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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땐 한참 늦더니…재난문자로 아침 망친 서울 시민들

2023.05.31 오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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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땐 한참 늦더니…재난문자로 아침 망친 서울 시민들
사진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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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아이 셋을 둔 주말 부부 엄마입니다. 아침에 서울시 재난 문자 받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때 첫째가 와서 위로해 줬어요. '걱정 하지마 엄마, 아빠가 구하러 올 거야'"

"3고 수험생 딸을 깨워서 대피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자는 아이들을 깨워 무조건 뛰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보니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만 뛰고 있는 거예요."

아침 라디오 방송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음악 방송이라 보통 가벼운 일상이 사연을 메우는 데 오늘 아침은 다들 서울시 재난 문자였다. 진행자가 애써 위로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던 아침으로 생각하는 게 그래도 나을 것 같다"고… 마음은 알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 아침이다. 서울 시민 대부분은 이렇게 소중한 아침을 망쳤다. 세 차례 재난 문자가 왔었는지 모르고 깊은 잠을 잤던 사람들이 오늘 아침엔 '위너', 승자였다.

6시 41분에 시작된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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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땐 한참 늦더니…재난문자로 아침 망친 서울 시민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서울특별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22분 뒤.

[행정안전부]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특별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 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가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세 차례 북한 우주발사체 관련 재난 문자가 사람들에게 발송됐다. 출근을 준비하고 학교에 갈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이때 제일 바쁘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슷한 시각에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도 안 됐다. 재난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한꺼번에 접속하려 했던 것 같다.

이 와중에 서울시와 행안부는 서로 '네 탓'이라 한다. 행안부에선 서울시가 문자를 잘못 보내 놓고 이후 처리 작업도 늦었다며 행안부가 빨리 조치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는 6시 30분에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지령방송이 수신되었다며 이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반박한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국민과 시민에겐 모두 '정부'다.

이태원 참사 때는 한참 늦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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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땐 한참 늦더니…재난문자로 아침 망친 서울 시민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안전포털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29일에서 30일 사이 서울시는 모두 7차례의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첫 문자를 보낸 건 밤 11시 56분.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문자 내용만 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교통 통제가 핵심이었다. 이마저도 112 최초 신고가 접수된 게 오후 6시쯤이고 오후 10시쯤 100여 건의 신고가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때의 서울시는 늦어도 한참을 늦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는 재난 문자 발송을 크게 늘렸다. 이 정도 내용도 보내나 할 정도의 문자도 적지 않았다.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 관련 서울시 재난 문자로 시민들은 저마다 공포감과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예전에 민방위 훈련 방송 내용도 그랬다. 당시에는 훈련인데도 '실제 상황'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목소리 톤도 그렇고 실제 스피커로 하니 실감이 더 났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매번 강조하니 '진짜' 실제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늘 궁금했다. 경고가 부풀려지면 공포가 되고 만에 하나 이를 이용한다면 '행정'이 아니라 '정치'로 오해받을 수 있다. 오늘 주요 뉴스 헤드라인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가 아닌 서울시 재난문자로.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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