지했고 교장을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조사관들은 피해자인 라피의 얼굴을 촬영하며 그녀의 성추행 신고를 희화화했다. 라피가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경찰은 그녀의 얼굴을 찍었고 비디오는 현지 언론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신고 사실이 드러난 라피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의 괴롭힘을 당하게 됐다.

경찰은 교장을 성추행 혐의로 체포한 뒤 교장의 지지자들은 거리에 모여 누스랏을 비난하고 교장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스랏은 고소를 철회하지 않았고 시험을 보러 용감하게 학교에도 나갔다.

시험이 있었던 지난 6일, 누스랏의 반 친구는 "학교 옥상에서 친구가 폭행당하고 있다"며 그녀를 지붕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붕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부르카를 쓴 4~5명의 남성이었다. 그들은 교장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라고 누스랏을 협박했고 누스랏이 거부하자 그녀의 몸에 등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이들은 자살처럼 위장할 계획을 세웠지만 누스랏이 도망치면서 계획은 실패했다.

누스랏은 사망하기 전 구급차에서 오빠 핫산의 휴대전화에 자신이 당한 일을 증언했다. 그녀는 전신 80%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통받다가 입원한 지 4일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살해에 연루된 15명을 체포했으며 그 가운데 7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는 교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조직했던 남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누스랏의 비디오를 찍어 유출했던 경찰은 징계를 받고 다른 보직으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누스랏이 억울하게 사망한 뒤 방글라데시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천 명의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SNS를 통해 성폭행 피해 사례를 털어놓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누스랏의 가족에게 "살인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엄벌을 약속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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