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에’.. ‘둥우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2024년 8월 YTN 아트스퀘어를 찾은 이는 ‘텅에’라는 키워드를 던져준 박지은 작가다. 작가는 ‘옻칠’을 활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보금자리’의 의미를 화폭에 담았다.
결혼 후 고향인 서울을 떠나 전주에 정착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가 생각하는 ‘보금자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 물음에 “내 마음이 편한 곳이 바로 보금자리”라고 답한다. 그런 작가의 생각이 작품 속 공간, 그리고 표현된 소재 곳곳에 오롯이 담겨있다.
박지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보금자리’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8월 31일까지이다.
▼ 다음은 박지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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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88-04-24-038) 45.5 x 65.4cm, Ottchil painting
Q. 이번 전시회는?
서울 출신인 제가 결혼하고 나서 ‘전주’라는 낯선 곳에서 살기 시작했거든요. 솔직히 전주가 처음 가본 곳이었고 조금 낯설기도 했던 곳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아이가 생기면서 여러 가지 환경적인 변화가 생겨서 그런지 제 마음에도 심리적인 변화가 많이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보금자리’라는 주제로 편안한 안식처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편한 곳이 내 보금자리다’라는 생각을 주제로 정하고 작업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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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267-03-19-002) 112.0 x 145.0cm, Ottchil painting
Q. 왜 옻칠인가?
제가 원래 동양화 전공을 했는데요. 흔히 ‘동양화’라고 하면 한지에 천연 염색을 이용한 약간의 유성과 수성, 그리고 우연적 기법이 더해져 심상의 표현을 담는 작업이 주가 되는데, 어느 순간 그런 흐름이 ‘자개’에서도 보여지더라구요. 그래서 자개를 보면서 한 번 이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고 대학원 때부터 시도를 해봤죠. 그 중에 작업을 하면서 보존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 시기에 자개의 접착성이 옻칠로 이어져야 더 빛이 난다는 걸 깨닫고 옷칠을 또 연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옻칠이 마침 제가 갈구하던 ‘보존성’을 제게 깨닫게 해 주더라구요. 광택이라든지 보존성, 방수성 등등이 너무 우수하다 보니 그때부터 옻칠 공부를 시작했고 이걸 계속해서 공부하다 보니 저만의 기법이나 방식이 필요하더라구요. 이제 회화적인 맛을 넣어야 되는 저만의 기법을 살리기 위해 지금까지도 계속 연구와 고민을 계속 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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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272-03-19-007) 70.0 x 90.0cm, Ottchil painting
Q. 작품의 구상은 어떻게?
많은 작가분들이 아이디어 스케치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는데, 저도 비슷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한 가지 작업을 하면서 그 다음에 어떤 작품을 그릴까 동시에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간혹 사전에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찾기도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다음 작품은 이렇게 해볼까, 아니면 이런 색감을 나타내볼까, 혹은 편안함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볼까, 이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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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57-04-24-007) 122.0 x 122.0cm, Ottchil painting
Q. 그래도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한 가지 작품을 고르기가 정말 어려운데요. 솔직히 모든 작품에 다 애착이 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전시해 놓은 작품들을 보면 제가 처음부터 작업해 온 과정들이 다 생각이 나거든요. 어떤 작품들은 울기도 하면서 작업한 경험도 있으니까요. 작품에서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에 더해 계속 그리니까 상상했던 것과 또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적인 제약도 많이 있고 하다보니 더 편안하고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 계속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과정들이 다 생각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제일 좋냐고 물어보신다면, 정말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아무래도 가장 처음 시도했던 작업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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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민이 있다면?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작품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부터 끝나는 단계까지 모든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처음부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매우 집중해서 작업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작가분들처럼 작업하면서 음악도 안 들어요. 음악이 너무 좋으면, 그 음악에 제가 끌려가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감정이 너무 다르게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가 너무 무서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면, 작품 자체에 최대한 집중하고 작업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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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66-04-24-016) 53.0 x 45.5cm, Ottchil painting
Q.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작업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제 작품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옻칠을 이용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작품을 계속 만들겠지만 조금 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더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상상하고 있고,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작품들을 앞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제 목표이긴 한데요. 우선 저한테 주어진 전시 스케줄을 잘 차곡차곡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저는 배경에 어떤 색감 같은 거, 사실 제가 색도 보통 물감을 쓰는 게 아니라 매번 제가 만들어서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똑같은 색깔이 나오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 날씨의 영향, 혹은 건조 시간에 따라서 색깔이 조금씩이라도 변하기 때문이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가 계속 상상했던 어떤 편안함의 아우라를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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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266-03-19-001) 162.0 x 122.0cm, Ottchil painting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특별한 경험?
제가 우연적인 이미지를 내는 기법을 좋아하거든요. 처음에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인물화를 그리다 천연 염색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옻칠을 이용한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전에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옻칠을 이용한 접착이 작품의 보존이나 광택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자체적으로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하거든요. 제가 ‘보금자리’라는 주제를 표현하는데 계란 껍질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알 껍질이 사실 생명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보금자리잖아요. 그게 설경을 표현하거나 땅을 표현하는 작업에도 많이 활용하는데, 그게 옻칠만이 가능한 작업이거든요. 접착이 잘 되기 때문에 그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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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89-04-24-039) 45.5 x 65.0cm, Ottchil painting
Q. 관객에게 바라는 것
항상 그림을 그리면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저의 최대 고민이었어요. 제가 이 작업을 왜 하느냐, 도대체 그림을 그리면서 왜 그리는 지에 대해 모든 작가분들이 그런 고민을 할 거 같기는 하거든요. 저도 그림 그리면서 힘들 때도 많고 그렇긴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이를 낳고 2주 만 쉬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거든요. 힘들긴 했지만 그냥 작가로서 관객을 만나고 자꾸 전시장을 가서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무언가를 사회에 기여하고 있구나, 작가로서 전시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고 이렇게 제가 전시함으로써 좋은 영향을 주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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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상은 이렇게?
제 작품이긴 하지만 오히려 관객분들이 작품을 더 잘 봐주시고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편안함 같은 메시지가 있지만, 오히려 관객분들이 더 많은 피드백을 주세요. 그렇게 되면 다음 스케치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해서 전시할 때 좀 좋죠. 그냥 어떤 면을 봐야 된다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작품을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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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89-04-24-017) 53.0 x 45.5cm, Ottchil painting
Q. 작가에게 보금자리란?
무언가 마음으로 느껴지는, 내 마음이 진짜 편한 곳이 어떤 곳일까 생각하게 하는 곳이 보금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집 자체가 그냥 초라하더라도 그냥 아늑하고 고향 생각이 나는 그런 집이 정말 참 의미의 보금자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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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에 nest (452-04-24-002) 65.0 x 32.2cm, Ottchil painting
Q. 앞으로 작업 계획.. 포부 혹은 꿈이 있다면?
다행히 이렇게 작가로서 전시도 앞으로 많이 계획되어 있고, 이것을 차근차근 목표했던 대로 앞으로 계속 꾸준히 작업해 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지치지 않고 더 좋은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한 방식대로 천천히, 하더라도 마음을 다독이면서 앞으로 꾸준히 작업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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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홍보팀 이현섭 (hslee04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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