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에게는 가혹한 강제노역의 현장으로 알려진 곳이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군함도' 등 일본 근대 산업화 현장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또다시 역사 왜곡의 중심에 섰습니다.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사료를 보란 듯이 공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도쿄 이경아 특파원과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일반 공개 첫날, 현장에 직접 갔다 왔죠?
사람들 많이 왔습니까?
[기자]
전시관 측은 하루 3차례, 각각 5명씩 해서 15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이렇게 적은 인원만 입장시키는 데 대해 전시관 측은 일단 코로나19 예방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일반 공개 첫날이라 현장에 다녀왔는데요.
관람객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일본 기자들도 상황은 비슷했는데요.
전시관 측에 물어보니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취재진을 불편해해서 다른 방식으로 입장시켰다고 YTN에 밝혔습니다.
다른 입구로 입장을 시켰는지 확인차 다시 물어봤는데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전시 내용, 구체적으로 좀 짚어보죠.
어떤 점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이 전시관이 왜 문을 열게 됐는지부터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7월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 탄광' 등을 포함해 23개 근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당시 피해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일본 정부는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네스코 측에서도 당시 역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는데요.
지난 2015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나온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사토 쿠니 /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 :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준비가 일본은 돼 있습니다.]
이 발언 내용이 입구 쪽에 패널로 만들어져 전시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시 내용은 오히려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당시 하시마 섬 주민 30여 명의 증언 내용은 '가혹한 행위는 없었다. 조선인 차별 없었다' 이런 내용이 주류를 이뤘고요.
특히 지난해 작고한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오 씨의 인터뷰를 부각시키고 있는데요.
괴롭힘 당하거나 매를 맞은 적 없었고 오히려 귀여움을 받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시관 측은 또 일본 정부의 동원령 문서를 전시하고 그 옆에 한일청구권협정 내용을 같이 공개했습니다.
관람객에게 이 협정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 전시관을 운영하는 단체는 이전부터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해 온 단체라면서요?
[기자]
산업유산국민회의라는 곳인데요.
이곳은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모든 예산을 지원하는 전시관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시면 강제동원 역사 자체를 부인하는 동영상과 자료를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 중 일부 내용 함께 보시죠.
[스즈키 후미오 / 재일교포 2세 : 하시마에서 가혹한 일을 당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조선인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거나 험담을 들은 일은 없었습니다.]
이 단체는 또 강제동원 관련한 한국 언론 보도를 거짓 보도라고 선전하고 있고요.
또 하시마 섬에서 살았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서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단체에 전시관 운영을 맡긴 것 자체부터 일본 정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우리 정부가 오늘 도미타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겁니다.
전시관을 연 것도 그렇고, 당시 유네스코에서 한 약속을 전시 내용에 포함시켰다는 겁니다.
또 전시 대상도 원래는 1910년까지만 포함시키는 건데 전쟁 중 상황까지 담지 않았느냐, 이 정도면 유네스코의 권고를 진지하고 성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입니다.
오늘 외교부가 초치한 도미타 주한 일본대사도 한국의 항의에 대해 같은 주장을 펴며 반론했습니다.
또 앞으로 전시 내용을 바꿀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결의와 권고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시 내용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말입니다.
[앵커]
지난해 영토 전시관 개관 당시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에 전시관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다면서요?
[기자]
이 정보센터 개관 소식이 알려진 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취재 요청을 했지만 일본 정부는 일반 공개 전날 대표로 3개 팀만 들어오도록 허가했습니다.
그것도 촬영은 안되고 관람만 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초 일본 언론은 내부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당일 갑자기 모든 언론에 촬영을 금지한다고 밝혀 빈축을 샀는데요.
오늘 정보센터 측에서 저한테 연락해 알려온 내용으로는 취재는 할 수 있는데 촬영은 못한다, 영상은 자기들이 찍어서 주겠다는 겁니다.
또 자기들이 안내하는 1시간 반 동안의 전시를 충실히 다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요.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들며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당시 강제동원 조선인들의 피와 눈물과 땀, 그 가슴 아픈 역사는 지우고, 일본 근대화 과정만을 미화하는 전시가 과연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킨 것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앵커]
한국에는 매번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일본, 안타깝습니다.
이경아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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