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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판결 가른 '성인지 감수성' 이란?

2019.09.10 오전 10:13
'비서 성폭행' 안희정 징역 3년 6개월 확정
대법원 "안희정 사건 2심 판단에 잘못 없어"
"비서 김지은 씨 10차례 걸쳐 간음·성추행"
1심, 공소사실 모두 무죄 vs 2심, 법정 구속
사법부 '성인지 감수성' 인식…안희정 실형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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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박성배 /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주요 사건사고 이슈를 짚어보는 뉴스픽 순서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그리고 박성배 변호사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첫 번째 주제어 확인하겠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 저희가 속보로 이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먼저 어제 판결에 대한 양측 변호인단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오선희 / 안희정 전 지사 측 변호인 : (재판 결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유감스럽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정혜선 / 김지은 씨 변호인 : 오늘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우리 현행 법률에서 규정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등이 명백한 범죄라고 그 답을 주었습니다.]

[앵커]
2심 판결을 확정을 했는데요. 두 분은 어제 이 판결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이수정]
일단은 1심에서 저는 사실 의외였다 이런 입장이었기 때문에 항소심의 판결을 보면서 아마 대법원까지 유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우리의 성범죄에 있어서 특히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있어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 예컨대 피해자 입장에서 한번쯤은 생각을 해 봐야 된다.

예컨대 위계나 위력이 있어서 지위가 낮은 피해자가 과연 자신의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거절의 뜻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었겠느냐. 아마도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그런 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 대법원 판결 안에도 어떻게 인정이 되는지 상당히 주요한 판례로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기준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여서요.

그래서 지금 판결을 보면서 결국 기대한 대로 결과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이는 그런 내용이라고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박성배]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성폭력 강간 강제추행이 아니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특히 장애인이나 미성년자가 아닌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범죄는 구체적으로 판례가 직접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구체적인 적용 예를 제시해 줬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평가할 수 있고 기존에 나왔던 법리이기는 합니다마는 성인지감수성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대세적인 흐름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판결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앞서 1심에서 무죄가 나왔을 때 상당히 의아했다고 교수님은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때 1심이 나오고 난 뒤에 상당히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반발이 심했어요.

[이수정]
여성단체뿐만 아니라 사실은 일반 여성들도 의문을 많이 가질 수가 있었을 것이 일단은 같은 직장 내에서 근무를 하고요.

더군다나 한쪽은 당시에는 굉장히 권세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고 수행비서에 불과한.

[앵커]
유력 대선주자였죠.

[이수정]
계약직 피해자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다 대놓고서는 거절의 뜻을 밝히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행이나 이번에 위력에 의한 간음이 모두 인정이 됐지만 자그마치 10건 가까이 되는 그런 피해를 앞두고 사실은 첫 번째 피해에서 명확하게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사실은 차후에도 그 부당함 속에서 정말 언제라도 사표를 낼 수 있는 그런 입장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 하나 하는 게 사실은 굉장히 의문이었고요.

1심 판결에서 보면 피해자답지 못했다는 게 사실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라는 것과 함께 인정이 됐던 내용이라서 그럼 피해자다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부분이 도대체가 불분명한데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에서 그런 피해자다움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판결이나 마찬가지죠.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고 난 다음에 예측대로 행동이라는 건 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예상 외의 당황함과 또는 고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 속에서 사실은 굉장히 이 행동, 저 행동. 제3자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소위 감수성을 갖고 이해를 해라 이런 판결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 앞서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유감입니다, 유감스럽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라고 짧게 발언을 했는데요. 일단은 유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 아니겠습니까?

[박성배]
이 판결은 이렇게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의 경우에는 조직 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력을 가하는 경우죠. 이럴 때는 하급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입니다.

원치 않을 때 첫 번째는 불이익이 예상되지만 완강히 거부하든지 두 번째는 경력과 생계 등 불이익을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응하는 겁니다. 후자의 경우라고 해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자유롭게 행사됐다고 볼 수 없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이후에도 가해자인 상급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습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도 그 성적 접촉에 대해서 응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즉 이렇게 피해자가 그 이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 자체가 전형적인 성범죄의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 논리적 귀결이라고 볼 수 있는 거고. 사실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의 경우에는 사전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충분한 정서적 교감이 있지 않은 이상은 그 자체로 성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게 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보면 사실 이런 성범죄는 특정 CCTV라든지 이런 물적 증거가 확실하게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판결을 할 때 여러 가지 갈리는 의견들도 많고 그런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에서 이렇게 최종적으로 판결을 한 결정적인 증거는 뭐가 됐을까요?

[박성배]
일단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고 모순이 없다고 봤고요. 그리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변인들한테 호소를 했는데 그 주변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범행 전후의 행동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권력관계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응했기 때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전형적인 피해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를 했었고 특히 안 전 지사의 경우에 진술을 번복해 왔다는 겁니다. 미투 운동이 처음 촉발됐을 때 안 전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모두 제 잘못이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틀렸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 자체도 일종의 자백입니다. 자백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물들, 심지어는 자신의 일기장에 쓴 자백도 자백입니다.

그런데 이 자백을 뒤엎을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되는데 검찰 조사에서도 불륜과 간음에 대한 사과라고만 해명을 했고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함으로써 피고인의 진술이 오히려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러 곳곳에서 미투에 대한 그런 발언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이번 재판이 그런 미투 유사한 재판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수정]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이 꽤 많이 있어서 지금 그런 사건들을 결국은 이게 대법원 판결이다 보니까 영향을 틀림없이 줄 것이다. 대법원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이런 판결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지금 한편으로는 우리가 좀 신경을 써야 되는 게 예컨대 지금 또 피고인의 변호사가 굉장히 완강하게 한마디로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 너무 널리 적용이 됐을 때 혹시라도 억울한 그런 피고인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부분에서는 앞으로 좀 더 분명하게 이런 사실관계를 어떻게 결국 진술밖에 없으니까 이 진술의 내용을 놓고 어떻게 다투어서 진실을 밝혀나갈 건가 하는 부분에서 좀 더 신중을 기해야 될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고 보이고요.

그런 부분에서 지금 또 여성단체에서 논의하는 게 이번 항소심 재판부나 결국은 대법원에서 인정한 내용, 예컨대 입증의 책임이 어디 있느냐. 지금까지는 피해진술이 일관성이 있느냐, 신빙성이 있느냐만 가지고 결국은 따졌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 2심 재판부에서 어떤 얘기를 했느냐. 결국은 피고인도 예컨대 성범죄의 가해행위를 했다고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하여서도 진술의 일관성에 있어서 예컨대 입증의 책임이 있다라는 것을 상당 부분 인정을 한 그런 판결문이라고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증 책임이 지금까지는 성폭력 피해자한테만 있었는데 이제는 성폭력의 행위자에게도 사실은 입증의 책임을 묻는 시대가 된 것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앞뒤 진술의 내용이나 일관성이 유지되는지 또 뭔가 개인적인 의사표명에 있어서 아까 변호사님 말씀하신 대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일관되지 않은 내용을 얘기하지만 또 법정에서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반 여러 가지 SNS 기록부터 시작해서 입증을 해야 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걸 시사한, 예컨대 피해자 쪽에만 입증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가해자 쪽에도 입증 책임이 있다라는 걸 시사한 그런 판결로 보입니다.

[앵커]
사실 교수님께서 잘 정리를 해 주셨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게 사실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무 자르듯이 딱 정확하게 이건 기고 이건 아니다 이렇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도 이게 개인적으로 재판 판사마다 개별적으로 판단을 하기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해서 여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박성배]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해서 전형적인 피해자의 태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에 따라서 피해자의 행동은 여러 차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무고한 가해자를 형사처벌하게 되는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과 재판부도 균형을 잡을 줄 알아야 됩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검토할 때도 일관되냐, 구체적이냐, 모순점이 없느냐를 하나하나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인데 주변인물들도 충분히 조사해 봐야 되고 정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조사를 해야 됩니다.

현실적으로도 사실상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서성범죄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까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들도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먼저 나갑니다. 먼저 나가서 그 현장 상황을 보고 CCTV를 분석하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 대해서 충분한 증거를 수집합니다.


단순히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서만 가해자가 유죄 선고받았다는 그런 경향 자체는 탈피를 해줘야 성인지감수성이 오히려 더 확고한 일관된 판례로서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어쨌든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도입한 그런 선례가 됐기 때문에 이걸 계기로 해서 좀 더 인식을 확산할 수 있는 그런 제반 그리고 기준도 마련되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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