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경매에 부쳐진 여행 가방 안에서 한국계 어린이 시신 2구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죠.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숨진 아이들의 어머니로 알려진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붙잡혔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뒤 살인 혐의 등에 대해선 부인했는데 국적이 뉴질랜드라 조만간 재판을 통해 송환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강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검은 옷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갈색 재킷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서 문을 나섭니다.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차 앞까지 간 여성은 차에 탑승하기 전, 왜 아이들을 살해했느냔 질문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A 씨 / '뉴질랜드 가방 속 시신 사건' 피의자 : (왜 울산으로 오셨어요? 아이 살해했나요? 아이를 왜 살해했나요?) 안 했어요. (혐의 인정하십니까?) 안 했어요. (왜 창고에 유기하셨나요?) 안 했어요.]
이 여성은 지난달 중순, 뉴질랜드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가방 속 아이들 시신'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오클랜드에 사는 한 가족이 주인 없는 창고 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경매에서 가방을 샀는데, 가방 안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어린이 시신 2구가 발견된 겁니다.
현지 경찰 조사 결과 이 아이들은 2018년쯤 각각 7살과 10살의 나이로 사망한 한국계 뉴질랜드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뉴질랜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과거 창고의 주인이자 아이들의 친모로 추정되는 40대 한국계 뉴질랜드인 A 씨를 지목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2018년 한국에 들어온 정황이 확인됐고, 뉴질랜드 경찰이 한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한 겁니다.
우리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고, 울산 울주군에 있는 아파트에서 A 씨를 붙잡았습니다.
A 씨는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질랜드와 우리나라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뉴질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한국계 뉴질랜드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오래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아이들 사망 이후로 추정되는 지난 2018년 한국에 들어왔고, 서울에서 살다가 올해 초 울산의 한 지인 소재 아파트에서 살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가 뉴질랜드 국적인 데다 현지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인 만큼 우리 경찰은 A 씨의 신병만 확보할 뿐, 수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는 본국인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뉴질랜드가 조만간 A 씨를 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정식 요청하면 서울고등법원은 검찰로부터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 요청을 받아 2개월 안에 A 씨의 신병을 넘길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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