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고(勸告), 현재 제기되는 풍력 발전의 문제를 전해드리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인데요.
풍력발전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일정하게 내뿜는 100㎐(헤르츠) 이하 저주파 소음 때문입니다.
정부는 주거지역과 1.5km 떨어진 곳에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강제력이 없는 탓에 피해는 주민 몫입니다.
홍성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무안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로 거대한 풍력 발전기입니다. 정식 가동을 앞둔 풍력발전기, 그런데 마을과 가까워도 너무 가깝습니다.
마을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4대.
가까운 것은 민가와 직선거리로 300m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아직 시험가동 중이지만, 주민들은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합니다.
[김정자/전남 무안군 운남면 : 소리가 밤에도 바람 불 때는 지붕 위에서 몇 대가 돌아가 버려, 비행기가, 비행기가 돌아간 것처럼 하더라니까?]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도 바로 옆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탓에 밤잠을 설칩니다.
[양식장 운영 주민 : 풍속이 한 6~8m/s 정도 될 때 그때 와보면 사람이 서 있기 무서울 정도예요. 그 정도로 왱 왱 막 돌아가요.]
공사 전부터 수도 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주민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습니다.
[모종국/전남 무안 운남면 주민 : 주민설명회나 동의서나 아무것도 받지 않고 무안군에서는 무조건 허가를 내줬어요. (마을과) 200m 거리도 안 되는데 이렇게 세워놓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살겠어요.]
환경부는 지난 2016년, 주거지역에서 1.5km 이상 최대한 떨어져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전남 영광 또 다른 마을도 같은 피해를 호소합니다.
2019년부터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 수십 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소음에 주민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김영례/전남 영광 창우마을 주민 : (소음 때문에) 약을 다 먹는다니까요. 저(풍력발전기) 소리 들리니까. 저 소리가 얼마나 나는지 못 자요. 신경이 예민해져서.]
참다못한 주민 163명이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했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조사에 나섰습니다.
마을에서 불과 300~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풍력발전기에서 소음 피해 한계치인 45db을 두 배 가까이 초과한 80db이 측정됐습니다.
조정위는 이를 토대로 주민들에게 1억 3,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 피해가 인정된 첫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업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배상을 미루고 있습니다.
[손용권 / 농어촌파괴형 태양광·풍력 반대 전남연대회의 : 보상이 없어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요. 그것을 막거나 하면 소송을 하고. 이것은 그야말로 있는 자들의 횡포고 권력자들의 횡포입니다.]
강제력 없는 권고 사항으로 이격 거리를 명시한 환경부.
쉴새 없이 이어지는 소음 속에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입니다.
[이송 / 전남 무안군 운남면 주민 : 우리야 곧 죽겠지만, 이제 아이들이 여기 살러 올 텐데, 갑갑합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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