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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차로 치고 “죽이려했다”는데도 영장 기각…“그는 왕이었다”

제보, 그 후 2021.05.08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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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군 노화도. 우리나라 최대 전복 양식장으로 완도의 최고 ‘부자 섬’이다. 이곳에서 백주대낮에 60대 남성이 동업자를 차로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5일, 노화도 레미콘 회사 주차장에 서 있던 61살 A씨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차량.

차에 치인 A씨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잠시 후 차에서 내린 가해자 66살 권 모 씨는 피해자 부인에게 거침없이 폭언을 퍼부었다.

“죽어야 돼. 누구 하나 죽이려고 했어. 다음은 네 차례야!”

피해자와 가해자는 지난 10여 년간 동업 관계였다. 사촌지간인 피해자 부부와 가해자 부부는 2009년, 공동으로 레미콘 회사를 세웠다. A씨 부부가 초기 설립자금 10억 원을 전부 부담했고, 회사 경영은 권 씨가 맡아 추후 절반을 갚기로 한 것이다.

2년 뒤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회사는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권 씨는 피해자의 돈을 갚지 않았다. 갈등은 권 씨가 자신의 아들과 개인회사를 차리면서 더욱 증폭됐다.


A씨 가족은 “권 씨 일가가 좋은 옷에 좋은 차, 좋은 집까지 갖고 있으면서 한 푼도 갚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게다가 회사 돈을 대규모로 빼돌린 정황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권 씨를 상대로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권 씨는 아들 회사를 이용해 3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또 A씨가 별도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따라 레미콘회사의 대표이사 직무도 정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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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차로 치고 “죽이려했다”는데도 영장 기각…“그는 왕이었다”
[사진설명] 권 씨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 1심 판결문

가까스로 법정구속을 면한 권 씨가 피해자 가족을 협박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회사를 정상화하려던 피해자 측을 막무가내로 막아선 것이다.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피해자가 임시 사무실로 마련한 컨테이너를 부수고, 피해자 차를 레미콘 차량들로 둘러싸는 등 온갖 난동을 부렸다.

피해자는 무려 1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파출소 직원에게서 돌아온 답은 ‘고소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피해자 측이 할 수 있는 건 권 씨의 위법 행위를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뿐이었다. 피해자가 권 씨 차량에 치인 것도 증거 확보를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가 당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이 두 차례나 신청한 권 씨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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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차로 치고 “죽이려했다”는데도 영장 기각…“그는 왕이었다”
[사진설명] 가해자에 대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피해자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도 법정구속이 안 된 채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고, 수차례 업무 방해와 재물 손괴를 저지르고 사람을 차로 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을 기각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해자 권 씨는 그러나,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결백을 주장했다.

권 씨는 “피해자를 차로 친 것은 고의가 아니라 눈이 나빠서 잘 안 보였기 때문”이라며 “브레이크를 두 번 밟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난 업무방해를 한 적이 없다”며 “횡령 혐의는 항소를 했기 때문에 죄가 확정된 게 아니고, 대표이사 직무가 정지된 거지 해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권 씨가 과거에도 섬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5년간 권 씨와 함께 일했다는 B씨는 “권 씨가 같이 일하던 업자들에게 죽어버리라는 폭언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쇠파이프로 차를 부숴버린 적도 있었다. 또 본인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자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출소까지 못 가고 묻힌 일들도 많은데, 주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쉽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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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차로 치고 “죽이려했다”는데도 영장 기각…“그는 왕이었다”
[사진설명] 여전히 출입이 자유롭지 못 한 회사

피해자 A씨는 여전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가족들은 아직도 회사에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권 씨가 출근 자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계속해서 이곳 노화도의 제왕이자 무법자로 군림할 것”이라며 “제발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제보이거실화냐'는 섬마을을 발칵 뒤집은 보복 사건을 취재했다.


촬영, 제작: 정원호 PD(gardenho@ytnplus.co.kr),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안용준 PD(dragonjun@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ebo24@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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