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군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하마스의 유력 정치인 야히아 신와르(61)와 군부 지도자 모하메드 알 데이프(58)가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꼽힙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사형수가 형장으로 이동할 때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죽을 운명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 부대를 긴급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하마스 수뇌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군부를 지휘하는 데이프는 이스라엘 군의 여러 차례 암살 시도에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유령으로 불립니다.
은둔과 비밀주의로 유명한 하마스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한방이슈'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베일에 싸인 유령'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
이스라엘군이 제거 대상 1순위로 지목한 모하메드 알 데이프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입니다.
직책과 역할에 대해서만 알려졌을 뿐 다른 부분에 대한 정보는 20년 전으로 추정되는 젊은 시절 사진 몇 장이 전부입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도 실루엣과 함께 목소리만 공개했습니다.
[모하메드 알 데이프 / 하마스 알카삼 여단 사령관 : 오늘은 세계에서 마지막 인종차별 정권인 이스라엘에 종지부를 찍는 위대한 혁명의 날입니다.]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보니 세계 최고로 불리는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갖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길거리에서 데이프를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데이프란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랍어로 '손님'이란 의미인데 20년 넘게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 데서 나온 별명입니다.
단 하루도 같은 장소에 머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를 '알 샤바', 즉 유령이라 부릅니다.
하마스 군부를 지휘하면서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소재도 좀처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데이프는 20년 가까이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96년 하마스 스승이었던 폭탄 제조자 야흐야 아야쉬가 이스라엘군이 휴대전화에 설치한 폭발물로 인해 사망한 직후부터라고 합니다.
당시 30살이었던 데이프는 이때 군부를 이끌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암살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모습을 감춘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시절 연극을 한 그는 카멜레온처럼 대중 속에 녹아드는 변장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마스, 데이프 지휘 아래 조직화된 군사 조직으로
데이프의 본명은 '모하메드 '디압 이브라힘 알마스리'입니다.
1965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서 태어났습니다.
1980년대 가지지구의 이슬람 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 생물학을 전공한 데이프는 '폭탄 제조 장인’으로 불립니다.
1990년대 자살 폭탄 테러에 사용된 폭탄과 하마스가 자체 개발한 로켓포는 모두 데이프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2009년 데이프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습니다.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테러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90년대 중후반 데이프가 하마스 군사 조직을 물려받았을 때 조악한 테러단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프의 지휘 아래 조직화된 군사 조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 1500명 규모이던 하마스 군사조직은 현재 최대 4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데이프는 다른 지도자들과 달리 중동을 돌아다니며 이란 등 외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이란의 자금과 무기 지원이 하마스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일부 지휘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란은 하마스에 연간 최소 1억 달러, 우리 돈 1300억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자금뿐 아니라 군사 훈련 역시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중 수니파는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유일합니다.
'가자 메트로'로 불리는 하마스의 거대한 지하 터널 역시 데이프가 주도했습니다.
하마스 창시자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지도자들의 은밀한 탈출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 데이프는 이란 등으로부터 무기를 밀수하고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데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이용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계속된 제거 시도에도 생존
이스라엘은 데이프 지휘 아래 급팽창하는 하마스의 군사력 증강에 불안해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차례 데이프 제거에 나섰습니다.
최소 7차례 암살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프에게 붙은 또 다른 별명,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입니다.
2001년과 2002년 헬리콥터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두 번째 공격에서 가자지구를 지나던 데이프의 차량을 요격했습니다.
경호원 2명이 사망했지만 데이프는 살아남았습니다.
당시 눈과 팔, 다리를 잃은 채 기어서 도망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데이프를 포함한 하마스 고위 지도부가 모인 집을 이스라엘 공군의 F-16 전투기가 폭격했습니다.
여기서도 데이프는 살아남았습니다.
다만 파편이 두개골에 박히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집트에서 3개월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금도 극심한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데이프는 자신이 순교자의 죽음을 원했지만 천사들이 자신을 계속 보호해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조차 그의 생존 기술을 "전설적"이라고 묘사할 정도입니다.
일각에선 데이프가 오래전에 죽었으며 선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화적 인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암살 시도 과정에서 2014년 이스라엘군이 데이프의 집을 폭격해 생후 7개월 아들과 3살 된 딸, 아내가 사망했습니다.
데이프는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하마스 내부에선 무장 저항에서 비폭력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이스라엘을 인정하자는 온건파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때 이런 주장을 밀어내고 무장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한 인물, 장기 부상 치료 후 총사령관으로 복귀한 데이프였습니다.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 목표물에는 데이프의 가족이 또 한 번 포함됐습니다.
아버지와 형제, 그리고 친척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습니다.
여러 명의 하마스 지도자들과 가족을 잃고, 자신 또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데이프의 삶은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증폭시켰을 겁니다.
이스라엘 암살 부대 목표는 테러리스트 정밀 타격
과거 팔레스타인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데이프는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보다 인기 있는 인물로 뽑혔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의 아픔을 안겨준 테러리스트이자 살인자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지정한 국제 테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현재 데이프는 500km에 달하는 미로 같은 가자지구 터널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쪽 눈은 실명 상태, 여기에 한쪽 팔과 다리가 없고,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입니다.
악조건 속에서 이스라엘 암살 부대는 유령으로 불리는 하마스 최고 사령관을 정밀 타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가전은 불가피합니다.
지상전은 피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 의지는 확고합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 장관은 "가자지구 지상 작전은 한 달, 두 달, 혹은 세 달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하마스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추적 자체가 복잡한 도전이며 이스라엘이 목표물을 제거한다 해도 전쟁을 종식시킨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입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기사 :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참조 : 위키디피아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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