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산대교 보수공사의 심각한 실태, YTN이 서울시 감사결과를 토대로 연속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보수공사 업체는 균열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고, 서울시는 규정에서 벗어나 쪼개기 발주와 엉성한 계약관리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산대교 남·북단 성능개선공사의 부실함이 낱낱이 드러난 계기가 된 건 바로 바닥 판에 생긴 균열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감사해보니 시공사는 이미 바닥 판을 설치하자마자 이 균열을 발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단 바닥 판 설치가 끝나고 초기점검에서 드러난 균열이 900개.
점검업체가 "이 상태로는 바닥 판 상태가 C 등급 이하로 나올 수 있다"고 시공사에 이야기하자, 시공사는 감리사와 서울시 몰래 이를 임의 보수하고, 보수가 끝난 상태를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점검업체와 입을 맞췄습니다.
더 황당한 건 점검업체가 보수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고 최고인 A 등급으로 보고를 올린 겁니다.
이들 은폐 업체들의 계약 과정은 더욱 수상했습니다.
원래 성산대교 보수 공사 같은 경우는 전체를 단일공사로 발주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다리를 3개로 쪼개서 발주했습니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필요한 사업인데 엉뚱한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를 입찰자격으로 두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업체가 입찰에 유리해졌고, 사업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안전 기준도 완화됐습니다.
[김영환 / 건설품질안전기술원장 : 이렇게 분리해서 발주해버리게 되면… 저급한 품질관리 활동만을 요구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품질관리 측면에서는 굉장히 약화 돼 버리니까.]
심지어 남단에서 금이 간 바닥 판을 만든 업체는 하도급 관계도 없고 무면허에 기술도 없는 엉뚱한 업체였습니다.
시공사가 하도급을 준 업체가 불법 재하도급을 맡겼는데, 시공사는 심지어 불법 재하도급 업체도 아닌 제3의 업체가 바닥 판을 만드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고도 눈감았습니다.
성산대교 북단에서도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가 다른 회사 실적을 가져다 하도급 승인을 받아 감사위원회가 '특혜'라고 명시하기까지 했습니다.
[김영환 / 건설품질안전기술원장 : (건설안전 분야의) 선도자 역할을 하던 (서울시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는 계약부터 시공과 감독까지 종합적으로 문제투성이였습니다.
쪼개기 발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서울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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