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피해호소인'이냐, '피해자'냐를 놓고 호칭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피해 호소인'에게 사과한다는 민주당을 두고, 야당에서는 '피해자'라고 부르기 싫어 희한한 말까지 지어낸다며 비판했는데요.
'피해 호소인'이란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송재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둘러싼 논란이 고소인에 대한 호칭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뒤늦게 공개 사과하며 '피해 호소인' 단어를 고수한 게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15일) :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에 통합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고 싶지 않아 만들어낸 희한한 말이라고 쏘아붙이면서, 여야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주호영 /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지난 15일) : 피해자라고 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서 또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해 호소인'이 신조어는 아닙니다.
주로 대학이나 시민단체에서 내부 성폭력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쓰는 표현인데, 8년 전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한 여학생은 잇달아 담배를 피우며 이별을 통보한 남학생의 행동이 성폭력이라고 신고했습니다.
이를 두고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피해자 중심주의가 "무조건 피해자 뜻대로"는 아니라는 입장이 대립했고,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 '피해 호소인'과 '가해 지목인'입니다.
대학 같은 생활 공동체에서 자체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만큼, 피해자 보호나 사건 해결에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하자는 의도에서 생긴 겁니다.
따라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선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를 마땅한 이유가 없습니다.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동체 내 해결을 위해 대안으로 내놓았던 개념을 반드시 쓸 필요는 없는 겁니다.
법적으로도 입건만 되면, 판결 확정 전 고소인을 피해자라 부르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표 (지난 16일) :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피해자로 명명하는 것이 옳습니다.]
민주당은 뒤늦게 고소인을 피해자로 바꿔 부르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벌어진 정치 공방에서 간과된 건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우선적으로 보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이해입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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