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A씨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곤 했습니다. “나는 학폭 해결사다” 실상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왜 자신을 ‘학폭해결사’라고 지칭했던 걸까요? 사건 발생 2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40대 남성 A씨는 SNS메신저를 통해 당시 여중생이던 B양을 알게 됐습니다. 둘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가까워졌고, 종종 만나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했죠. 여중생과 SNS로 만나 어울려 다니는 40대 남성이라니 벌써부터 뭔가 이상하죠? 아무튼 B양의 친구들은 그런 A씨를 보며 ‘B양의 뒤를 봐주는 무서운 삼촌’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던 B양. A씨는 그런 B양 곁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또래 여중생들에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폭으로 고통 받던 여중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며 접근한 A씨. 과연 그가 생각해낸 ‘학폭 해결책’은 뭐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씨는 결국 이 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는데요. 과연 그가 말한 ‘해결’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세홍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세홍: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세홍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학폭해결사’를 자처하던 40대 남성이 등장하는 이 사건, 이 한 문장만 들어도 뭔가 좀 이상하긴 하거든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차근히 살펴볼까요?
◆박세홍: 네, 사건의 시작은 2018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40대 중반의 평범한 건설 하청업체 직원이던 A씨는 SNS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한 여중생을 알게 되는데요. 바로 이 사건의 또 다른 중심인물인 B양입니다. A씨는 어린 여학생인 B양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용돈을 주겠다”면서 환심을 샀고요.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아, 마치 삼촌과 조카 같은 사이로 지내게 됐습니다.
◇이원화: 일단, 성인 남성이 여중생에게 담배를 사줬다, 용돈을 줬다 이거는 그냥 나쁘다를 넘어서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거 아닙니까?
◆박세홍: 네, 당연히 처벌 대상입니다. ‘청소년 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데요. 누구든지 청소년에게 ‘유해한 술’이나 ‘담배’ 같은 약물을 대리 구매해 주거나,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담배와 돈을 미끼로 아이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B양이 학교에서 소위 '일진'으로 통하는 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A씨가 그런 B양 무리와 어울려 다니며 물주 노릇을 하고, 뒤를 봐주다 보니, 주변 학생들 사이에서는 A씨에 대해 “일진 B양의 뒤를 봐주는 무서운 삼촌이다”, “건드리면 큰일 난다” 이런 소문과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씨는 B양 옆에서 어울리며, 아주 악랄한 지점을 포착해 냈는데요. B양 무리가 다른 힘없는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바로 그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자신의 범행 타깃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이원화: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을 범행 타깃으로 삼는다? 이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떤 거였죠?
◆박세홍: 네, 바로 ‘학폭 해결’을 미끼로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B양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또래 여중생들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피해 학생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했죠. “내가 B양과 아주 친한 사이다. 너희가 괴롭힘 당하는 거, 내가 말하면 다 막아줄 수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렇게 구세주인 척 가장하며, 아이들을 꾀어낸 겁니다.
◇이원화: 그런데 보통의 어른이라면, B양이든 누구든 “그러면 안 된다” 말려야 정상 아닌가 싶고, 정말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면 굳이 불러서 티를 낼 게 아니라, 조용히 교사나 보호자에게 알려도 됐을 것 같거든요? 실상은 어땠나요?
◆박세홍: 네, 변호사님 말씀처럼 정상적인 어른이었다면 그랬겠지만, A씨의 속내는 정반대였습니다. 도움을 빙자한 명백한 ‘성착취’였는데요. A씨는 절박한 심정의 아이들에게 “너의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면서, 그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나와 성관계를 해야만 B양이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막아줄 수 있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운 거죠. 실제로 2020년 2월 2일, 당시 13살이던 피해자 C양이 B양의 심부름을 하며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A씨가 접근해서 “나만이 이걸 막아줄 수 있다”며 성관계를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원화: 그래도 아이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박세홍: 맞습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A씨는 본색을 드러내며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B양을 시켜서 더 심하게 괴롭히겠다”, “나는 B양과 친할 뿐만 아니라 사채업도 하고 있다”, “너희 부모님까지 다 매장시킬 수 있다” 이렇게 공포심을 조장했습니다. 심지어 2020년 2월 말에는 10대 여학생 두 명을 모텔로 데려가서, “너희가 문란하다는 소문이 있다,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라”라고 다그치며 있지도 않은 소문을 사실인 양 몰아세웠고요. 아이들이 억울해하자 “그럼 아니라는 걸 증명해라”라며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하자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요구까지 강요하며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원화: 실제로 성폭행을 했군요. 피해자가 꽤 여럿이었죠?
◆박세홍: 네, 수사 결과 확인된 피해자만 무려 11명에 달했습니다. 범행 기간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약 7개월 정도였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13세에서 15세의 어린 여중생들이었습니다. A씨는 이 기간 동안 강간 4회, 위력에 의한 간음 52회 등 총 62회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13살짜리 중학교 1학년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심지어 피해를 당한 후 연락을 끊고 잠적한 학생이 있으면, ‘일진’인 B양을 시켜서 다시 찾아내 데려오게 만든 후, 범행을 반복하는 집요함까지 보였습니다.
◇이원화: 자, 이 사건 그저 “최악이다, 끔찍하다” 여기서 끝낼 게 아니죠. 남성 A씨에게 어떤 처벌이 가능할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어떤 혐의들이 가능하겠습니까?
◆박세홍: 네,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무거운 죄목으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 적용됩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 그리고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고요. 여기에 아이들을 협박하고, 강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박죄’와 ‘강요죄’, 담배 등을 제공한 행위는 ‘청소년 보호법 위반’, 그리고 잠시 후 말씀드리겠지만 불법 촬영 혐의까지 더해져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사실상 미성년자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성범죄 혐의가 적용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원화: “학폭을 해결해줄 수 있어, 대신 나를 만나야 한다” 같이 조건을 붙인, 도움을 빙자한 접근, 법적으로 더 무겁게 평가될 수도 있는 포인트인가요?
◆박세홍: 네, 그렇습니다. 법적으로는 이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처한 궁박한 상태, 즉 학교폭력으로 인한 두려움과 절박함을 악용해서 성적 욕구를 채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침해한 성폭력입니다. 특히나 성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어른이 보호는커녕 그 곤란한 처지를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게 평가됩니다.
◇이원화: 그리고 실제 이 학생들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거잖아요? 거부하면 가족까지 협박했다고 하는데, “내가 B양과 친하다” 과시도 하고. 이런 부분들은 재판에서 어떻게 판단됩니까?
◆박세홍: 이 사건의 재판부 역시도 그 부분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A씨는 40대 성인 남성이고, 피해자들은 10대 초반의 여학생들이었죠. 게다가 A씨는 자신이 ‘일진의 뒷배’이자 ‘사채업자’라고 사칭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A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학교생활이 불가능해지거나, 가족에게 해가 갈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즉, 피해자들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죠. B양이라는 또래 권력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했다는 점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습니다.
◇이원화: 심지어 범행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고 하는데, 이건 왜 그랬던 거에요?
◆박세홍: 네, 정말 악질적인 부분인데요. 신고를 막기 위한 일종의 ‘입막음용’이었습니다. A씨는 성관계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피해자들의 얼굴이나 신체 주요 부위가 적나라하게 나오도록 찍었습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부모님께 알릴 기미가 보이면, 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 위한 ‘담보’로 삼으려 했던 겁니다. 실제로 피해 학생 6명은 이 영상이 유포될까봐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원화: 영상에 “강제가 아니다”란 취지의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범죄가 성립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심지어 미성년자고요.
◆박세홍: 전혀 아닙니다. A씨는 촬영 도중에 아이들에게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라”, “웃어라” 이렇게 시키면서 마치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꾸미려 했는데요. 재판부는 이를 오히려 강압적인 상황을 입증하는 증거로 봤습니다. 13살 아이가 40대 남성의 협박과 회유 속에서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내뱉은 말이, 어떻게 진정한 동의가 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을 더 무겁게 만드는 가중 처벌 요인이 됐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결국 이 남성,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죠?
◆박세홍: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반대로 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이 너무 가볍다”며 쌍방 항소를 했는데요. 항소심, 즉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더 무거운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에 신상정보 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이원화: 징역 20년이면, 적절한 처벌이라고 보세요? 1심에서 15년형 나왔을 때도 ‘죄질에 비해 무겁다’면서 항소했던 걸로 아는데요. 해당 사건에 징역 20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세홍: 사실 피해자가 11명이나 되고,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혼을 파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20년도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에서 볼 때, 항소심에서 형량이 5년이나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강력한 처벌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학교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교묘하게 파고든 범죄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왜 이런 검은 손길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고민도 함께 안겨준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화: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던 B양 있잖아요? 이 학생도 소년부로 송치됐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혐의가 적용됐고, 소년부로 가면 처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박세홍: 네, B양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B양은 A씨가 자신의 친구들을 성폭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친구들을 거짓으로 협박해 A씨와의 만남을 주선하기까지 했거든요.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방조’였습니다.
◇이원화: 그렇군요. 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