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 병원에서 1년 넘게 신경통 진단을 받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던 70대 환자가 말기 암이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고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의 초기 MRI에 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병변'이 찍혀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되면서 유족들은 의사가 암 판정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보는 Y', 김다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밝고 따뜻한 미소로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황 모 씨의 어머니.
어머니 밑에서 우애 좋게 자란 삼 남매는 아직도 그녀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황 모 씨 / 피해 환자 딸 : 끝까지 살고 싶어 하셨거든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는 치료 약이 없느냐고.]
3년 전, 어머니는 뺨 쪽이 아파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았고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았습니다.
삼차신경은 얼굴과 머리에서 오는 통각과 온도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으로 말 그대로 신경통의 한 종류입니다.
의사만 믿고 1년 넘게 버텼는데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어머니는 입에서 피를 콸콸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황 씨 어머니가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았던 병원입니다.
약 1년 반 뒤, 어머니는 이 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침샘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황당하고 다급한 마음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구석구석 암이 퍼진 상태였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후 외부 영상의학과에 어머니가 처음 촬영했던 MRI 사진 판독을 요청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혀 아래쪽에 종양일 가능성이 의심되는 병변이 보인다는 겁니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해당 사진에서 병변이 확인된다며 의사가 삼차신경 부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다 보니 놓쳤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취재진은 어머니에게 첫 진단을 내린 의사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황입니다.
[병원 관계자 : (교수님이 인터뷰) 안 하신다고 하셨다면서요. 취소하셔서. 따로 진료가 있지도 않으세요. 오늘 같은 경우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사의 주의의무나 설명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성민 / 의사 출신 변호사 : 조직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아니면 관련 임상과로 협진을 하거나 진료를 권유하지 않은 게 저는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암 관련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340여 건 가운데 암 오진 사례는 37.8%.
이 가운데 암인데 암이 아닌 것으로 진단한 경우가 무려 87%를 차지합니다.
의학 분야 자체가 워낙 전문적이라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게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황 모 씨 / 피해 환자 딸 : 자기 부모가 아픈데도 이렇게 1년 반 넘게 진통제만 줬을까요. 저는 그걸 묻고 싶어요. 이 여자 선생님에게.]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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