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경북 안동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배달일로 생계를 이어 온 16살 청소년이 선배(17살)의 협박과 폭행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8월 17일 경북 안동시 안기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군에게 여러 차례 폭행·협박·공갈·감금 등을 가한 혐의로 B군을 지난달 21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B군은 지난 7월 중고로 70만 원에 구입한 125cc 오토바이를 A군에게 140만 원에 강제로 팔았다.
당시 가진 돈이 70만 원 뿐이었던 A군은 남은 금액을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갚아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B군은 "입금이 늦다"며 연체료를 요구하며 A군을 모텔에 감금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며, 결국 A군은 이모에 도움을 요청해 40만 원을 빌려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A군이 일당과 함께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려 B군에 가져다 준 금액은 한 달에만 5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다 8월 17일 오후 8시쯤 "안동댐 근처에서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A군을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오토바이를 압류했다.
A군은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이틀 뒤인 8월 19일 새벽 여자친구에게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A군이 숨진 날 B군은 경찰서에 압류된 오토바이를 찾아 다른 사람에게 170만 원을 받고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B군은 A군에 오토바이를 판 뒤 명의 이전을 하지 않아 다시 회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경찰은 A군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단순 변사로 처리했으나, A군의 장례식장에서 "선배에게서 잦은 협박과 구타를 당해왔다"는 친구 9명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재개했다.
수사 과정에서 B군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으며,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소년범인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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