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김시덕 박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문헌학자 김시덕"도시 고도제한 없애야 농촌도 보존"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저런 조건에 맞춰서 사는 곳을 결정하기도 하죠. 오늘은 인문학자이면서 우리가 살 곳에 대해서 책을 내신 분인데요. 김시덕 박사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시덕 박사님.
◆ 김시덕 박사(이하 김시덕)> 안녕하십니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성규> 네, 간단하게 청취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해 주시죠.
◆ 김시덕> 저는 ‘문헌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요. 전쟁사, 임진왜란부터 2차 대전까지 전쟁사를 연구하는 동시에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전쟁사, 엄청 방대할 텐데. 그렇죠?
◆ 김시덕> 원래 전공이 유선록이나 징비록, 이쪽이었습니다.
◇ 이성규> 그러시군요. ‘도시 문헌학자’라고 책에 보니까 본인 소개를 그렇게 하셨더라고요. 근데 ‘도시 문헌학자’, 이게 뭐죠? 설명 좀 해주시죠.
◆ 김시덕> 저는 문헌학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필롤로지스트(philologist)라고 하죠. 여러분들이 아마 문학이나 역사학을 생각하시면 책에 적힌 내용을 가지고 연구한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요. 책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고 이 내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저는 책 자체를 연구합니다. 책 자체의 종이 질, 잉크의 재질부터 폰트, 여백, 무게까지 하나하나 다 증언하는 게 있다, 사회에 대해서. 물질로서의 책 자체 또는 비석이든지. 이걸 연구하는 게 문헌학이라고 하고요. 도시를 걷다 보니까 이십 몇 년간 답사를 쭉 해왔습니다만 문헌학적으로 해석할 게 많더라고요, 순수하게. 머릿돌부터 각종 마을 비석. 그래서 이걸 약간 응용해서 ‘도시에 대한 문헌학’이다. 이렇게 도시사회학 하는 식으로.
◇ 이성규> 도시에 대한 ‘책학’이네요.
◆ 김시덕> 그렇죠. 도시를 책처럼 읽는다. 남아메리카의 유명한 소설가 보르에스라고, <바벨의 도서관>을 쓴 유명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세계는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저는 그거를 문자 그대로 도서관으로서 읽고 있습니다.
◇ 이성규> 도시를 전에도 많이 다니셨다고 그랬는데, 도시를 이렇게 많이 다니시고 탐구하시게 된 동기가 있나요?
◆ 김시덕> 본능적인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제가 1994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요. 그때부터 전국을 다니기 시작했죠.
◇ 이성규> 1학년 때부터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느라고 못 다니시고.
◆ 김시덕> 고등학교 때는 딴 짓 한다고. 좀 놀고. 대학생 되니까 자유로워져서. 처음 기억하는 게, 김포에서 군산비행장에서 비행기 타고 가서, 미군 비행장이죠. 거기서 하룻밤 자고 그다음 날 아침에 도선에서 배 타고 장항으로 넘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땐 배로 다녔습니다. 도선장이 있었습니다.
◇ 이성규> 장항은 충청도고, 군산은 전라북도고.
◆ 김시덕> 그렇죠. 그때도 기억이, 서울 같은 도시는 한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같은 도시인데 여기는 금강을 끼고 남북이 다른 도시다. 강과 도시의 관계는 뭘까, 이런 생각하기도 하고.그 도선장이 지금은 없어져 버리고 다리가 놓였는데, 군장대교라고. 얼마 전에 장항 갔더니, 제가 이십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선지 해장국을 먹었던 ‘도선 식당’이라는 게 있었는데, 도선함에서 기다리는 거죠, 그 식당에 글자가 적혀 있더라고요, 뒷벽에. ‘도선 식당’이라고. 장항 사람들은 기억을 못 하는데, 식당이 있었던 거를. 그 글자 하나가 당시 20여 년 전에 장항과 군산이 배로 이어져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그래서 ‘군장’문화권이라고 하거든요, 거기를.
◇ 이성규> 군산·장항이라고 해서 ‘군장’이군요?
◆ 김시덕> 도가 다르고 다리가 없지만 배로 이어지는 곳이었던 거죠. 그런 도시도 있고. 서울같이 강남, 강북이 하나의 도시로 묶여버리는 바람에 다리를 열 몇 개를 넣어야 되는 도시도 있는 거고.
◇ 이성규> ‘군장대학’이라고 있는데요. 그 ‘군장’이에요?
◆ 김시덕> 그게 그 ‘군장’입니다. 군장문화권. 그래서 장항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인데 도시가 아니죠.
◇ 이성규> 옛날에 제련소 있지 않았어요?
◆ 김시덕> 장항제련소. 그 덕분에 주변이 아직도 약간 오염 지대이기는 합니다만 군장대다 보니까 장항은 서천읍에서는 약간 외지에 있거든요. (사람들이) 차라리 군산에 붙여달라고. 우리 전라북도 가겠다. 민중의 심리라는 게 있고 행정은 하지만 충남은 내놓을 수 없죠, 땅을. 이런 관계도 뭘까. 민간 관계. 이런 걸 하나하나 생각하며 다닙니다.
◇ 이성규> 그런 걸 연구를 하시는군요. 얼마 전에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담으셔서 ‘우리는 어디에 살아야 하는 건가’, 정확하게는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이런 제목의 책을 내셨어요. 제목이 약간 풍수 같기도 하고 일단은 강렬한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 김시덕> 제가 원래 붙이려고 했던 제목은 ‘인문학자의 임장’이라는 건데, 임장이라는 게 답사의 부동산 용어입니다. 부동산 분들은 아파트 보러 가는 것을 ‘현장에 임한다’, ‘임장’이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 책 전에 답사 책을 세 권 냈었는데, 열린 책들이라는 데에서. <서울 선언>, <갈등 도시>, <대서울의 길>. 그래서 그 제 책을 내고 반응을 보니까 뜻밖에 부동산 하는 분들이 제 책을 보시더라고요. 저는 의식을 안 하고 썼는데 자기들이 투자할 예정지 분양 예정지를 저는 마지막으로 가서 기록하는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자기가 살 구입한 아파트의 이전 역사, 땅의 역사를 보고 싶을 때 제 책을 이용하셔서. 한 번 정도 이분들을 위해서 사용 설명서를 제공해 드리자, 그런 차원으로 쓴 책이 이 책입니다.
◇ 이성규> 독자들은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를 읽고 반응은 어떠셨어요?
◆ 김시덕> 현재 제가 낸 책 중에 제일 많이 나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이 책을 썼던 건 아래 조그맣게 글씨가 있습니다만 구입할 곳과 거주할 곳이라는 걸 같이 보자는 거였죠. 한국에서 집값, 집이라고 그럴 때는 기본적으로 아마 강남 아파트, 신축 아파트를 떠올리실 거고. 서울의 집값이 폭락했다고 할 때. 그리고 집이라고 하면 투자해서 올라야 한다는 강박들이 있는데, 이미 강남은 저들만의 리그가 된 거고. 많은 사람들한테 그건 이제 관계없는 상황이 돼버렸거든요. 다들 집을 정말 편하게 산다는 생각을 안 하고 여기 사면 ‘얼마 오를까 ’생각을 하는 거 보니까, 제가 봤을 때는 중요한 걸 몇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교통 문제나 환경 문제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좀 다뤘죠. 기존에 봤을 때 부동산 쪽은 경제적인 것, 투자하면 얼마 나온다. 그리고 토목적인 문제, 그리고 법률적인 문제, 보증이라든지. 이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보는데, 이거 말고 제가 봤을 때 중요한 게 좀 있었거든요. 안보 문제. 왜 아파트는 강남에 많은가, 이런 건 사실 박정희 정권 때 북한과의 관계 문제가 있고 그리고 신도시 개발할 때 주변에 공장지대라든지 폐수, 오염 물질 같은 게 있는데 말들 안 하고 분양하더라고요. 그건 일종의 사기라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 이성규> 또 어느 기록을 봤더니, 지역 탐사 가실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시덕> 제가 면허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거고 도시를 주로 보기 때문에 사실 대중교통으로 다녀도 충분하죠.
◇ 이성규> 밑으로는 안 가고 주로 위에?
◆ 김시덕> 그건 아닙니다. 요즘에는 충청도 쪽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가면 차를 얻어 타고, 혼자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버스로 탑니다. 버스로 가야 보이는 게 있거든요.
◇ 이성규> 그러면 서울에서도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주로 타시겠네요.
◆ 김시덕> 예전에는 지하철 애호가였는데 어느 순간 버스로 바뀌더라고요.
◇ 이성규> 아까 장항에 군산, 이렇게 연결되는 나룻배도 보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간판, 벽보, 현수막 이런 자료들도 꼼꼼하게 보시나 봐요?
◆ 김시덕>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문자 자료인 거죠. 민속학에는 문자 자료랑 비문자 자료라는 구분이 있는데 순수하게 간판 같은 건 보면 그냥 가게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이 가게 주인의 지역 출신이라든지, 어느 몇 년 전부터 영업을 했고, 어떤 형태의 간판이 있는 곳은 80년대에 번성했다든지. 그게 구분이 됩니다, 지역적 성격이. 그런 걸 좀 꼼꼼하게 읽고 싶었던 거죠.
◇ 이성규> 그동안에 여러 가지 문헌, 고문서 자료, 이런 부분들을 보신 것과. 또 직접 발로 뛰어서 현장을 아까 ‘임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걸 바탕으로 해서 책을 쓰셨을 텐데 그 책에 보니까 ‘행정의 연속성’, 그 다음에 ‘관성’ 이런 표현을 많이 쓰셨더라고요?
◆ 김시덕> 그렇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연속되는 시기가 있고 단절된 시기가 있는데, 저는 개항 이전의 한국과 이후의 한국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국제적 국가가 됐고. 그때 만들어진 각종 도시계획들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공무원들은 민족 같은 거 관계없이 고려가 됐든 조선이 됐든 총독부가 됐든, 이거를 실현시키고야 말겠다는 관성이 있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게 세종 신도시 같은 거죠. 박정희 때의 임시 행정수도를 결국은 실현시킨 거니까. 이런 문제를 꼼꼼히 보면 미래의 형태도 예측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역사도 같이 공부하셔야 되겠네요.
◆ 김시덕> 그렇죠. 역사도 해야죠.
◇ 이성규> 예를 들어서 올해 8월처럼 비가 집중적으로 단 시간에 많이 내렸지 않습니까? 이때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고 강남은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단 말이에요. 도시 문헌학자가 보기에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고, 또 이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게 좀 보이나요?
◆ 김시덕> 예. 제가 이런저런 데서 강조를 했고 이번 책에도 강조를 한 게, 서울 및 중부 지방에서 가장 중요했던 홍수가 1925년 홍수거든요. 그걸 ‘을축년 대홍수’라고 그러는데, 한국의 많은 기상 정보는 그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충격이 컸기 때문에. 그래서 총독부가 너무 이게 심각했기 때문에 그걸 복구하는 과정을 책으로 출판해 냈었어요. <1925년 조선의 홍수>라고. 거기 보면 각 주요 강들의 홍수, 범람 상황이 표시가 돼 있습니다. 보면 강남은 그냥 초록색입니다. 다 물에 잠겨 있어요. 그 중에도 보면 논현, 언덕현, 대치, 언덕치, 이런 데는 살아남아 있는. 봉은사라든지. 사람들이 이번에 강남이 어떻게 물에 잠길 수 있냐고 하는데 강남은 제 기억만 해도 네 번 다섯 번 잠겼습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도. 앞으로도 또 잠길 거고. 그런 중에도 섬세하게 구분해서, 강남이라 다 아시겠지만 계곡과 언덕이 있잖아요. 계곡 쪽은 좀 피하시고 언덕 쪽에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옛날 지도를 가지고도 추정할 수 있는 게 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책을 낸 김시덕 박사와 함께 살기 좋은 곳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좀 언덕에서 사시랍니다. 저희가 이쯤 노래 한 곡 듣고 가는데요. 김시덕 박사님, 어떤 노래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 김시덕> 저는 원래는 샘 스미스의 최신 곡인 'Diamonds'라는 노래를 말씀 드렸는데 없다고 그래서 그분의 다른 노래가 아마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그러면서 다시 선정해 주신 노래가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 한번 들어보시죠.
샘 스미스(Sam Smith) / 'I'm Not The Only One' Play
◇ 이성규>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 듣고 오셨습니다.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와 함께 우리가 어떤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I'm Not The Only One', 이거 어땠습니까?
◆ 김시덕> 여러분들이 많이 들어보셨을 감미로운 노래죠. 원래 듣고 싶었던 노래는 이거보다 좀 강렬해서,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분이 단순한 발라드 가수가 아니라는 거를 보여준 거라서 꼭 추천드립니다.
◇ 이성규> 안보를 아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깜짝 놀랐는데, 왜 시설이나 인프라를 만들 때 기준이 안보가 되는지, 그에 대한 설명 좀 더 해주시겠어요?
◆ 김시덕> 안보였던 시절이 컸고 지금은 북한과의 문제인데요. 북한 측의 전쟁 방식이 재래식 무기였을 때는 안보가 대단히 중요했고. 말하자면 서울은 최전방이었던 거죠. 지금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 의한 남한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핵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경기 북부 지역의 압력이 줄어들었다, 이게 핵심입니다. 잘 기억하시겠습니다만 박정희 정권 때 끝없이 신도시 남쪽에 만들고 강남으로 이전하고. 결국은 임시 행정수도 만들었던 게 유사시에 제2한국전쟁이 벌어지면 강북의 인구가 많으면 안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은 강남 지역이 물에도 잠긴다고 말씀드렸지만 사람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에요. 그래서 버려져 있다 보니까 신도시를 만들 만한 땅이 있었던 거죠. 강북이 살기 좋은 곳인데, 언덕도 많고 물 안 넘치고. 6.25 때 워낙에 잔류파, 도강파라고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남겨진 사람과 도망갔던 사람 간의 갈등이 심각했고. 그러다 보니까 박정희 정권은 기본적으로 인구를 내려보낸다. 그래서 강남 개발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을지로 지하상가 같은 지하 상가를 만들고, 방공호로서. 그리고 대공포 무기 숨기기 위해서 터널을 만들고. 남산 1호, 2호, 3호 터널.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저격수들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저격 시설을 만들고. 잠수교도 북한이 공격을 하더라도 다리가 하나 더 남을 수 있도록, 전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이중으로 만들었죠. 기본적으로 서울과 경기권은 군사적 목적으로 도시가 조성됐다. 경제적 목적이 아니었다는 거죠. 이거는 현재는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습니다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신도시를 만들거나 도시 구성을 할 때 기능하고 있다는 얘기합니다.
◇ 이성규> 그런 것도 아까 말씀하신 관성, 이런 건가요?
◆ 김시덕> 이거는 관성보다 현재도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그런 측면도 있지만 또 도시를 만들 때에 분산이라든가, 그런 개념도 적용되지 않나요?
◆ 김시덕> 맞습니다. 아마 다음 질문하고 한번 묶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혁신도시하고 정부청사들의 지방 이전 문제인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의견들이 있을 겁니다.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서울과 부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거고.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 흐트러뜨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저는 경제적으로는 집중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국제적 도시고 나머지 도시들과는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걸 인정해야 되는데. 정치는 효율을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거고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건 분산이 맞다,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한국은 공무원분들이나 정부가 자꾸 기업처럼 행동하려고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을 하죠.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면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해서 나주라든지 진주라든지 많이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때 서울·경기권에 있었던 젊은 친구들이 대거 사표를 냈어요. 서울·경기 바깥에 못 나가겠다고. 공공기관을 이전한 지역에 젊은 친구들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게 바라는 효과라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지방 친구들이 서울 와서 공시 공부해서, 서울에 살면서 하숙비 내고 하는 거였거든요. 이게 저는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부분에서는 현재는 균형 발전이 맞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는 집중을 막으면 안 된다. 기업을 강제로 끌어들여서 대구에 보낸다든지, 이거는 정부가 강제하면 안 된다. 이건 기업 논리로 해결할 일이라는 거죠.
◇ 이성규> 그러면 결론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요?
◆ 김시덕> 기업들은 하게 내버려두고, 정부는 계속해서 내려보내야죠. 아직도 서울에 너무 많습니다.
◇ 이성규> 그러니까 공공기관은 분산을 할 수 있으니, 정부가.
◆ 김시덕>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가 수도 이전의 대상에서 제외된 헌법재판소 판결은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갔었어야 된다는 거죠. 세종은 정치, 서울은 경제로 갔었어야 되지 않는가.
◇ 이성규> 그런데 그런 정책을 떠나서, 내가 살 곳을 찾는다거나 또 부동산을 살 때 앞으로 좋아질 곳, 또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많이들 좋아하실 텐데. 그렇더라도 봐야 될 게 또 있겠죠?
◆ 김시덕> 많죠.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의 부동산이라고 할까요, 집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경제, 토목, 법으로만 봤던 것 같아요. 근데 경제, 토목공학 그리고 법률적 문제. 이 집을 샀을 때 어떻게 되냐. 근데 저는 이제 인문학자로 봤을 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안보 문제가 너무 도외시돼 있다. 이게 어떤 거냐면 경기도 북부 파주라든지 철원을 투자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이거는 본인의 정치적인 견해와 대단히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거죠. 통일이 가까이 있다고 믿는 분은 파주에 투자하시는 것이고, 대규모 개발 지역으로써. 거기는 개발이 안 될 것이라 믿고 전원주택을 지을 겁니다. 대단히 자기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 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이건 안보적 요인. 그리고 이번 8월, 9월의 서울과 포항 지역의 홍수 폭우 때도 봤습니다만 ‘숲세권’이라는 얘기는 사실 저는 재난 취약지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이런 환경 문제라든지 안전 문제에 대해서 둔감한 게 있다. 자기 아파트 뒤에 옹벽 10m 있으면, 창문 열면 산바람 들어오니까 에어컨 안 들어도 된다고 좋아하시는데 사실 그건 산사태 위험지역이라는 얘기거든요. 이런 거를 너무 말하지 않아왔다, 이제까지. 제가 책 내고 나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거까지 따지냐고 하는데 이런 거 안 따지는 분들이 법률적 문제는 열심히 잘 따지시더라고요. 인간은 그렇게만 사는 게 아니라는 게 제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질문입니다만 교통 문제를, 저는 철도나 도로 답사를 많이 하거든요. 역이 생기면서 어떻게 바뀌고 하는 문제. 서울이나 부산 분들은 모든 열차가 똑같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열차는 지하철이다. GTX도 지하철일 것이다. 예를 들어 GTX는 철도거든요. 지하철이 아니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부동산 하는 분들이 특히 호재라고 너무 이렇게 띄우다 보니까 일반 소비자분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이건 조금이라도 도로교통사회학을 공부하시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고 너무 쉽게 속으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 이성규> 구체적으로 뭐가 속는 거죠?
◆ 김시덕> GTX 만들어지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연관되어지는 것처럼 대규모로 이 지역이 역세권으로 뜰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 GTX는 그게 아니라 KTX, 고속철도의 약간의 도시 버전이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발전되지 않을 거고. 지하철 2호선 만들어진 것처럼 만들어지지 않을 거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열차가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고 그러면 반드시 지하철로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러면 “여러분의 동네에는 열차가 안 다닐 겁니다”라는 말을 전 드리곤 합니다. 지상으로 다니면 금액이 싸게 들고 여러분의 동네에도 열차가 들어갈 수 있는데, 한국이 한동안 열차를 도외시하다가 갑자기 열차에 꽂히셔서 다 지하철 깔아달라고 그러는데. 한국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는 거다, 그런 걸 판단을 하시고. 현실적으로 지자체에 요구한다든지, 내가 사려는 집에서 집에 대해서 이런 얘기가 있을 때 사리 분별하셔야 된다. 이게 맞는 얘기인지 아니면 뻥튀기를 하고 있는 건지. GTX 역이 만들어졌을 때 지하철 2호선이나 8호선까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 겁니다. 이거는 교통 쪽에서는 상식적인 얘기인데 이거를 일반 시민 분들이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서 좀 강조를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
◇ 이성규> 기록에 보니까 김시덕 박사님께서 서울시 고도제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시더라고요?
◆ 김시덕> 지난 서울시장 때도 35층 제안이 있었고 그리고 이런저런 경기도 시장 분들 만나고 해도 30층 넘어가는 거에 대해서 어떤 분은 ‘끔찍하다’는 표현을 쓰시던데. 어떻게 홍콩 싱가포르처럼 될 수 있냐고, 도시가. 저는 그런 것이 농촌적 마인드를 가지고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데서 오는 문제라고 보고 있죠. 도시는 도시다워야 된다는 건데, 우리가 높이를 너무 무서워하다 보니까 옆으로만 퍼져나갔다. 저는 도시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서 요즘에 농촌을 갑니다. 교외 지역을 보면 농촌 지역이 너무나도 파괴되고 있어요. 도시를 위로 못 올리다 보니까 옆으로 ‘스프롤(sprawl)’이라고 그러잖아요. 농촌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쫓아내면서 그리고 도시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을 길게 만들고. 그러면서 탄소 발자국도 길어지고. 그리고 도시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서 살기 좋은 곳이 되다 보니까 새로운 참여자가 못 들어오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쓴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부티크(boutique) 도시’라는 표현을 썼는데, 18세기 파리는 고밀도 도시였기 때문에 고흐 같은 가난뱅이 화가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 걸 너무 소중히 여겨서 그 이상의 개발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이젠 새로운 고호가 못 들어간다. 전 도시가 혼종이 되고 잡종이 되길 바라거든요. 그러려면 위로 올림으로써 집을 늘리고, 살고 싶은 모든 계층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해야 된다. 그래서 고도 제한에 반대합니다.
◇ 이성규> 그것도 고도 제한하는 거나 제한을 푸는 거나를 떠나서 또 신도시, 원도심. 이런 부분에 대한 극명한 대비 관계가 있는데, 개발하다 보면. 이런 방식은 어떤 거죠?
◆ 김시덕> 원도심은 예를 들어 떠오르는 게 을지로 4, 5, 6가나 영등포 구도심이 떠오르는데요. 이런 지역은 아마 개발되지 않을 겁니다. 식민지 시기 때 현재 도시 모형을 갖췄고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남을 것이고 신도시가 주변에 만들어지고 있는데. 저는 요즘에 답사하면서 느끼는 결론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낡고 꾸불꾸불한 거를 좋아한다. 먹자골목이라든지, 수제거리로서. 그러니까 요즘에 LH라든지 개발할 때 보면 농촌 지역을 싹 밀어버리고 새로 선을 그어버리거든요. 그리고 아파트 지역, 단독주택 지역, 상업지역을 구분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동네에 있었던 읍내라든지 이걸 원도심으로 남겨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신구 조화를 이루는 게 맞다. 이건 인간의 본능적인 거다. 근데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상가 지역을 새로 개발해서 분양을 해줘야지 이익이 높아지거든요. 그런 건데 그 방식 하지 말고 농촌도 파괴되니까 그대로 그냥 흡수하는 식으로 해서.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도시를. 도시는 간명하면 망한다는 거였습니다.
◇ 이성규> 마지막으로, 어디서 살아야 되죠?
◆ 김시덕> 저는 여러분이 정말로 어디를 좋아하는지를 한 번도 질문을 안 해보셨을 거다, 내 스스로에 대해서. 어디 집값 오르냐만 평생 들어오셨다. 흔히 제가 드리는 말씀이 산 좋아하시는 분이 서울 강남 사면 안 됩니다. 서울 강남은 좋은 산이 없어요.
◇ 이성규> 구룡산이 있지 않습니까?
◆ 김시덕> 구룡산은 언덕이죠. 북한산, 도봉산이 있는 우이동이나 삼양동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강을 좋아하거든요. 평지 좋아하고. 저는 파주 북부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이 질문도 던져야 되는데 이제까지 집값 오르냐만 봤던 거예요. 그러니 본인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를 되물어보시라는 답을 드리곤 합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도시 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와 우리가 함께 사는 도시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어디서 살아야 될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시덕 박사님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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