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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와이파일 2021-03-23 00:00
한미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 4인 4색
'경청' 블링컨 + '노련' 정의용
'배려심' 오스틴 + '순발력' 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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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한미 2+2 회견에서 국방부 기자단 대표로 질문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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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 회의의 마지막 순서는 공동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국방부 기자단 대표로 질문을 하기 위해 외교부 청사를 방문했는데 한미 외교부, 국방부 출입 기자들과 경호 인력이 2층에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무장관 경호 담당 직원이 인사를 건넸는데 서울의 인상이 매우 좋다고 해서 중국발 황사가 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며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답례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전 11시에 18층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했는데 제 자리는 맨 앞줄 오른쪽에서 2번째 사실상 거의 정중앙이었습니다. 외교부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긴장된 표정 속에 통역, 촬영 동선 등 모든 것을 점검 중입니다. 외교부 직원이 한국어로 질문을 할 거냐고 물어보기에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한국어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겐 영어로 질문하겠다고 하니 그 이유를 물어 봐서 "to make myself clear (제 뜻을 확실하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예전에 청와대 출입 시절 대통령과 외신 기자들 간담회에서 일본 닛케이의 야마구치 서울 특파원이 또렷한 한국어로 인사말과 질문을 건네던 모습이 참 좋은 인상을 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후 저는 외국인을 취재할 때 가능하면 그 나라 말로 질문을 준비해왔습니다. 경제부 시절엔 독일 기업인 ‘머크’ 사장을 인터뷰할 일이 있을 때 독일어로 질문을 건넸고, 국방부 출입 이후에도 미국의 헬기 업체 ‘벨 텍스트론’과의 화상 기자 간담회 때도 영어로 질문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한-러 정상회담 취재 때는 북한에서 한국어를 배웠다는 러시아 측 통역의 한국어가 너무 어색해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는지 의문스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통역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 전달이 왜곡되는 걸 가능하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최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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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원래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해야 할 행사가 오전 11시 45분이 됐는데도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YTN에선 생방송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만큼 마음이 약간 초조해졌습니다. 성김, 내퍼 등 TV로만 보던 외교 거물들이 슬슬 회견장으로 집결했고, 장관들이 곧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맨 우측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두발언은 정의용, 블링컨, 서욱, 오스틴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경청’ 블링컨 + ‘노련한’ 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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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다른 장관들이 발언할 때마다 몸을 돌려 경청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다른 장관들은 정면을 바라본 반면, 블링컨 장관은 발표를 하는 장관들을 향해 몸을 돌려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줘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가지 특이사항은 블링컨이 우리나라에서 미국 참전용사 등에게 마스크를 보내준 것에 감사를 표한 것이었습니다.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보내주기 사업을 벌였던 국가보훈처에겐 이 장면을 2+2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2+2 모두 발언에서 정의용 장관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한 반면,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자 미국 기자가 그 차이점을 묻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정의용 장관이 노련하게 한반도 비핵화 관련 남북 합의 연원을 설명하며 “우리는 이미 비핵화를 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요구하기 위해 이같은 표현을 썼다”고 설명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려심’ 오스틴 + ‘순발력’ 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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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한국 국방장관이 즐겁게 답변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겠다"며 슬몃 핵 추진 잠수함 관련 즉답을 피하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재미있는 건 정의용 장관, 서욱 장관,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을 쓴 반면, 블링컨 장관 혼자서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이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2+2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미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계속 헌신하기로 했다 (We also remain committed to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오스틴 장관이 우리나라 국방부와 합의된 틀을 참고로 모두발언을 작성했다 보니 우리 측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한데 한미 군사당국 간 소통이 잘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도 오스틴 장관의 우리 측에 대한 배려심이 시종일관 돋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쿼드’ 문제 같은 우리 측에서 불편할 수 있는 의제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고 하네요.

서욱 장관은 우리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한미일 군사 협력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답변 때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고 살짝 용어를 바꾸는 순발력을 보였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딛고 한미일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2 공동 기자회견에서 1분 20초 안에 3명의 장관에게 6개의 질문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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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여러 사람에게 여러 부문의 질문을 던지는 기술을 칭찬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넨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2+2 기자회견의 기자 질문은 한꺼번에 던져야 합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물어보면 장관들이 질문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2개가 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질문이 3개 이상이면 장관들이 질문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난감한 질문은 슬쩍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답변을 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사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가 던질 질문 내용이 정해지기까지 이런 저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건 단순한 행위지만, 질문에 따른 답변은 기자단 모두가 그 결과를 나눠 갖는 일종의 '공공재'인 만큼 집단 지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부 기자단, YTN 국방부 출입 1진, YTN 통일외교안보부장, 외교부 출입 기자 등과 의견 조율을 거쳐 정리된 최종 질문 내용은:

먼저 서욱 장관님께 두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1) 미국 정부와 쿼드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측에서 우리 정부에 쿼드 국가들과 실시간 군사 정보 공유, 합동 작전, 합동 훈련 제안을 한 게 있는지? 특히 한미일 군사 협력 관련 논의도 있었는지? 우리 정부 입장은?

2) 미 국방부가 미군 배치 태세를 재검토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지? 그 부분은 오스틴 장관님께도 답변을 요청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이 질문은 서욱 국방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공통으로 던졌습니다.

오스틴 장관에게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한국 정부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경항공모함,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원하고 있는데, 한미 연합 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

2) 어제 오스틴 장관께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셨지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여전히 중국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이런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풀 계획이십니까? 아마도 블링컨 장관께서도 이 질문들에 함께 답변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런 식으로 이 질문들도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던졌습니다. 핵 추진 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한미 원자력 협정은 미 국무부가 당사자이고, 대중 전략 역시 미 국무부가 키를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외교부 출입 한국 기자-미국 기자-국방부 출입 한국 기자(저)-미국 기자 순으로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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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노트북을 들고 질문하던 미국 CBS 기자

눈길을 사로잡은 건 노트북 자판을 다다다다 치다가 갑자기 질문 순서가 되자 노트북을 들고 질문한 CBS 기자였습니다.

이제 제가 질문할 차례가 됐는데 미리 연습을 좀 했지만 막상 제 순서가 되니 볼펜을 쥔 손이 떨러왔습니다. 서욱 장관은 침착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해줘서 국방부 취재 기자 입장에선 꽤 기사거리가 나왔습니다. 서욱 장관에게 던진 2번 질문을 오스틴 장관에게도 던졌지만 그는 가볍게 패스했습니다. 아무래도 서욱 장관이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힌 만큼, 카운터파트가 같은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오스틴 장관은 경항모와 핵 추진 잠수함 질문에 대해선 서욱 장관에게 넘기면서 한미 연합 전력 확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런 답변에도 경항모를 추진하고 있는 해군에선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엿볼 수 있었다며 대만족했다고 합니다. 보훈처가 블링컨 장관의 마스크 얘기에 감동하고, 국방부는 서욱 장관의 순발력 있는 답변에 환호하며, 해군은 오스틴 장관의 답변에 기뻐하는 걸 보면 역시 같은 사안도 소속된 조직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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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순두부를 맛있게 먹었다며 친밀감을 드러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마지막 질문을 하고 나서 블링컨 장관에게도 답변을 요청하니 미국 기자단 사이에서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블링컨 장관이 제게 "And I want to first commend you on demonstrating the art of the multi party multi part question (일단 여러 사람에게 여러 질문을 하는 기술을 보여준 것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군요)."라며 저에게 농담을 건넸습니다.

바로 그때 오스틴 장관의 ‘음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순두부 찌개를 먹으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에서도 블링컨 장관의 이런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장관은 전세계에 4대 밖에 없는 ‘심판의 날’ 항공기 2대를 타고 한국을 떠나며 마지막 순간까지 화제가 됐습니다. 이밖에도 F-22 랩터 전투기에 U-2 정찰기까지 미국의 최첨단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해서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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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한미 2+2 회의 현장 취재 후기와 한미 장관 ‘4인 4색’
미 국무+국방 장관 방한 때 한반도를 찾은 '심판의 날' 항공기

기자 일을 하면서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되자’는 각오를 하루도 잊은 적이 없는데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 회의에서 ‘사관’ 역할을 조금이나마 수행한 듯 해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취재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점들을 앞장서서 묻고 답변을 신속하고,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드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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