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탈' 줄줄이 집행유예..."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키워"

[앵커]
유명 가수부터 배우, 운동선수까지 뇌전증인 것처럼 꾸며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던 100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최근 법원에서 이들 대부분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웅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뇌전증을 앓는 것처럼 꾸며 병역 의무를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송덕호 씨.

검찰은 송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징역 1년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습니다.

[송덕호 / 배우 : (재판 끝났는데, 선고 결과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제 잘못 인정하고, 그거에 맞는 판결이 나온 것 같습니다.]

프로배구선수 조재성 씨와, 부장판사 출신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남성 등 다른 병역 면탈자들에게도 마치 공식처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조재성 / 배구선수 : (선고 받았는데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재판부는 실형을 면해 준 이유로, 이들이 초범인 데다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입대를 약속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으려고 속임수를 쓰는 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피하려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국가 안보 체계가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력을 유지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한 병역의무 이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병역 면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11명 가운데 실형이 확정된 사람은 6명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면탈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자칫 병역 기피를 시도해 봐도 되겠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냅니다.

[허동욱 / 대덕대학교 국방군사학부 교수 : 재판에서 실형 비율이 낮다는 것은 범죄자들에게는 병역 면탈 범죄의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병역 면탈 범죄를 죗값에 맞는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윤웅성입니다.



YTN 윤웅성 (yws3@ytn.co.kr)

영상편집 : 연진영
그래픽 : 권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