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회사 안에서 오가는 외모 품평, ‘어디나 다 그렇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상대가 분명히 불쾌감을 드러냈고 그럼에도 그런 말들이 반복됐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그 관계가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였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A 씨는 평소 동료 몇 명과만 주고받던 업무용 메신저에서 부하 직원들 외모를 품평하고 성적인 뉘앙스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하 직원 가운데 한 명이 그 대화를 보게 된 거죠. 외모 품평이 오간 자리가 회사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닌 학교라면 어떨까요? 학교 폭력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외모 품평 어디서부터 성희롱과 모욕, 징계와 처벌의 문제가 되는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정기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들 겉으로만 보면 비슷한 구조입니다. 누군가의 외모를 두고 말을 했고 그 말 때문에 문제가 생긴 그런 사건들인데. 일단 회사 안에서 있었던 일부터 한번 보죠. ‘비공개 메신저로 여직원에 대한 외모 품평을 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김정기 :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두고 외모 품평과 야한 농담을 하다가 딱 걸려서 권고사직을 당한 사건입니다. 피해를 입은 계약직 아르바이트생이 권한을 빌려 쓰던 다른 직원의 메신저를 우연히 들여다보면서 이들의 만행이 발각됐는데요. 그 메신저 안에서는 ‘키가 크다’, ‘상큼하다’라며 외모를 평가하고 ‘한 달 뒤에는 내가 데려가서 취직시킨다’와 같은 아주 노골적인 성적 발언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화가 난 직원이 이 내용을 자기 인스타그램에 저격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결국 A 씨가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졌거든요? ‘권고사직’ 이게 뭔지 좀 궁금할 것 같은데, 해고랑은 다른 겁니까?
◆ 김정기 : 맞습니다. 쉽게 말해 ‘해고’는 회사가 강제로 쫓아내는 거고요. ‘권고사직’은 회사가 ‘음 자네는 나가는 게 좋겠어’ 라고 권유하고, 직원이 거기에 동의해서 나가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 직원들은 처음에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는데요. 이분들 입장에서는 우리끼리 비밀방에서 한 이야기인데 너무 억울해요 싶었는지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기각당하자 결국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거죠.
◇ 이원화 : 이게 권고사직이 해고랑은 다르지만 사실상 회사에서 사직을 권유하는 경우에는 해고처럼 느껴지는 경우들도 있고, 실질적으로는 해고로 볼 수 있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A 씨라는 사람은 권고사직을 해고로 보고 사실상 문제 제기를 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A 씨의 입장은 이랬던 것 같아요. 내가 그 직원들 앞에서 직접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대화가 오간 곳 역시 사적인 메신저인데, 그 대화를 본 것 자체가 보안 규정 위반 내지는 사생활 침해, 심하게는 정보통신망 침해 이런 거 아니냐. 그러니까 권고사직은 너무 과하다. 재량권 남용이다. 법원 판단은 어떻습니까?
◆ 김정기 : 1심과 2심의 결과가 완전히 엇갈렸는데, 결론적으로 2심과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1심 법원은 메신저는 사생활 영역이고 당사자들을 면제해야 되고 한 말도 아니니까 권고사직은 너무 심하다며 직원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인 고등법원은 정반대였습니다. ‘사내의 메신저는 주된 용도가 업무용이므로 온전히 사생활 영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 거죠.
◇ 이원화 :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실 부분이 있어요. 이야기 나온 것처럼 대화가 드러난 과정이 아주 깔끔하지만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의 메신저를 허락이 없이 본 겁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왜 외모 품평과 성적 발언의 책임을 더 무겁게 본 걸까요?
◆ 김정기 : 비록 남의 메신저를 무단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안에서 주고받은 성희롱 발언 수위가 너무 높고 반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피해자인 계약직 근로자들을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상급자들’이었거든요. 위치에 맞지 않게 직장 내 성희롱 발언을 한 사정을 보면 잘못이 너무 크다고 본 겁니다. 비밀 대화라고 해서 모든 게 용서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 사건입니다.
◇ 이원화 : 네,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앞선 사건이 당사자들 모르게 뒤에서 외모 품평을 한 경우였다면, 이번에는 ‘당사자 앞에서 직접 외모 품평을 한 경우’인데 누가 어떤 말을 했던 건가요?
◆ 김정기 :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 팀장이 같은 팀 하급 여성 직원에게 무려 6개월 동안 메신저로 끈질기게 선 넘는 외모 평가를 한 사건입니다. ‘다이어트만 좀 하면 미모까지 되죠’, ‘하체가 정말 운동 선수 근육이에요’라며 직접적으로 신체를 평가했고요. ‘여자는 관리를 받아야 해요’ 같은 성별 고정관념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피해 직원이 싫다고 했어요. ‘외모 너무 따져요’라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는데도 이 팀장님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죠. 정말 귀를 의심할 만한 끈기입니다.
◇ 이원화 : 진짜 말씀하신 대로 귀를 의심할 만한 끈기인 것 같습니다. 해당 직원이 결국 성희롱으로 직장 내에 신고를 했죠?
◆ 김정기 : 네. 참다 못해 결국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팀장은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팀장은 ‘아니 친밀한 사이의 농담인데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 가벼운 징계마저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약 6개월간 발언이 반복됐고 여성의 외모를 직접 지적한 내용이라 객관적으로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기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에서 눈에 띄는 건 ‘피해 직원이 신고한 시점’입니다. 2년 정도가 지나서였다고 하던데요. 이게 일단 왜 그랬던 건지 좀 궁금하고요. 징계나 신고의 시한이 있는지, 아니면 만약에 있다면 기준이 있는지 이런 것들도 좀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정기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징계나 신고에 정해진 시한이 있다고 해서 늦게 신고한 것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닙니다. 사실 피해 직원은 2022년에도 신고를 했었는데 그때는 증거가 부족해서 무혐의 처리됐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메신저 자료 등 증거를 단단히 모아서 다시 신고한 거였죠. 법원도 신고 시기가 늦었거나 다른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못할 건 아니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선 두 사건 모두 직장 내에서 징계가 이루어졌고, 이후 당사자들이 처분 취소를 다투는 그런 흐름이었는데요. 청취자분들 입장에서는 회사 징계로만 끝날 게 아니라 형사 사건으로 갈 수 있는 건가 궁금하실 것 같아요. 피해 직원이 형사 혹은 민사 절차까지 밟는 것도 가능했을까요?
◆ 김정기 : 네. 형사상 모욕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 치과의사가 진료 중 환자에게 ‘넌 충치가 많아서 애인이 없는 것 같아’라며 뜬금없이 조롱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비록 직접적인 성희롱은 아니더라도 간호사나 다른 환자가 듣는 데서 그런 말을 했다면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 상당의 민사상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고요.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금융 치료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좀 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만약에 그 성희롱의 표현이 메신저나 전화, 이런 통신 기기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발언 수위에 따라서는 ‘통신매체 음란행위’도 성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그게 된다면 그건 성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거니까 굉장히 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거죠. 이번에는 학교 사례로 한번 넘어가 보겠습니다. 학교 메신저 방에서 여학생들 외모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고 성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법원에서는 학교 징계를 ‘무효’라고 본 그런 케이스가 있었거든요? 어떤 일이 있었고 법원에서는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건지 이야기해 주시죠.
◆ 김정기 : 보도에 따르면 고등학생 남학생 3명이 자기들끼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기고 성적인 농담을 했다가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법원이 이 징계를 무효라고 판결한 사건입니다. 한 여학생이 선배에게 태블릿 PC를 빌렸다가 이전에 썼던 남학생의 로그인이 남아 있어서 우연히 대화 내용을 보고 신고를 하게 됐는데요. 법원은 단 3명만 있는 메신저에서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이었고, 피해자에게 직접 보낸 것도 아니라며 심각한 성폭력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할 정도의 학교 폭력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에서 징계가 무효가 나왔다고 해서 이런 행위 자체가 정당하냐 이렇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학교 폭력 사안으로 접수되거나 징계나 생활기록부 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거 아닙니까?
◆ 김정기 : 맞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사건은 단 3명만 있던 방이었고, 우연히 발각된 특수한 상황이라 징계가 과하다고 본 것뿐입니다. 평소 단톡방에서 친구들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희롱하는 내용이 누군가에게 캡처되어 퍼지면 그건 명백히 학교 폭력 사안으로 접수됩니다. 학교 생활 기록부에 기재되면 나중에 진학이나 취업할 때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으니까 절대 친구들끼리라도 가볍게 험담을 하면 안 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외모 품평을 한 당사자가 아니라 ‘누가 너한테 이랬다더라’ 하고 그 말을 전달한 학생이 문제가 된 케이스도 있었죠?
◆ 김정기 : 네. 남의 험담을 당사자에게 곧이곧대로 전해준 친구가 도리어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주 황당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A 학생이 B 학생에게 ‘야 길동이하고 점순이 인간적으로도 너무 못 생긴 거 아니냐’라고 험담을 했는데, B 학생이 그 두 명에게 ‘야 A가 너희 못 생겼대’라고 일러바친 거죠. 열 받은 A 학생이 B 학생을 고소했고 검찰도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못생겼다는 건 주관적인 의견이지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만약 법원에서 못생김이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돼 버리면 당사자는 그거대로는 더 슬프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네, 아마 검사는 못생겼다는 말을 했다는 그 사실 자체를 적시했다 이렇게 보고 기소를 한 거 아닐까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