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7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링링'이 지나간 지 얼마 안 돼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습니다.
남해안을 스쳐 지나갈 전망이지만, 미처 복구 작업을 끝내지 못한 수도권의 피해 지역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Y가 간다' 김우준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시 서구청입니다.
13층짜리 건물 외벽 중간은 포탄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뻥 뚫려 있고, 떨어져 나온 잔해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모두 태풍 '링링'이 인천을 덮쳤을 때 생긴 생채기들입니다.
강풍이 할퀴고 간 지 열흘이나 넘었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건물 내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통로 벽을 연결해주는 이음새 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 벽 자체가 바깥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어른 손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균열도 여전히 방치돼 있습니다.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없다곤 하지만,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천시 서구청 직원 : 그나마 토요일 날…. 엄청나게 심한 인명 피해 있었을 거야. 그때 (직원들이) 있었으면…. (지나다니면서 안 불안하세요?)불안해도 어떡해요.]
민원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다른 층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접근 금지라는 안내는 붙어있지만, 손으로만 살짝 건드려도 벽면이 부서질 정도로 약해져 있고, 천장 역시 다 뜯어져 내장재가 훤히 보이는 상태입니다.
구청 측은 북상하는 태풍 '타파'를 대비하고는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천시 서구청 공무원 : 지금 당장 저희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2청사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반복되면 안 되니까 원천적으로 막을 계획이 있어요. 그런데 현재 바로 공사가 들어갈 수 없는 시점인 거죠.]
농가 쪽의 복구 현황은 더 열악합니다.
마을 뒷산 나무가 뽑힐 정도로 '링링'이 강타한 파주의 한 농가입니다.
제 옆에는 표고버섯 하우스가 있는데요.
피해 본 지 2주나 지났지만, 찢어진 비닐은 처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있고, 그 앞에 휘어진 철제 기둥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가을 대풍을 꿈꾸며, 수확 철만 기다렸던 버섯 농장주는 하늘이 야속할 뿐입니다.
[성연우 / 표고버섯 농장주인 : 내가 실수해서 한 게 아니고, 하늘이 해놓은걸…. 없는 사람은 재해를 당해도 아무 보상을 못 받는 거야.]
피해 복구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젊은 피가 부족해 답답할 뿐입니다.
강력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뒤집혀 버린 컨테이너 창고입니다.
보시다시피 깨진 유리조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지만, 어르신들만 모여있는 동네라 치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불어올 태풍에 자식처럼 키워온 송아지라도 다칠까 부랴부랴 울타리 보강 공사를 해보지만, 불안한 마음에 며칠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성홍식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 걱정 정도가 아니죠. 지금 복구하기도 바쁜데, 복구도 되기도 전에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한숨만 나와요.]
2주 전 악몽 같은 주말을 보냈던 피해 지역 주민들은 이번 태풍만큼은 그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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