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만 명에 달하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중국 송나라 때의 옛 수도 카이펑을 점령했습니다.
한밤중에 몰려든 대규모 군중에 화들짝 놀란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통제에 나섰습니다.
베이징 강정규 특파원입니다.
[기자]
자전거를 탄 청년들이 도로 가득 메웠습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카이펑까지 50km 넘는 거리를 밤새 달려온 겁니다.
적게는 10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까지 제대로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카이펑 자전거 여행 참가자 : 힘내라! 힘내라! 열정(passion)!]
발단은 지난 6월 여대생 4명이 SNS에 올린 자전거 여행 영상이었습니다.
'관탕바오'라는 육즙 만두를 먹으러 한밤중에 무작정 떠난 게 크게 유행을 탔습니다.
[카이펑 자전거 여행 참가자 (지난 9일) : 자정 12시 '정카이대로', 이게 바로 청춘이고, 이게 바로 허난입니다!]
저마다 거리와 시간은 다르지만, 단돈 2,500원 안팎의 공유 자전거 요금만 있으면 준비 끝.
동트기 전 목적지에 도착한 친구들은 숙박비를 아끼려 공원이나 식당 등에서 쪽잠을 잡니다.
카이펑 고성 앞엔 아무렇게나 반납한 공유 자전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도 했습니다.
[카이펑 주민 (지난 10일) : 도저히 지나갈 수 없네. 차도 못 다니고, 성문이 꽉 막혔어요.]
대개는 오성홍기를 휘날리고, '조국통일' 같은 애국주의 구호를 외쳤지만,
'자유'나 '점령'처럼 민감하고, 도전적인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카이펑 자전거 여행 참가자 (지난 9일) : 8년 복무한 무장 경찰도 빠질 수 없죠. 카이펑 야습! 5년 공군도 카이펑 야습! 진격!]
수도 베이징으로 확산할 조짐마저 나타나자, 공안 당국은 부랴부랴 통제에 나섰습니다.
카이펑 주변 자전거도로를 폐쇄하고 공유 자전거의 도시 간 이동을 차단해 버린 겁니다.
일부 대학 기숙사에선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져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유 자전거 대군의 야습은 2년 전 '백지시위' 같은 시국사건으로 비화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팍팍한 청년들의 현실과 당국의 예민한 반응 등 중국 사회의 여러 단면이 엿보입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촬영편집 : 고광
디자인 : 박유동
YTN 강정규 (liv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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