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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화 : 회의할 때 커피를 사고, 거래처와 식사를 하고, 사무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법카. 분명 업무를 위해 지급된 카드인데, 막상 내 지갑에 들어오는 순간이면 묘하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거 어디까지 써도 되는 걸까? 친구와의 식사, 개인적 모임, 헬스장 회원권까지 넓게 보면 이 역시 일을 잘 하기 위한 업무의 일환이라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정말 법적으로 문제 없는 걸까요? 회식이란 이름이 붙으면 어디까지 업무가 되는 걸까요. 노래방, 주점, 유흥업소. 회식이면 업무비로 처리 가능한걸까요? 밥 한 끼, 커피 한 잔.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법카와 연구비, 어디까지가 정당한 사용이고, 어디서부터는 범죄가 되는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이성호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이성호 : 안녕하세요. 이성호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회사에서 준 카드니까 업무에 쓰는 건 알겠는데, 과연 어디까지를 업무냐 이거죠. 최근에는 이 애매함을 넘어서 유흥업소에서 1억 가까이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었다고 하는데.
◆ 이성호 : 네 보도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 연구비·법인 카드로 약 1억원을 유흥업소에서 사용했고, 그러한 사용이 대략 141회에 걸쳐서 사용이 된 것이랍니다. 이러한 비위가 감사를 통해서 적발된 사안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연구비 카드라는 게, 클린카드 제도라고 해서 유흥업소에서는 아예 카드가 안 긁히게 돼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결제가 가능했던 거죠?
◆ 이성호 : 네, 말씀주신 대로 연구비는 클린카드 제한이 걸려있어서 유흥주점 같은 업종으로는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A씨는 유흥업소가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업소명이 표시된다는 점을 이용해, 클린 카드 차단 기능을 회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위는 “동일 업소에서 복수의 PG사 단말기로 분할 결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는데, 실제 감사 보고서에서는 A씨는 지난 7월부터 연구비 카드를 이용해, 단일 유흥업소에서 하루 만에 300만원이 넘는 돈을 썼고, 이 액수는 같은 날 70여만 원씩 나눠 결제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할 카드 결제 내역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고요. 그 외에도 A씨는 상품권 구매 사이트나, 통신사 소액 결제로 상품권을 사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서도 유흥업소에 송금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든 금액 가운데 일부는 A씨의 개인 채무 변제로도 썼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단순 징계를 넘어서, 형사처벌도 가능하겠죠?
◆ 이성호 : 네, 화학연은 감사 결과를 인정하고, 징계를 통한 해임 처분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감사위원회는 비위 결과를 고발 처리도 하였는데, 형사 고소에서는 A씨에 대해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네, 지금 여기서 배임이 적용됐다, 업무상 배임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시면은 어떤 경우에는 횡령이고, 어떤 경우에는 배임이냐. 이런 게 좀 궁금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지금은 카드를 사용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라는 점이 정리가 돼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사안에서는 배임죄가 인정이 된 거고, 만약에 회사에 있는 돈을 뺏어 썼다. 내가 그 돈을 보관을 하고 있는데 그 돈을 내가 뺏어 썼다. 이런 경우에는 횡령이 인정되는 사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통상적으로 처벌 수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떤 죄명이 적용되느냐 하는 그런 법리적인 부분이다라고 이해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요.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 놓고 보면 형사처벌 수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이성호 : 최대 실형으로 징역 2년 6개월까지 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본 사안에서 피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에 대해서 이렇게 변제를 한다거나 이런 사정이 없다면 감경 사유가 따로 없어서, 또 가중 사유로는 그런 유흥업소 결제를 분할해서 결제하는 등의 지능적인 그런 행태가 매우 범행 수법이 안 좋은 경우에 해당돼서, 실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입니다. 결국은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을 얼마나 하느냐가 징역 2년 6개월이 나오느냐, 아니면 집행유예가 되느냐의 결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렇죠. 결국에는 이 금액이 얼마냐, 이게 사실은 제일 중요하고요. 횡령이나 배임 금액이 얼마나 크냐. 그다음에 변제가 얼마나 됐느냐. 만약에 변제가 다 안 됐다고 한다면은 앞으로 변제 계획은 어떠냐. 이런 것들이 좀 중요하게 될 텐데요. 예를 들어서 피해 금액이 1억 원 이하다, 몇천만 원 수준이다 이런 경우에는 실형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보면 되고요. 몇 백만 원 수준이다? 그러면 사실은 좀 실형이 나오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이렇게 판단을 하면 되겠습니다. 이것도 궁금한데요. 이번 사례는 연구원 측에서 수사를 요청했다 말씀해 주셨는데, 비슷한 사건에서 피해 기관이 별도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그냥 내부 징계만 받고 끝날 수도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이성호 : 네, 본 사안처럼 상위 기관의 자체감사 기구인 감사위원회에 의한 감사의 경우에는, 결국에는 상위기관의 법적성격이 중요합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물론, 이번에 감사를 했던 상위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2024년 기획재정부고시에 의해서 공공기관에서는 해제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다만 정부가 출자 연구기관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정부 출자 연구기관이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는 해제되었지만, 과학기술연구회 자체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결국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에 의해서 감사 결과에 따른 고발 등 처분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도 이러한 감사가 있었고, 비위가 적발되었다면 형사 고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이런 경우 중요한 게, 쓴 돈을 그래서 전부 돌려받았냐, 토 해냈냐 이 부분이거든요? 사용액을 전부 다 토해내면 괜찮은 겁니까?
◆ 이성호 : 업무상 배임죄 경우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계속 진행이 될 것이며, 피해자인 연구원의 처벌불원의사가 있더라도, 양형사유 정도로만 참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네, 이거 왜 그러냐면 범죄는 이미 성립을 한 거예요. 범죄가 성립을 한 이후에, 변제가 됐다 이런 부분들은 양형에 있어서, 그러니까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할 요소에 불과한 거죠. 그런데 이 사례가 적발된 경위를 보면요. 연구원에서 자체적으로 알아낸 게 아니라,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거다 이 말씀이에요. 제대로 모니터링 못한 연구원 측 책임은 없는 겁니까?
◆ 이성호 : 네, 사실 자체 감사가 아니라 한국화학연구원의 상급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감사위원회에서 진행한 감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화학연구원의 운영상 책임도 추궁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화학연구원의 운영에 관한 내부규정 위반이 명확한지, 그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본 사안에서 가해자가 법인카드 사용내역 증빙 제출을 꽤 늦게 하였는데도 조사나 확인하지 않은 기간이 길다거나, 또 이러한 동일 금액을 반복 결제한 양상이 통상 눈에 띄게 있었음에도 방치한 정황이 인정된다면, 직접적인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관리의무를 규정한 내부규정에 위반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 이원화 : 내부 통제가 부실했다면, 가해자 책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까?
◆ 이성호 : 내부통제가 부실했더라도, 그것은 별개의 사안으로서, 가해자가 어떤 잘못을 하였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만약에 실제로 출장을 가지 않았으면서 출장비를 청구하거나, 업무상 식사라고 올렸지만 사실은 지인과의 개인 식사였다면, 이건 어떤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까?
◆ 이성호 : 실제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서울특별시가 출자한 재단 법인에서 근무하는 A 씨가, 유럽 출장 중에 업무 관계자와의 한 식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자녀들도 동석을 시켰는데, 출장에 동행한 A씨의 부하직원이 그 자녀들의 식사 비용까지 법인카드로 결제를 한 사안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여기서도 법인카드 자체를 횡령하거나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가 문제가 됐는데요. 법인카드를 통해서 업무 비용을 결제해야 되는 것이 그 행위자의 의무이고, 사적인 비용으로 결제를 하면 안 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서, 이 경우에는 배임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서, 성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2년 동안 생활비로 2억 가까이 쓴 분도 있다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 이성호 : 해당 피고인은 2022년 1월 19일 경에,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사적 식사 비용으로 9만 4600원을 결제한 것을 시작으로, 그때부터 23년 12월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638회에 걸쳐서, 대략 2억 3천만 원 상당을 결제해서 사적으로 사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이러한 비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사적으로 사용하고도 업무 관련 지출인 것처럼 품의서와 기안문을 꾸몄고, 회사는 이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승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피고인은 덜미가 잡혀서 24년 1월경에 회사에서 해고되면서, 회사 측에서 고발 조치를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법원은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아마도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거의 하지 않은 점과, 또 회사가 엄벌 탄원을 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네, 직장인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궁금한 건 이 부분일 것 같아요. 그래서 회식비는 어디까지 되고, 거래처 식사는 어디까지 되는지, 야근 식대나 커피값은 괜찮은지, 친한 동료끼지 먹은 식사도 업무 관련이 되는지.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 업무 관련성과 사적 사용을 가르는 현실적인 기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이성호 : 네, 사적 사용이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첫 번째로 목적과 상대방, 시간, 장소 그런 것들이 업무에 해당되어야 되고, 또 지출에 관한 객관적인 증빙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부 규정에 어긋나지 말아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친목계에서 사업 관련 대화가 일부 오갔더라도, 모임의 성격이나 그런 구성원들에 비추어서 업무 관련 모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사례도 있고요. 그 밖에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한 것이 단순한 친분 만남이고, 또 회사 규정상 접대에 해당되기 어렵다면, 업무 관련성이 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주말이나 공휴일 밤 11시 이후 같은 심야 시간대 사용은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으며, 고깃집, 분식집, 뷔페 같은 보안이나 이런 문제 등에 있어서, 회의 장소로 부적절할 경우에는 업무 관련성을 부정한 바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