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개막한 2024 파리올림픽 선수촌에 전 세계 국가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불만과 우려가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재앙"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파리올림픽 선수단 숙소는 4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비치됐다.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만큼 선수들은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선수단은 '냉풍기'를 직접 들고 갔고, 수많은 선수들이 얼음 조끼를 입고 다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앞서 '친환경' '저탄소' 올림픽을 내세운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선수단 숙소에 에어컨조차 설치하지 않는다는 계획이 일찌감치 전해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직위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찬 지하수를 끌어올려 순환하는 공법으로 선수촌 안을 외부보다 6도가량 낮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테니스 선수 잭 드레이퍼는 BBC에 "4개월 동안 이런 더위 속에서 경기하지 않았다. 정말 힘들다"며 "선수들이 제공받은 물병이 시원하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뜨거운 물을 마시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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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 호킨스=틱톡
뿐만 아니라 일부 숙소 객실에는 커튼조차 설치되지 않아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더위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육상선수 샤리 호킨스는 최근 자신의 틱톡 계정에 커튼 없는 선수촌 숙소 영상을 게시했다. 호킨스는 창문 너머 훤히 보이는 앞 동 다른 나라 선수단의 숙소 창문을 보여주는가 하면, 옷을 갈아입기 전 조직위가 나눠준 대형 수건을 창틀에 붙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렇게 해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고 했다.
숙소 수용 인원 대비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테니스선수 코코가우프는 틱톡을 통해 "여성 선수 10명, 화장실은 2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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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단이 탑승한 셔틀버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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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고장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선수들=틱톡
선수들이 탑승하는 셔틀버스조차 에어컨을 켜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영 국가대표 김우민은 "버스가 너무 덥다. 창문도 못 열게 막아놨다" "다른 나라 선수 한 명이 버스에서 내린 뒤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셔틀버스 운행이 시간에 맞춰 돌아가지 않는 데다, 무더위로 인해 버스가 고장 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 틱톡에서는 버스가 고장나 하차한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이 보드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게끔 방해하는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촌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맛 없고 부실하다는 불만은 연일 터져 나온다. 앞서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 식당 메뉴의 채식 비중을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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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에서 제공하는 음식=AFP/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 선수는 영국 더 타임스에 "지난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질서가 있었는데 여기서 며칠 지내보니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난리 통"이라며 "이번 올림픽은 지속가능성을 높였고 채식 중심이라고 하던데 피크타임에 가면 닭고기 한 조각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독일 남자 하키 대표팀의 크리스토퍼 뤼르 역시 독일 DPA 통신에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재앙이다. 오랫동안 줄을 서야 하는데, 양이 굉장히 적다. 음식의 질도 특별히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 선수들은 별도의 식단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식 조리팀은 식품 변질을 우려해 육류, 채소, 과일은 프랑스에서 조달하고 쌀(잡곡 등) 1.5t, 김치 0.5t, 기타 양념류는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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