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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지시했더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부하 직원, 왜 이러는 걸까요?

2026.03.06 오후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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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지시했더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부하 직원,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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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3월 6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 <모비딕> 작가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역설적이다’라는 말 좀 이상해 보이지만요. 어두울수록 밝아지는 이런 느낌이죠? AI 프로그램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코너입니다. 온 마이크 금요일 시간에는요, <벽돌책 부수기>인데요. “어 그 책 아는데, 어렸을 때 들어봤는데, 우리 집 책장에 있는데, 그런데 내용은 뭔데?” 그러면 “모르는데” 하는 그런 책들이 있죠? 그런 책들을 읽어보면서 이게 단순히 문학이 아니라 세상을 읽어 내려가는 하나의 교과서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 교과서를 친절하게 한 장, 한 장 잘게 부수어서 잘 삼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 오늘도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네 안녕하세요. 그 앞에 리드 문이 굉장히 좋네요.

◇ 김우성: 네. 준비된 방송인이라고나 할까요?

◆ 최민석: 예. 그러신 것 같고 들으면서 든 생각인데, 역설적인 보통 이제 아이러니컬. 그러니까 반대 상황적인 모순적인 상황인데, 근데 또 동사로 역설하다가, 힘주어서 말하다가 스트롱니 퍼스웨이시브 뭐 이런 것도 되잖아요? 그래서 정말 역설적이게도 책을 읽는 것은 좀 역설의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김우성: 정말 인간이 끌고 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오늘의 책은요,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입니다. 이것도 역시 들어봤고, 서가에 꽂혀 알고는 있는데, 뭐예요? 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뭐예요 라고 하는데, 일단은 필경사 바틀비보다 허먼 멜빌이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비딕>은 많이 알고 있어요.

◆ 최민석: 그렇죠. 백경으로도 많이 알려진 바로, 그 모비딕의 작가죠. 허멀 멜빌은 19세기 사람입니다. 그것도 19세기 초 1819년 뉴욕에서 태어났고요. 뉴요커죠. 이렇게만 보면 뉴요커의 이미지답게 굉장히 화려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 김우성: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 최민석: 원래는 유복했다고 하는데, 허먼 멜빌이 14살 때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사망을 합니다. 이때부터 허먼 멜빌은 상점에서 잔심부름도 하고, 농장 가서 일도 하면서, 돈 버는 소년 노동자의 삶을 보냈죠.

◇ 김우성: 생계를 책임져야 됐었군요?

◆ 최민석: 네. 그러다가 1841년, 즉 한국 나이로 23살이 된 해에 생일을 제가 몰라서 정확히 스물 둘인지 스물 셋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무렵에 포경선 선언이 됩니다.

◇ 김우성: <모비딕>이 그냥 상상이 아닌 거네요. 고래잡이 배를 탔네요?

◆ 최민석: 네. 결국 이때 포경선에서 한 경험이 훗날에 쓴 <모비딕> 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들에 영감을 줍니다. 그래서 모비딕의 주인공이 이슈메일인데, 이슈메일의 입으로 이런 대사를 한 게, 어쩌면 허먼 멜빌 작가 자신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사를 했어요. “포경선이 나의 예일대이자 하버드 대였다.”

◇ 김우성: 우리가 19세기, 20세기에 영미 문학, 또 서양 문학의 작가들을 보면 역경들이 있고요. 그걸 극복해 냈을 때 ‘이 사람이 예일이나, 하버드에서 교수로 했어도 정말 아쉬움이 없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삶의 역경을 딛고 글로서, 작품으로서 우리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줬습니다. 모비딕 뿐만 아니라 이 배에 탔던 경험이 다른 작품들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어떤 작품에 영향을 줬습니까?

◆ 최민석: 사실 데뷔작부터 포경선 경험의 이야기 보통 이제 썰이라고 하죠? 그걸 푼 거예요.

◇ 김우성: 그러면 이분은 포경선 탄 게, 굉장히 큰 본인 인생의 전환점이네요?

◆ 최민석: 삶을 바꾼 거죠. 그래서 허먼 멜빌이 포경선을 타던 시절에 선장이 굉장히 폭압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선장의 폭압과 격무에 시달려서 배를 탈출합니다. 탈출을 해서 어디로 가냐면, 인근에 타히티 섬을 비롯해서 폴리네시아 섬 등을 떠돌면서 지냈는데, 배가 이 근처에 있었나 봐요. 그런데 이 와중에 식인종들과 함께 생활을 했어요.

◇ 김우성: 어떻게 잡혀 먹지 않았을까 궁금합니다.

◆ 최민석: 그러니까 살아 돌아와서 소설가가 된 걸 보면, 식인종들과 함께 사이좋게 지냈거나, 아니면 이야기꾼답게 식인 부족들을 앞에 두고 왜 자기를 먹으면 안 되는지 장황한 이야기를 풀었을 수도 있겠죠.

◇ 김우성: 최민석 작가님처럼, 이 이야기를 푸는 힘이 대단하군요?

◆ 최민석: 나는 버섯으로 치자면 독버섯 같은 인간이다, 나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아무튼 이때 했던 그 경험이 바로 자신의 첫 작품인 <타이피>가 됩니다.

◇ 김우성: 아 이분은 경험한 걸 다 이렇게 작품화시키네요. 부럽습니다.

◆ 최민석: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오무>라는 이게 작품 제목입니다. 이 작품까지 내면서, 일단은 모험 작가로서의 명성과 인기를 얻어요.

◇ 김우성: 이 시대에 좀 각광받았잖아요? 새로운 미지의 세계라고.

◆ 최민석: 그렇죠. 왜냐하면 또 이때가 개척 시기이기도 했고, 이후에 내는 작품이 계속 평단과 독자로부터 외면을 당합니다.

◇ 김우성: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허먼 멜빌 하면 <모비딕>, 그리고 대작가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분도 흔히 말해서 안 팔리고 배고프던 시절을 겪었다 라는 거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 돼요. 왜 그랬었죠?

◆ 최민석: 그러니까 지금으로서는 명작인데, 당시에는 이때가 1851년입니다. 불후의 명작이라고 하죠? <모비딕>을 발표를 했는데, 이 작품이 그때는 형식이 너무 생소했고, 작품 안에 좀 신성 모독적인 서술이 있었다. 그래서 굉장한 혹평을 받습니다. 호평이 아니라 혹평을 받습니다. 혹독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절치부심하고 시를 썼는데, 시는 잘 안 됐어요. 그래서 명성을 누리지 못한 채 1891년에 심장 발작으로 사망을 하고 말죠.

◇ 김우성: 대략 70세가 조금 넘은 시점에 세상을 떠난 허먼 멜빌, <모비딕>의 작가이자 오늘 저희가 다룰 작품 <필경사 바틀비>의 작가입니다. 죽을 때까지 제대로 작품을, 즉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런 평가를 제대로 못 받은 거예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생전에는 그냥 단순하게 ‘해양 탐험 소설을 쓰는 작가다’ 이런 평가를 받았고요. 그러다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이 허먼 멜빌의 위치는 언제 생겼냐, 허멜 멜빌이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가 20세기 초에요. 그때 허먼 멜빌을 한번 다시 살펴보자. 이러면서 읽어보니까 작품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 평론가들과 독자들에 의해서 재평가하는 붐이 일어난 거죠. 이때부터 <모비딕>을 포함한 작품들이 비로소 사랑을 받게 된 거고요. 그러면서 오늘 소개한 작품 <필경사 바틀비>도 명작의 반열에 새롭게 올라간 겁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인생의 비극적인 통찰을 한 상징주의 작가다’ 이런 평가를 받고요. 근대적인 합리성을 거부하는 철학적인 사고, 그리고 풍부한 상징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쓴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 김우성: 지난주 방송, 또 그 지난주 방송 들으신 분들은 리얼리즘이랄까요? 여러 가지 이야기들 기억나실 겁니다. 환상 속에 존재하는 왕자님, 공주님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을 다룬 이야기들. 어떻게 보면 1800년대에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1900년대에는 보인 거죠. 탄생 100주년 즈음에서 드디어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필경사 바틀비>는요. 미국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미국인들이 혹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철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이 “이 책은 정말 대단해”라고 하는데, 이제부터 그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라고 하니까 뭔가 글 쓰는 사람 같은데, 줄거리가 어떻습니까?

◆ 최민석: 일단 이 작품은 줄거리는 사실 심플해요. 그런데 아까 허먼 멜빌이 상징주의 작가다, 그리고 풍부한 상징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썼다. 이렇게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유는 줄거리만 봐서는 대체 이게 뭘 말하는지 모를 만큼 굉장히 심플한 이야기를 쓰는데, 그 안에 사회적인 그 의미가 담겨 있는, 즉 상징을 많이 쓴다는 거죠. 메타포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허먼 멜빌이 한때 시를 쓰다가 좀 잘 안 됐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소설을 좀 시처럼 쓰는 사람입니다. 일단 그거를 좀 염두에 두고, 줄거리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소설을 시처럼?

◆ 최민석: 네. 일단 이 소설에는 2명의 주인공이 등장을 합니다. 한 명은 표면적인 주인공이고요. 화자인 ‘나’입니다. 나는 뉴욕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 김우성: 오늘 성공한 돈 많은 사람 같네요. 표면적인 주인공.

◆ 최민석: 네. 그리고 실질적인 주인공은 제목에 이름이 걸려 있는 <필경사 바틀비>입니다.

◇ 김우성: 구조가 언뜻 보입니다. 표면적 주인공이 사실 하고 싶었던 얘기는 실질적 주인공 얘기일 것 같은데,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필경사는 지금은 없는 직업일 것 같아요. 낯선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 최민석: 그렇죠. 사전적인 정의는 글씨 쓰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씨 쓰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결국은 쉽게 이해하자면, 좀 서기 같은 사람인 거죠. 이 소설에서는 법률사무소의 서기관 격으로 필경사가 소개됩니다.

◇ 김우성: 요즘으로 치면 약간 속기사 같은 분들이네요. 물론 속기사는 말을 담는 거지만.

◆ 최민석: 그렇죠. 근데 저도 좀 궁금해서 필경사의 한문을 좀 찾아보니까, 필자야 다들 예상하듯이 부필자, 글씨 필자. 이런 필자를 쓰는데, 경자가 밭갈 경자.

◇ 김우성: 저는 거울 경자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 최민석: 농사 지을 경자입니다. 그리고 사자는 선비 사자고요.

◇ 김우성: 멋진데요. 이름이 다.

◆ 최민석: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좀 상충해요. 그러니까 하나는 밭을 가는 사람이고, 하나는 선비예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이 글씨 쓰는 거를 밭을 갈듯이, 농사 짓듯이 매일 하는 선비인 거죠.

◇ 김우성: 아, 이율배반적이네요.

◆ 최민석: 그렇죠. 굉장히 이율배반적이죠.

◇ 김우성: 지식 육체, 노동자 이런 느낌입니다.

◆ 최민석: 그렇죠. 예.

◇ 김우성: 우와 그래도 이름은 멋있네요. 붓으로 밭을 가는 선비다. 와 이건 정말 멋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표현하니까 이제부터 뭔가 갈등이 보이는 것 같아요.

◆ 최민석: 그렇죠. 밭을 가는 것과 선비의 일은 상충되는데, 글씨 쓰는 걸 밭을 갈듯이 한다. 그러니까 뭔가 상충되는 이미지가 직업 자체 안에 담겨 있는 거죠. 그래서 결국 이 소설은 삶의 아이러니, 그다음 <바틀비> 그 내면의 불화 이런 걸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튼 허먼 멜빌이 이런 주제를 다루는데, 이게 주인공의 직업 설정에 반영이 된 거고요.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면, ‘바틀비’가 처음 화자인 나의 앞에 나타난 건, 어느 날 여름 아침이었습니다.

◇ 김우성: 변호사입니다. 이 변호사에게 나타난 건 여름 아침이었습니다.

◆ 최민석: 나는 변호사로서 양도 증서나, 부동산 권리 증서 같은 온갖 종류의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업무가 많아지면서 서류를 베껴 쓰는 법률 서기 1명을 더 뽑기로 했습니다.

◇ 김우성: 프린트도 없고요. 컴퓨터도 없던 시대입니다. 문서 만들려면 손으로 글 써야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바틀비가 채용이 됐습니다. 필경사로서요. 그런데 그렇게 채용됐으면 그중에 하나였을 텐데, 좀 달라요. 묘한 고독감이 있다고 하는데..

◆ 최민석: 네. 바틀비의 첫인상은 책의 표현에 따르면 ‘푸르스름한 빛이 돌 만큼 말끔하고, 또 딱한 느낌이 들 만큼 예의 발랐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을 만큼 쓸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 김우성: 네. 글자로 하면 독야청청이네요? 좀 고독한 아우라를 풍기는 거 같아요.

◆ 최민석: 네. 그래서 고독의 화신답게 바틀비는 지나칠 만큼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서류를 베껴 쓰는 자신의 업무만큼은 매우 충실하게 해냈죠.

◇ 김우성: 네. 좀 조용하지만, 어쨌든 맡은 일은 착착착 잘해내는 아주 조용한 사람. 주변에 지금도 많죠? 그런 분들. 옆에 있을 겁니다. 자기 일 잘했네요.

◆ 최민석: 네. 그런데 바틀비가 사무실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 김우성: 문제라고는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를 소개해 놓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뭔가요?

◆ 최민석: 법률 서기가 꼭 해야 하는 일들 중에 하나는 자신이 베낀 서류를 한 장, 한 장 소리 내어 읽으면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겁니다.

◇ 김우성: 검수하는 거네요? 일종의.

◆ 최민석: 네. 그러니까 옛날 미국 필경사들은 이렇게 했다는 거죠. 그런데 바틀비는 이걸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거절할 때마다 굉장히 상냥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이 외에는 아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 김우성: 상사 입장에서는 “아 못하겠어요” 이러면은 싸우기라도 할 텐데, 난감할 것 같아요.

◆ 최민석: 네. 굉장히 난감하죠. 월급을 받고 지시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난감한 거죠.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서 바틀비한테 물었습니다. “하지 않는 게 좋겠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리고 나아가서 다그치기까지 했습니다.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오?” 이렇게요.

◇ 김우성: 그럴 만도 하죠. 돈 주고 고용했고, 당연히 하던 일인데, 이 사람은 단호하게 하지만 상냥하게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바틀비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게 여기서부터 드러납니다. 바틀비는 주인공 변호사의 말에 늘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 최민석: 그래서 내가 다그치니까 한 번 더 얘기합니다.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근데 이유를 안 말해주면..

◆ 최민석: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한 거죠.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거는 내가 그에게 화를 낼 수 없다는 겁니다.

◇ 김우성: 분위기가 있군요.

◆ 최민석: 네. 별다른 표정 없이 차분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바틀비를 보면, 나는 왠지 마음이 움직이고 당혹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 김우성: 뭔가가 있네요.

◆ 최민석: 그래서 과연 내가 화를 내도 되는지, 스스로 잘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짓눌렸습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거는, 이런 실랑이가 반복되는 사이에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바틀비의 그런 행동을 점점 받아들이게 됐다는 겁니다.

◇ 김우성: 자, 필경사들이 법률 관련 서류를 다 씁니다. 그리고 소리 내서 그걸 다시 한 번 읽는데, “그건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랬는데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동료들도 “안 하는 게 좋겠습니다.” 영향까지 미쳤습니다. 그런데 좀 수상한 점이 있어요. 바틀비가 좀 조용하고 도개 청청했는데, 묘한 영향력이 있네요?

◆ 최민석: 네.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나는 잠깐 짬이 나서 사무실에 들러봤는데, 일요일인데 바틀비가 사무실에 나와 있어요. 필경사가 반드시 해야 되는, 소리 내서 이런 것도 안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알고 보니까 사실은 오래전부터 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 왔던 겁니다.

◇ 김우성: 캐릭터가 여러 개가 겹치는데요? 이분.

◆ 최민석: 그래서 나는 명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언행을 보고 그가 오랫동안 내 사무실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의 전부가 아닙니다.

◇ 김우성: 자 이제 점점점 점층 됩니다.

◆ 최민석: 더 큰 문제가 생겼어요.

◇ 김우성: 어허, 이 사람 봐.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것도 황당하고, 늘 해오던 관례대로 하던 일도 안 하겠다고 부드럽게 거절하더니, 이제 더 큰 일이 생겼는데, 그 일은 뭔가요?

◆ 최민석: 바틀비는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몇 업무들을 거부해 왔거든요. 그래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업무가 바로 서류를 베껴 쓰는 일이었습니다.

◇ 김우성: 그건 본업이잖아요.

◆ 최민석: 그렇죠. 19세기니까 복사기도 없고 필경사들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였죠. 그런데 바틀비는 자기에게 남아 있던 이 유일한 업무마저 거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과중한 업무로 시력이 손상됐다면서 앞으로는 서류를 뺏기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바틀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사무실을 나가는 것도 거부합니다.

◇ 김우성: 아니 본업도 안 하는데, 사무실도 안 나가고. 뭐랄까요? 좀 나쁘게 비유하자면 빌린 돈 받으러 오시는 분들처럼 좀 무서울 정도인데, 근데 그러면 변호사 입장에서는 일도 안 하고, 본업도 안 하고, 자꾸 분위기만 안 좋게 하고. 해고하고 싶을 것 같아요.

◆ 최민석: 그렇죠. 보통 해고를 하게 되죠. 그런데 주인공인 나는 또 그렇게 강팍하거나, 성미가 강직한 사람은 아닙니다. 바틀비는 나에게 마치 유령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를 해고하면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이 왠지 이 멘하탄에 퍼져서 일이 끊기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 김우성: “아 시끄럽게 하기 싫어” 이러면서?

◆ 최민석: 네. 그런 성품의 사람인 거죠. 나는 그래서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 김우성: 아니 모시고 사는 건가요? 무슨 최후의 수단인가요?

◆ 최민석: 아니요. 바틀비를 여기 그대로 남겨두고,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는 거죠.

◇ 김우성: 좀 큰 비용이긴 합니다만, 나름의 솔루션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화자인 나. 주인공 변호사 입장에서는 계속 일을 거부하고, “눈이 나빠졌어요. 이제 필경도 안 할 겁니다”라고 하는 바틀비를 두고, “그래 우리가 갈게”라고 저를 옮긴 거죠. 스님을 놔두고. 그런데 성공한 거네요 그러면?

◆ 최민석: 아닙니다.

◇ 김우성: 무섭네. 바틀비는 따라 왔나요?

◆ 최민석: 아닙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바틀비는 내가 쓰던 예전 사무실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냥 목석처럼 거기 그대로 있어요. 그래서 내가 전에 쓰던 사무실로 이사했다는 새 변호사, 전입자죠? 새 변호사가 찾아와서, 이 “바틀비 라는 사람이 여기 살면서, 사무실에서 나가지도 않고, 또 일을 시켜도 일도 안 한다.”

◇ 김우성: 안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 최민석: 그러니까 나한테 책임을 져달라고 합니다.

◇ 김우성: “아니 저런 사람을 놔두고 하면 어떡해, 당신이 책임져” 이런 거죠.

◆ 최민석: 네. 그거죠. 근데 나한테 찾아오는 사람이 이 변호사뿐만이 아니에요. 예전에 건물주가 찾아와서 또 나를 탓합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결국 바틀비를 찾아가서 설득을 합니다.

◇ 김우성: 아니 “도대체 이게 뭡니까? 저는 그러려니 하고 피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요” 설득하면서 얘기했습니다. 보통은 그러면 다른 요구 사항을 말하거나, 설득이 됐을 것 같은데, 바틀비는 다를 것 같습니다.

◆ 최민석: 바틀비는 끝까지 버팁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감옥에 가게 됐죠. 그리고 감옥에서 무슨 이유인지, 식사마저 거부하면서 버티다가 끝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 김우성: 이 정도면 통상적인 사람이 읽으면 뭐야? 이렇게 반응할 법한 어려운 상황이에요.

◆ 최민석: 그래서 굉장히 시적인 스토리를 쓰는 작가다, 상징주의 작가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던 거죠.

◇ 김우성: 바틀비의 죽음을 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렇게 했는지에 대한 배경이 알려질 것 같습니다. 작가가 그 얘기를 소개했죠?

◆ 최민석: 네. 그래서 바틀비가 죽고 난 다음에 이 작가인 허먼 멜빌이 그 뒷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화자인 나는 바틀비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에 그의 과거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틀비는 예전에 배달되지 못한 우편물들을 취급하는 부서에서 하급 직원으로 일했다는 겁니다. 이 일이 뭐냐 하면, 결국 죽은 사람들의 편지를 처리하고 불태우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고 해요. 갑자기 이 하찮은 사실 하나만이, 가여운 바틀비에 대해 남은 유일한 이야기입니다. 이러면서 소설은 정말 끝이 납니다.

◇ 김우성: 여러분 어떻습니까? 지금 바틀비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묘하죠. 몇몇 얼굴들도 겹쳐요. 조금 앞서 나가 보면 뭐 간디도 떠오르고요. 아니면 여러 저항했던 사람들도 떠오르는데,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생겨납니다.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보르헤스가 이 소설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어떤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발견했을 것 같은데요. 보르헤스가 극찬한 이유가 뭐죠?

◆ 최민석: 보르헤스가 ‘독서광’이었거든요. 그래서 보르헤스가 자기가 사랑하는 책들만 골라서 낸 시리즈가 있는데, 그게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시리즈예요. 오늘날 출판사마다 있는 ‘세계 문학 전집’ 같은 거죠. <바벨의 도서관>에 27권의 필경사 바틀비가 나오는데, 이때 보르헤스가 그냥 책만 낸 게 아니라 일종의 추천사처럼 자기가 작품에 대한 감상을 썼어요. 그때 뭐라고 썼냐면, 이렇게 썼습니다. 필경사 바틀비는 꿈의 상상력이 낳은, 한가로움 혹은 기교 이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것은 세계의 일상인 아이러니들 가운데 하나인 ‘허무함’을 보여주는 슬프고 진실한 작품이다. 그리고 또 이런 표현도 덧붙였습니다. “삶의 불행과 고독을 관통하는 독특한 상상력” 이 독특한 상상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 ‘삶의 불행과 고독을 관통하는 독특한 상상력’ 이게 이 작품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한 줄 평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보르헤스의 말처럼 삶의 불행과 고독이 깔려 있거든요. 그건 바로 유일무이한 캐릭터,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인 바틀비 때문인 거죠.

◇ 김우성: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고, 일하라고 해도 안 하고, 그것도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표현으로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 ‘삶의 불행과 고독’ 일단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스토리 전개라든지, 어떤 사건. 위기에 대한 해결. 이런 전형적인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바틀비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겠네요?

◆ 최민석: 그렇죠. 바틀비는 유례없이 우울한 주인공인데, 그 변호사이자 화자인 나는 필경사 바틀비한테 여러 업무를 지시하죠. 그런데 바틀비는 처음에는 문서 필사 외에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죠. 그런데 나는 바틀비 특유의 우울함, 그다음에 예의 바름, 그다음 비 호전성. 평화로운 면. 이런 것 등에 묘하게 짓눌려서 그 말을 수긍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그냥 무턱대고 뻔뻔한 사람이 아닌 거예요. 나름 어떤 깊은 사유의 과정을 거쳐서 얻은 철학적인 깨달음이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거죠. 그래서 내가 함부로 바틀비를 대하지 못하고, 저게 과연 무슨 이유가 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는 거죠.

◇ 김우성: 맞아요. 이유를 말해주지 않지만, 자꾸 이유를 생각하게 만들어요.

◆ 최민석: 그래서 아무튼 바틀비가 풍기는 그 알 수 없는 불행의 기운, 알 수 없는 사유의 힘. 이런 것 때문에 나는 바틀비한테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바틀비의 과거는 하나도 안 알려져요. 마지막 페이지에서 과거에 했던 일이 조금 이제 간략하게 밝혀지는데, 그래서 이 화자는 바틀비에 대해서 분노도 느끼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호기심과 동정심에 쌓여서, 내가 바틀비한테 함부로 하면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싶어서 섣불리 행동을 못하는 거죠.

◇ 김우성: 바틀비라는 캐릭터만 봐도 뭔가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단호하게 거부하고 뭔가 마치 수행하는 뭐랄까요? 성직자처럼 행동하는데, 그를 대하고 서술하는 나. 즉 변호사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독특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금 더 얘기해 볼 텐데, 이 소설이 갖고 있는 흡입력. 바틀비가 지시를 거부하면서 보여주는 여러 태도와, 행동과, 캐릭터에 대해서 어떤 배경과 철학이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도 매력이죠.

◆ 최민석: 그렇죠. 독자를 굉장히 궁금하게 만드는 거죠. 화자인 나도 궁금해서 왠지 바틀비에게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자꾸 분노도 하지만, 짜증도 나지만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 김우성: 계속 왜? 라고 묻게 만들어요.

◆ 최민석: 독자 역시 자꾸 알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 흡입력으로 이 책은 계속 읽어 나가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얘기를 온전히 해주지 않고, 바틀비는 감옥에서 죽어버리죠.

◇ 김우성: 벽만 보고 있다가, 거부하다가 죽어버리기까지 합니다. 궁금증은 더 커지는 거죠.

◆ 최민석: 그렇죠. 그 와중에 또 식사는 거부했대요. 그러니까 이 황망함 때문에 독자는 충격을 받는 거죠.

◇ 김우성: ‘뭐야? 도대체’ 이렇게 되는 거죠. 이렇게 황망하다 라고 하는 게, 어떤 강조점일까요? 작가님은 이 책 대목을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 최민석: 그래서 저는 이 황망한 주인공의 죽음, 황망한 퇴장에 대해서 마치 작가 허먼 멜빌이 바틀비처럼 독자에게 말하는구나. 그러니까 바틀비가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고 하잖아요? 허먼 멜빌은 시인을 꿈꿨던 사람이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이 전체 히스토리가 역시나 “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인 거군요?

◆ 최민석: 네.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 김우성: 진짜 그렇게 느껴지네요. 네.

◆ 최민석: 그래서 사실 좀 엄밀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막 세세하게 분석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요. 왜 바틀비 같은 캐릭터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또 왜 이런 캐릭터가 변호사 사무실에 있었는지, 그리고 바틀비가 돈을 안 쓰거든요? 왜 돈을 안 쓰고 절약을 했는지. 그러니까 이 정도의 설정만으로도 우리는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일침이다. 이것만은 느낄 수 있잖아요?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안 써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금융 사무실과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돈을 안 쓰고 그냥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일도 안 해요. 다들 일해서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성공하고 싶은 계급의 사다리를 하나하나씩 올라가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있는데, 바틀비는 그걸 안 해요. 그리고 살아가는 것 자체를 거부해요. 그럼 바틀비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느냐? 그 근원에는 허먼 멜빌이 유일하게 덧붙인 이야기가 “바틀비는 결국 옛날에 죽은 사람들의 편지를 처리하고 그걸 불태우는 일을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가 유일하게 추정할 수 있는 거는 바틀비는 삶의 허물을 미리 맛봤다는 거죠. 원래 이 말을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것 같아요. 몽테뉴의 <수상록>이죠. 그거를 쓰면서 인용이 돼서, 그런 얘기가 나오거든요? ‘철학을 한다는 것, 그것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틀비는 죽은 사람들의 편지를 처리하고 태우면서, 결국은 철학을 한 거죠. 왜냐하면 늘 죽은 사람들이 했던 마지막 말, “마침내 내가 돈을 갚을 수 있게 됐어. 여보, 결국 내 병은 치료되지 않을 것 같소” 뭐 이런 마지막 죽음의 말들을 보고, 생이란 참 자기가 불태우는 편지처럼 종잇장 한 장과 같고, 결국 생이라는 것은 허무하기도 하고, 이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은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죽음을 떠올릴 때 ‘메멘토 모리’ 죽음을 떠올릴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래서 바틀비가 우울했던 이유는 그 삶의 허물을 미리 체득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가장 표면적으로는 필경사들이 쓰면서 소리를 내서 말했다고 했잖아요? 근데 그게 사실 소리 내서 얘기 안 해도 돼요. 그냥 잘 써놓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비합리적인 거죠. 비합리적인 것을 거부하는 데서부터 시작을 해서, 나중에는 근원적인 것. 가장 자본주의적 욕망이 이글거리는 멘하탄에서, 그것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을 거부하는 바틀비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라는 그 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살아갈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삶 자체를 거부한 인간이다. 이런 시적 메타포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게 정확한 답은 없어요. 허먼 멜빌이 대답을 안 해 주기 때문에.

◇ 김우성: “설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썼기 때문에..

◆ 최민석: 이건 저의 그냥 생각일 뿐이에요. 그래서 그 답은 독자가 만약에 1만 명 있다면 만 가지 답이 존재하는 거고, 저는 이런 식으로 읽었는데,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읽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허먼 멜빌이 던져주는 건 하나인 것 같아요. 여러분,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만약 여러분이 죽음을 늘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여러분은 어떠한 삶을 살겠습니까? 누구에게는 가장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게 불필요한 술자리일 수도 있겠고, 잉여적 관계일 수도 있겠고, 누구에게는 지나친 과업일 수도 있겠고. 바틀비는 불합리한 일을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린 거죠. 그러다가 근원적으로서 19세기 말, 20세기 초 요 언저리의 “미국 자본주의는 뭔가 병들어 있다. 나는 여기에 편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렇게 결론 내린 거죠.

◇ 김우성: 최민석 작가와 계속 전해드리고 있는 여러 작품들, 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부터 시작해서요. 스탕달의 <적과 흑>. 물론 배경이 프랑스고,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고, 또 아프리카 지역이고 하지만, 보면서 부조리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여러 대응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필경사 바틀비>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 여러 가지 상징과 이야기들을 잘 설명해 주셨어요. 저는 간디가 처음에 떠올랐다가, 먹지도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어떤 불교적 수행 방법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까지 떠오르다가, 문득 끝으로 가면서 그래도 작가가 마지막에 결론에 앞서 말씀하신 죽은 자들의 편지를 태우고, 해고당하는 이야기를 넣었잖아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던 허먼 멜빌이, 마지막에 그 이야기를 넣은 이유는 뭘까? 그건 좀 궁금해요.

◆ 최민석: 그러니까 인간이 죽음을 생각하면서 산다면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거죠. 죽음을 생각할 때 결국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삶을 허비하는 이유는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처럼 생각을 하고 살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 시간, 관계, 나의 열정, 나의 관심사. 이런 것들을 허투루 쓰는 거죠. 근데 그렇다면 더 생산적으로 살 수도 있지만, 바틀비는..

◇ 김우성: 본질적인?

◆ 최민석: 그렇죠. 만약에 그래서 ‘더 생산적으로 살았다’ 그러면, 소설이 도덕 교과서 같잖아요? 허먼 멜빌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건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해서 고찰했던 바틀비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가장 집결된 멘하탄에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다. 바틀비는 이 세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을 한 거죠. 그래서 고고하게 마치 평화로운 식물처럼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는 걸 거부하고 죽음을 맞아 들였는데, 사실은 이 결말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맞닿아 있어요. <채식주의자>를 보면 주인공 영애가 나중에 음식을 안 먹고, 햇빛만 받으면서 나무가 되길 바라다가, 결국 나무가 되거든요? 그거 좀 ‘마술적 사실 주의’인 거죠.

◇ 김우성: 그렇죠.

◆ 최민석: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아주 극단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인간과 관계에서 과연 궁극적인 평화, 혹은 궁극적인 지향점이 뭔가 이제 죽음이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우리는 얼마나 타인에게 폭력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것까지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 김우성: 많은 분들이 명작, 또 소설들을 읽으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시원한 느낌표를 원하잖아요? “아 재미있었어”, “슬펐어” 근데 이 작품은 거대한 물음표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해석도 가능하고요. 죽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때의 본질을 늘 얘기하다가, 심지어는 그 주인공마저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 버리는 구성도 그렇고요. 사람마다 해석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저는 또 이런 부분도 보여요. 일상 속에서 뭔가를 거절하고, 저항하고, 흐름과는 반대되는 곳으로, 혹은 내가 진짜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도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그 포인트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사회에, 1810년대에 태어난 허먼 멜빌의 이 작품을 읽고 있는데, 어떤 연결성,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 좀 이런 작품을 ‘한번 읽어봐’라고 권하면 좋을까요?

◆ 최민석: 요즘 서로 눈치 많이 보잖아요?

◇ 김우성: 엄청나게 보는 시대죠.


◆ 최민석: 거절 잘 못하잖아요? 이 <필경사 바틀비>에 뭐랄까, ‘오라’를 좀 느껴보시면서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상냥하지만 단호하게. 그런 영향을 좀 받아보고 싶은 분들, 아니면 백경 모비디극을 쓴 이 허먼 멜빌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들, 뭔가 우아하고 시적인 미국 소설을 읽어보시고 싶은 분. 누구든지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결국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이런 철학적인 고민을 하시고 싶은 분, 제가 설명을 잘 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읽어보면서 계속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까지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네. 덧붙여서 왜? 라는 질문이 좀 사라진 삶을 살고 싶으신 분들은 읽는 첫 장부터 왜?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 분들도 <필경사 바틀비> 읽어봐 주시고요. 역시 오르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고전의 세계, 이렇게 쉽고 편하게 라디오로 전해 주시는 분입니다.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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