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당국이 공립학교에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과 관련한 행사를 개최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자 세속주의 진영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언론에 따르면, 유수프 테킨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전국 81개 주 정부에 공문을 보내 라마단 한 달간 각급 학교에서 '교육의 중심에 있는 라마단'을 주제로 여러 행사를 개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테킨 장관은 공문에서 "라마단은 국가적 단결과 연대감을 강화하며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기회로 여겨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지난 17일 작가와 학자, 예술가, 언론인 등 각계 저명인사 168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튀르키예가 반동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포위돼 공격받고 있다"며 "우리는 세속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탈레반화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트럼프에 매달리는 이슬람주의 정권이 튀르키예를 중동의 반동적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편협한 집단이 '세속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성명을 내고 독설과 증오를 퍼붓는다"며 반박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핼러윈이라는 이름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행사가 열리는 데는 개의치 않는다"며 "하지만 라마단에 국가적, 정신적 가치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겠다고 하니 곧바로 불편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거센 논쟁이 벌어진 배경에는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이 건국된 이래로 초대 대통령인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념에 따라 국정과 종교를 엄격히 분리해온 세속주의 전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28년 튀르키예 헌법 개정 때 '국교는 이슬람'이라는 조문이 삭제됐고 1937년 개헌 때 세속주의를 뜻하는 프랑스어 표현 '라이시테'(Laicite)가 명시됐습니다.
그러나 2003년 총리에 취임한 뒤 현재까지 23년째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슬람주의를 통치 이념의 기반으로 삼고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금지를 해제하고, 박물관으로 운영되던 이스탄불의 유적지 성소피아(아야소피아)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전환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YTN 유투권 (r2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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