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월 총선에 나설 여권 후보들은 요즘 '한동훈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주로 대통령을 내세웠던 예년 선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그 배경을 이종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국민의힘 최다선 중 한 명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이 최근 발간한 의정 보고서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커다랗게 실렸습니다.
불과 석 달 전, 보고서 같은 자리에 있던 윤 대통령의 사진이 한 위원장으로 바뀐 겁니다.
[정진석 / 국민의힘 의원(지난 14일) : (이번 총선은) 운동권 이념 세력 대 미래 준비 세력의 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미래 준비 세력의 중심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습니다.]
같은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이종배, 엄태영 의원도 한 위원장과 찍은 '셀카' 사진을 의정 보고서에 올렸고,
대통령실 출신 총선 출마자들까지, SNS '대문 사진' 등을 통해 한동훈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연초 한 위원장의 전국 순회 일정에선 초선은 물론 중진까지, 현역 의원들의 사진 요청이 곳곳에서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전봉민 /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지난 10일) : 우리 부산 발전 이뤄낼 수 있도록 우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가시겠습니까. (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라면 가능하겠습니까. (네).]
사실상 공천권을 쥔 당 사령탑이라지만, 집권 여당 선거의 통념이던 '대통령 마케팅'을 대체하는 건 분명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저조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여당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창현 / 국민의힘 경기도당 고문 (지난 5일) : (한) 한몸 한마음을 갖고, (동) 동료 경기도 1,400만과 함께, (훈) 훈훈한 바람을 불어넣어 승리합시다.]
여의도 입성 이후 진영 내 '팬덤' 현상까지 몰고 온 한 위원장의 인기를 총선에 적극 활용하려는 당 차원의 전략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그제) : 이미지를 그렇게 소모하면 안 된다, 너는 소모 당할 것이다, 이렇게 충고하셨습니다. 지금은 아니라고. 저는 4월 10일까지 완전히 소모되겠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야권에선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피습 사건 이후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 일성에서, 한 위원장을 겨냥한 메시지가 아예 없었던 건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7일) :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이, 정부 여당이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가,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꿨는가, 후퇴시켰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이후 윤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가 유일했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 입에서 자주 언급되던 대통령 이름도 사실상 사라졌는데,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용산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용산발 이슈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와 함께 자신을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만큼 외연 확장과 당정관계 재정립이란 숙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한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YTN 이종원 (jong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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