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휴대 전화를 개통할 때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 비밀번호 등을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바꾸러 갔다가 통장에 있던 돈이 몽땅 사라지는 피해가 잇따랐는데 알고 보니 휴대전화 판매 업주가 저지른 짓이었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 용인시에 사는 49살 김 모 씨는 지난달 초 휴대전화를 사러 가까운 할인매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던 매장 업주가 갑자기 휴대전화에 깔아놓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존 휴대전화에서 새 휴대전화로 정보를 옮기려면 필요하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누른 김 씨.
[김 모 씨 / 사기 피해자 : 주거래 은행의 간편 비밀번호를 눌러달라고 요구해서 아무 의심 없이 눌러줬어요. 중요 앱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거라고 얘기했어요.]
휴대전화는 개통을 완료한 뒤 돌려주겠다고 해 일단 돌아왔지만, 그날 저녁에 받은 새 휴대전화는 아무런 앱도 설치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뒤늦게 매장에서 은행 앱 비밀번호를 입력한 게 마음에 걸린 김 씨는 급히 ATM 기계로 달려갔지만, 이미 2천5백만 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김 모 씨 / 사기 피해자 : 새 휴대전화를 켜 보니까 플레이스토어가 없었어요. 아무것도 깔 수 없게끔. 세 번에 걸쳐서 돈이 다 빠져나가고 잔액이 몇만 원만 남아있었어요. 어디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휴대전화 할인매장 업주 36살 서 모 씨는 자신도 모르는 실수였다며 발뺌하다 김 씨의 계속된 추궁에 결국 범행을 실토했습니다.
알고 보니 피해자는 김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가로챈 사장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할인매장입니다.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만 세 명이 넘는데요.
대부분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주민들이었습니다.
서 씨가 이런 방식으로 가로챈 금액만 최소 3천5백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서 씨는 빚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면서도 곧바로 돈을 돌려줬고,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모 씨 / 사기 피의자 :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압류 들어오는 게 있어서 급한 마음에 그렇게 했는데 다 인정하고요. 오래가지도 않았고 하루 이틀 사이에 다 입금했어요. (범행은) 처음이에요.]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면서 마을 주민 가운데 피해자가 더 있을 거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돈도 돈이지만 믿었던 마을 청년에게 받은 배신감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마을 주민 : (사장이) 동네 토박이고 8년 정도 영업했다고 알고 있어요. 어른들은 믿을 곳이 그쪽밖에 없으니까, 황당하다고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씀하시죠.)]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어두운 고령층일수록 개인정보 관련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김명주 /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 보통 스마트폰 같은 첨단기기는 잘 모르시니까 그냥 기계를 맡기시는 경우가 있어요. 통장 비밀번호나 인증서 암호 등은 휴대전화 개통할 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 가능하면 홀로 매장을 방문하지 말고 휴대전화 개통 방식을 잘 아는 가족이나 지인 등과 동행해야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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