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에서 군 장병에게 조롱 섞인 위문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올려달라고 해서 올린다'면서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보낸 위문 편지 내용이 올라왔다.
공책을 찢어서 쓴 편지에는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놓고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며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는 내용도 적혀있다. 편지는 지난달 30일 작성된 것이다.
이 글을 올린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더라"며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는 군 장병의 반응을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문 편지가 논란이 되자 해당 여자고등학교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SNS를 찾아내서 욕설하는 등의 테러도 벌어졌다. 학생들은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편지를 쓴 학생의 개인 신상 정보는 이미 온라인에 공개됐고 성희롱을 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이 학교 학생들은 특정 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과 봉사 시간에 위문 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학교 학생은 "위문 편지를 쓰라고 해서 쓴 건데, 선생님들이 편지에 개인정보를 쓰면 학교에 찾아온 군인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전했다.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성인인 군인에게 왜 위로 편지를 쓰게 하냐는 반응도 나왔다. 해당 여고 재학생은 "개인정보를 적는 것도 금지한 이유가 실제로 남자들이 찾아와서 그런 것"이라며 "학생을 위한다면 이런 행사부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올린 '자매부대 편지 작성 유의사항'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수신자는 '자매부대 장병 오빠(아저씨)'로 호칭을 쓰라는 내용과 '학생의 인적사항은 기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위문 편지 논란이 이어지자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12일 올라온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여고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 편지 주의점에는 명확하게 '개인정보를 노출하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있다"면서 "이렇게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서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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