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으로 신축 건물 여러 채가 맥없이 붕괴하면서 분노가 일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습니다.
BBC는 9일 보도에서 튀르키예의 건물 안전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잔해로 변한 신축 건물 3곳을 조사했습니다.
BBC는 먼저 지진파가 몰아치던 당시 붕괴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된 한 건물을 수소문했습니다.
추적 결과 무너진 해당 건물은 튀르키예 중부 말라티아에 위치한 아파트로 2022년 완공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 있는 16층짜리 건물도 불과 2019년에 세워졌지만 이번 지진으로 대파됐습니다.
'붕괴한' 안타키아의 9층짜리 또 다른 아파트도 불과 2년 전인 2019년 11월에 준공한 건물로 밝혀졌습니다.
2019년 해당 아파트의 준공식 영상에서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가 "건설 품질 면에서 다른 프로젝트보다 특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BBC에 자신이 하타이 지역에 지은 수백 채의 건물 중 불행히도 3개 단지만 붕괴됐다"면서 지진이 너무 세서 어떤 건물로 온전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BBC는 보도에서 "비록 지진이 강력했지만 제대로 지어진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비상계획'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알렉산더 교수는 "이번 지진의 최대 강도는 폭력적이었지만 잘 지어진 건물들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흔들림의 정도가 최대치보다 낮았기 때문에, 붕괴한 수천 채의 건물들 대부분이 내진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는 지난 1999년 북부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해 1만7천여 명이 숨진 이후 건축 내진 규정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진 설계 규정이 "기존 건물의 개축 과정에서는 물론 신축 현장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알렉산더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BBC는 튀르키예에서 내진 설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로 오래된 법적 관행을 꼽았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건축 구조물이 비록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벌금부과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양성화 제도를 1960년대부터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외 적용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튀르키예 공학기술자 건축가 회의소'의 이스탄불 지회장인 펠린 기릴리오울루는 남부 지진 피해 지역에서만 최대 7만5천 채의 건물이 양성화됐다고 밝혔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투르키예에서는 최근 지어진 건설 공사에 대해 양성화를 추진하는 법안이 의회에 계류돼 있었습니다.
올해 초 튀르키예의 저명한 지질학자인 젤랄 솅괴르 교수는 활성단층 위에 있는 나라에서 그러한 건설 양성화는 '범죄'나 마찬가지라고 개탄한 바 있습니다.
BBC는 2018년 튀르키예 당국의 정보를 인용해 당시 튀르키예 건물의 50%인 1천500만 채가 규정을 위반해 지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최근 지진 참사 이후 발표를 통해 "현 정부에서 지어진 건축물 가운데 붕괴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YTN 임수근 (sglim@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