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0월 0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24조 잭팟’ 축포에 이어 원전 르네상스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원전 르네상스’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원전 사업에 언론보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은 언제부터 사용되었던거죠?
◇ 김언경 : 사실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K-원전 발전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K-원전 발전공약의 주요 내용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와 원전 수출을 통한 일자리 10만 개 창출,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과 원자력 수소 기술 개발 , 국민과 함께 하는 원자력 정책 추진 등이었습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그동안에도 언론에 언급되어왔지만요. 이 표현이 주된 키워드로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를 앞뒤로 ‘잭팟론’과 ‘원전 르네상스론’이라는 표현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나마 ‘잭팟론’은 덤핑·적자 수주 우려에 이어 한국 원전 모델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이 재차 불거지면서 가라앉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하여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과 체코가 ‘팀 체코리아’가 되어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발언한 이후 ‘원전 르네상스론’은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최휘 : 그럼 최근에 ‘원전 르네상스’와 관련된 보도들이 많이 있었나요?
◇ 김언경 :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원전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얼마나 등장했는지 검색해봤는데요. 윤 대통령 체코 방문 시기인 9월 19일부터 22일까지는 128건이었고요. 9월 16일부터 10월 2일까지는 173건입니다.
대표적인 관련 보도들 제목을 보면요. 10월 1일 조선일보 <사설/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9월 30일 한국경제 <전 세계에 부는 원전 르네상스>, 머니투데이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 체코 이어 슬로바키아에서도 <원전 잭팟?>, 한국경제 <커버스토리/'원전 르네상스' 한국도 다시 뛴다>, 머니투데이<'전력'이 국력, 원전도 '장수'해야 美는 80년까지 연장허가>, 9월 24일 매일경제 <매경포럼/“태양광 풍력 사업가로 변신해 나랏돈 쏙쏙 빼먹는다” 원전 르네상스의 적들> 9월 23일 한겨레 <쏟아지는 ‘원전 르네상스론’ 대박 시작인가, 환상인가> 등입니다. 이런 보도들 중에서 오늘은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를 중심으로 비교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최휘 : 그럼 말씀하신대로 우선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사를 중심으로 비교해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 김언경 : 조선일보는 10월 1일 사설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에서 원전 르네상스가 왔다고 윤석열 정부를 칭찬하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르네상스가 돌아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문에 고리 2,3호기가 운영 중단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자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사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전력 확보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원전 사고로 폐쇄됐던 뉴욕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향후 20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등 사례를 몇 개 나열하더니 “원전 이상의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AI 혁명이 도래하면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지적했는데요. “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가동 연장을 위한 보수가 끝났던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다른 원전 가동 연장 취소 등 각종 원전 자해 정책을 5년 내내 실행했다”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고리 3호기가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5년 자해’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중단된 원전 가동 연한 연장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라는 겁니다. 심지어 수명이 끝나면 당연히 안전성 검사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마저 “원전은 가동 연한이 있지만 이는 설계상 잠정적 수치일 뿐 실제로는 연장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미국엔 설계 가동 연한의 두 배를 운영하는 원전이 숱하다.”라고 깎아내렸습니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한 에너지’이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주장은 완전히 검증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원전 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원전 찬양론자들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최휘 : 그렇다면 말씀하신 한겨레 기사를 중심으로 비교해볼까요?
◇ 김언경 : 한겨레는 9월 23일 곽정수 기자의 <쏟아지는 ‘원전 르네상스론’…대박 시작인가, 환상인가>라는 보도에서 ‘원전 르네상스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말한 미국은 물론이고 스위스·이탈리아 등 기존 ‘탈원전’ 국가들이 신규 원전 추진을 하고 있죠. 이런 흐름이다보니 원전이 다시 부흥한다는 원전 르네상스론을 자꾸 거론하는 것입니다. 이 보도에서는 실제 스위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원전 확대론이 본격화하고 있고, “2022년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해 원전 투자 확대의 길을 열었다”고 상세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맞는 친환경 산업분류 체계로, 기업의 투자지침서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미국·일본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로 늘리기로 결의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원자력 정상회의’가 열렸다. 미국·중국 등 30여개국은 공동성명에서 기존 원자로 수명 연장, 원전 투자금 조달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한겨레 보도는 이처럼 “원전이 에너지 위기 해결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하면서, 향후 원전 활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는 겁니다.
◆ 최휘 : 원전 투자 확대의 기대를 낳은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가 확정된 이후 전세계 에너지시장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세계적으로 원전 부흥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김언경 : 한겨레 보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르네상스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원전 재가동 또는 신규 원전 건설 움직임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원전의 경제성이 타 에너지보다 낮고 안전하지도 않다는 평가는 이미 끝났다는 것입니다. 미국 MIT, 시카고 대학, 영국 왕립학회에서는 원전이 태양광발전보다 35∼45% 비싸다고 평가했습니니다. 원전 르네상스는커녕, 독일·대만·스페인 등의 탈원전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세계 에너지시장 흐름은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이전과 같은 원전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원전 르네상스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가 “원전 사고 위험성, 방사성 폐기물 처리 어려움 같은 안전 문제 때문만이 아니”고요.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원전 건설비가 대폭 증가하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원전 건설은 경제성을 이미 상실했다”고 본다는 겁니다. “앞으로 미국과 서유럽에서 신규 원전시장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한겨레 보도를 전하면요. 실제 유럽의 주요 원전건설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잇달아 좌초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는 영국 중부 앵글시섬에 원전 2기를 짓다가 공사비가 30조원 이상으로 급증하자 2019년 포기했습니다. 히타치는 이 사업으로 3조원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2013년 수주한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4기 건설의 비용이 2배로 급증하자, 2019년 두 손을 들었습니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EDF)가 짓는 영국 힝클리 포인트 시(C) 원전도 완공 목표가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미뤄지고 건설비가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파티흐 비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연합 내 원전 인프라 붕괴 등을 이유로 “(원전 르네상스는) 확실히 늦은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제성 상실로 원전 사업을 포기한 미국의 GE, 일본의 히타치·미쓰비시·도시바, 독일의 지멘스가 신규 원전 사업에 다시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외국계 에너지기업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 기업들은 원전 기술과 핵심 인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사업 중단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원전 르네상스가 맞다면 그들이 왜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 최휘 : 지난 5월 31일 정부는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해 2038년까지 대형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추가로 짓기로 했는데요. 소형모듈원전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 김언경 :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각국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전의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여러 국가가 소형모듈원전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해 개발 비용이 늘어나, 투자자들이 소형모듈원전 기술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와 올해 준공한 보글 원전 3·4호기와 핀란드가 지난해 4월 가동에 들어간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를 2022년 이후 원전 르네상스와 직접 연결짓는 한국 보수언론의 보도는 전형적인 아전인수 격의 부풀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글 3·4호기는 2012년 사업을 시작해 2016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건설비가 2배로 폭증하고 투자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하면서 7~8년 늦어진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글 원전이 ‘원전 부흥’의 시작이 아니라, 미국의 마지막 대형 원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킬루오토 3호기도 애초 2009년에 완료됐지만, 각종 기술 결함 등으로 가동이 14년 늦어졌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 등을 중심으로 ‘원전 르네상스’를 긍·부정 평가를 전해드렸는데요. 소장님은 우리 언론이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김언경 : 탈원전이냐 원전이냐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전은 결코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언론의 원전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도가 원자력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늘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비해서 원전 르네상스 등의 흐름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부풀려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보도하는 내용은 정말 극히 소수의 언론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가짜뉴스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입니다. 지난 9월 7일 강남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있었는데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7천∼1만 명이 모여 그야말로 강남을 가득 메웠지요. 이날 이들이 주장 중 세 번째 주장은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IPCC는 핵발전이 태양광‧풍력보다 탄소 감축과 비용면에서 훨씬 부족하다고 밝혔으며, RE100 본부도 핵발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발전은 한 번의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책 없는 핵폐기물과 방사능은 생태계와 지역주민들에게 무한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핵발전은 결코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언론은 이런 내용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보도해야 마땅합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나 인권이라는 분명한 철학적 입장을 갖고 보도해야 하는데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수준의 보도들이 많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 최휘 :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 김언경 : 네.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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