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6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살다 보면요, ‘그건 상대적이야’ 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바사’ 그러니까 사람 바이 사람이라는 신조어처럼 물리적으로 똑같은 상황에 놓일지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 처리하는 방식 등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죠. 이 말을 기억하신 상태에서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200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A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통상적으로 자살에 이를 정도의 폭행은 아니었다, 판결했죠. 유가족과 학폭 피해자 단체는 당연히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또 같은 지역 여고생 1천 7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가 검찰에 제출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학생들이 나서 학교 폭력을 해결해 달라, 목소리를 높인 게 이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의 바람대로 A 양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졌을까요? 오늘 사건의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 이전에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으시죠?
◇ 이정민 : 그렇게 길게 일했던 건 아니라서 같이 했던 동료 교사들은 ‘인턴도 너보다는 좀 더 오래 했겠다’ 이런 얘기를 하긴 하는데요. 뭐 어쨌든 교직 실무를 겪어본 적은 있죠.
◆ 이원화 : 학교 폭력이라는 게 정말 물리적으로도 많이 늘기도 했고 그 형태도요. 저희 어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잔혹해지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 이정민 : 그렇죠. 사실 뭐 언제 어느 때라고 해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고 특히 옛날이라고 해서 심각한 사망 부상 이런 게 없었던 건 아닌데요. 요즘에 발생하는 학교 폭력은 좀 더 방법적으로 뭐라 그럴까요? 악랄하다 좀 더 교묘하다 이런 경향이 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이원화 : 저희 로펌에서도 정말 학교폭력 사건들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하잖아요. 케이스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아이들이 이 정도까지 한다고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변호사님 어떠세요?
◇ 이정민 : 제가 요즘에 접했던 신유형이라고 할까요? 예전에 보지 못했던 학교 폭력 중에서 무고하는 사건들이 조금 자꾸 기억이 나요. 옛날에도 사실 이렇게 무고가 전혀 없었느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조금 확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겪어왔던 학창시절 아니면 그 이전 세대들로부터 전해지는 얘기에도 허위로 신고해서 저 사람이 괜히 학폭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런 경우는 잘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요. 요즘에 학교 폭력 아니면 그리고 학교 폭력에 대한 처분 이런 것들이 좀 더 공론화되고 대입에도 반영이 되고 교육 당국에서도 좀 더 무게를 두고 하면서 ‘쟤 인생을 학폭을 걸어놓고 망쳐야 겠다’라는 식으로 없는 일을 다수의 학생들끼리 증인 몇 명 모아서 작당해서 신고하는 경우가 생각보다는 좀 드물지 않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허위 학폭 신고라는 학교폭력이 또 새로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이원화 : 맞습니다. 저는 어떤 걸 느끼냐면, 예전보다 사이버 폭력이 늘어난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데서 서로를 저격하는 그런 글을 올린다든지 심지어 제가 본 케이스 중에 제일 충격적이었던 거는 나무 위키라는 거 아시죠? 나무 위키에다가 어떤 특정 학생 이름 별명 걔에 대한 놀림거리들을 올려가지고 그냥 공개를 해버리는 거예요. 누구든지 검색해서 볼 수 있게 그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자,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은 2005년에 있었던 사건이죠?
◇ 이정민 : 이번 사건은 2002년 12월부터 충주 지역에 있었던 한 일진 동아리, 당시에는 불량 서클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요. 불량서클 ‘메두사’라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교사를 하기 전의 이 전형적인 아까 말씀드린 과격하고 폭력적이었던 그 전형적인 폭행이 만연한 학교폭력 사건이었고요. 피해자였던 A 양은 그 일진동아리의 여러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05년 10월 1일 충주 성서동에서 A 양은 메두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10월 3일 한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충주에 사는 학생이라고 하셨는데 사건은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했네요?
◇ 이정민 : 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 양이 충주에서 살았고 메두사가 충주 성서동에서 A양을 폭행한 것까지는 맞습니다. 다만 A 양이 그 폭행을 당한 직후 충격으로 가출을 했거든요. 그렇게 떠돌다가 시흥에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건데 A 양은 투신하기 전에 유서를 작성했었는데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학교 가기가 무섭다고 쓰여 있었다고 해요. 폭행 가해자가 있는 학교에 가기가 무서워서 가출한 직후부터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학교랑 멀어지고 있었던 거죠.
◆ 이원화 :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학교 가기 무섭다 학교 폭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로 보이는데요.
◇ 이정민 : 그렇죠. 어쩌면 그 A 양의 시선에서는 아마 그것만이 메두사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메두사라는 일진동아리, 그러니까 아까도 말씀드린 그 불량 서클은 A 양만 폭행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2002년 12월 충주 교현동에서 B 양을 수십 회 폭행한 것, 2003년 12월 충주 칠금동에서 C 양을 수십 회 폭행한 것, 2004년 11월 충주 성서동에서 D 양을 수십 회 폭행한 것, 2005년 9월 충주 목행동에서 E 양을 5회 폭행한 것 같은 사실들이 확인됐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여자 중학생, 여중생, 여고생들이어서 피해 진술을 강요하기도 어려웠었고요. 수사기관에서 CCTV도 요즘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것이라서 엄격한 조사로 확인되지 못한 사실들은 조금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범죄 행위나 피해자들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고요. 상식적으로 제가 아까 말씀드린 건 1년에 한 번씩 말씀을 드린 건데 이 일진 동아리가 1년에 한 번만 사고를 쳤을 리도 없잖아요.
◆ 이원화 : 그렇죠. 폭행을 당해온 기간이 제법 길어요. 그리고 피해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요. 굉장히 조직적으로 폭행을 가했던 폭력 서클이 있었다는 게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 이정민 : 저도 뭐 제가 교사하던 시절 이야기는 아니라서 자세히 아는 거는 아닌데 그 당시에 2005년쯤에서는 폭력 서클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는 굉장히 일반적이었다라고 그래요. 요즘에도 뭐 일진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있기는 한데 당시에는 조폭이라는 개념이 한참 유행했었는데요. 그것 때문이었는지 훨씬 폭력 지향적이고 폭력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서클이 꽤나 있었다라고 합니다. 이 메두사도 그런 폭력 지향적 집단 폭력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건 2002년 4월경에 충주의 모 여중생이었던 백모 양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여기 가입된 카페 회원들이 자신들을 메두사다라고 지칭하면서 무리지어 다니고 자신들의 남자친구와 사귄다. 자신들의 험담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들을 불러서 다수가 모여서 그 피해 학생을 수십 회씩 폭행하는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 이원화 : 피해 학생이 느꼈을 그 공포가 어느 정도였을지 사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는 게 성인이라고 할지라도 굉장히 무섭고 두렵고 일반적인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나이대 여학생이 견디기에는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아요.
◇ 이정민 : 그렇죠.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여고생이고 하니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극단적 선택이라고 하는 게 결국 누구도 상처 줄 수 없는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선택하는 방법이잖아요. 대부분 이 나이대 여고생들은 저렇게 여리고 또 정신적으로 위태롭거든요. 그런데도 이 사건에서 경찰은 처음 A 양의 사망 사건을 확인했을 때 유서가 발견되었으니까 자살이다 자살이므로 살해 등의 형사 범죄는 발견되지 않는다, 라는 태도로 사건을 일단 종결합니다. 그러자 이 메두사 그리고 다른 일진 동아리들 폭력 사태들을 알고 있던 충주지역 고교생 1700여 명이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재수사를 해달라면서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합니다. 그 17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은 알고 있었던 거죠. 왜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 이원화 : 사실 저도 학교폭력 사건 많이 맡아봤습니다만 이렇게 학생들이 심지어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동참해서 서명을 하고 검찰에 진정서를 낸다는 거 이거 정말 드문 케이스죠. 이게 어떻게 됐나요?
◇ 이정민 : 네 사실 지금도 저런 경우는 거의 없죠. 대한민국 역사상 생전 처음 있었던 것으로 저도 알고 있는데요. 너무나 좀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진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진정 자체가 11월에 있었는데 곧 수능이 있었고요. 수능 직후에 그 학생들이 모여서 그 A 양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언론들도 집중하고 전국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었고요. 다행히 검찰에서도 이 진정을 받아들여서 재수사를 했습니다. 충주경찰서에서 재수사를 했었고 11월 22일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게 됩니다. 다만 폭력 행위가 있었느냐 이거를 파악해 달라는 거는 너무 명백한 일이니까 문제가 됐던 쟁점은 아까 말씀드린 그 메두사가 폭력 서클. 그러니까 법률상의 폭력 조직으로 볼 수 있는지가 됐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지금 뭐 폭력서클로 인정되느냐 이게 문제인 것 같은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 이정민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범죄단체로 인정받지 못했었습니다. 단순한 애들의 모임 정도였다라고 법원이 판단을 했던 건데요. 실제로 범죄단체 조직죄를 보면 우두머리가 지휘 통솔하고 단체가 집단으로 범죄를 공동 실행할 것 이런 요건들이 있는데 그렇게 소위 말하는 ‘조폭’들만큼 체계적이지 않았다고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 메두사의 각 가해자들은 폭처법에 대한 공동폭행으로 입건돼서 처벌받았습니다.
◆ 이원화 : 이 가해 학생들이 사건이 발생하고 심지어 경찰에 입건이 된 이후에도 또래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해왔다 이런 보도가 전해지기도 하거든요. 참 씁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유가족들이 결국 가해자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진행했죠.
◇ 이정민 : A 양 유족들이 변호사를 선임 했었고요. 가해자들 전체에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이때 특이한 걸로 즉 피고들 중에 충북 교육감이 같이 포함이 됐다는 건데요. 사실 생각해 보면 충북 교육감이 충주시에 그런 불량 서클 일진 동아리가 있게 하면 안 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니까 같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판단이었겠죠.
◆ 이원화 : 네 결론이 어떻게 나왔죠?
◇ 이정민 : 가해자들한테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인정이 됐는데 사망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그 당시에 있었던 그 폭행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만이 인정 됩니다. 그러니까 시쳇말로 ‘깽값’이라고 하는 게 있잖아요. 때렸으니까 피해 보상해주는 그 정도만이 인정된 겁니다. 당연히 청구 금액 전체에 대비해서 굉장히 소액만이 인정됐고 그 대부분의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 이원화 : 가해 학생들이 형사 처벌을 받긴 했죠?
◇ 이정민 : 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처벌을 받기는 받았습니다. 다만 살인죄도 아니고요. 폭행치사나 상해치사. 그러니까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물은 게 아니었습니다. 폭처법의 공동폭행 그러니까 ‘깽값’을 물어줬다고 했잖아요. 폭행을 한 사실이 인정이 된 겁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당시에 4명이었는데요. 1심에서는 장기 8월 단기 6월 그러니까 징역 6개월 정도가 나왔고요. 항소심에서는 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습니다. 형사처벌을 받기는 받았는데 여기도 심각하게 좀 아쉬운 결론이 났었죠.
◆ 이원화 : 많이 아쉽네요.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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