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법이라고 해서 절대 불변한 건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면 법도 바뀌곤 하죠. 문제는, 법이 바뀌는 그 사이의 공백입니다. 위헌성이 확인된 옛 법과, 뒤늦게 만들어질 새 법 사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은 어느 법을 따라야 하는 걸까요. 오늘 사건은 바로 그 경계에서 시작됩니다. 유류분이란 고인이 유언을 남기더라도, 다른 가족에게 법이 정한 최소한의 몫만큼은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한 자녀에게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 해도 다른 자녀들이 ‘내 몫을 달라’ 유류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언니 A씨는, 어머니가 생전, 동생에게 건넨 약 1억 9천만 원도 상속재산에 포함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동생이 어머니를 부양한건 맞지만, 법에서 말하는 “특별한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단 1심 판단, 그러던 중.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법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동생의 27년 부양을 다시 따져볼 길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새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죠. 결국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는 상속, 유류분 분쟁 관련한 사건들,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윤치웅 변호사 (이하 윤치웅) :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먼저 사건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언니가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이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재산 때문이었죠? 어떤 상황이었던 건가요?
◆ 윤치웅 : 네, 언론 보도에 따르면요. 당사자분들의 어머니께서 2022년에 세상을 떠나시면서 남긴 재산이 예금 약 31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돈은 세 자녀가 함께 물려받았는데요. 문제는 돌아가시기 전인 2016년에 어머니 계좌로 약 1억 9,800만 원이라는 큰 돈이 들어왔고, 이 돈이 둘째 딸인 동생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언니가 "어머니가 동생에게 준 1억 9,800만 원 중에서 내 유류분 몫을 돌려달라"며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언니가 문제 삼은 돈이라는 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긴 상속재산이 아니라, 생전에 돌아가시기 대략 6년 전에, 동생에게 줬던 돈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것도 “유류분으로, 내 몫을 달라” 요구할 수 있는 건가요?
◆ 윤치웅 : 네,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고인이 돌아가실 때 남긴 재산만 따지는 게 아니고요. 생전에 다른 상속인에게 미리 떼어준 재산,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특별수익'이라고 하는데요. 이 증여 재산까지 다 합산해서 상속재산을 계산합니다. 그래서 동생이 미리 받아 간 돈도 결국 유류분 산정 기준에 포함되니까, 언니 입장에서는 “내 법정 최소 몫을 내놓아라” 이렇게 요구할 수 있었던 거죠.
◇ 이원화 : 그러면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준 돈은 모두 나중에 유류분 계산에 포함되는 건가요? 시점이나 사람 등등 기준이 있나요?
◆ 윤치웅 : 네, 청취자분들도 이 부분을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요. 대상이 배우자와 자녀처럼 공동으로 상속을 받는 공동상속인인 경우에는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돌아가시기 5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심지어 20년 전에 줬던 재산이라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에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망 전 1년 이내에 준 재산만 유류분 대상이 됩니다. 즉, 자녀에게 생전에 준 돈은 시점과 상관없이 유류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이원화 : 요약하자면 자녀 같은 공동 상속인인 경우에는 시점 상관없이 다 포함해서 특별 수익으로 계산을 하는 거고, 그게 아니라 제3자인 경우에는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증여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포함시킬 수 있다 이 말씀이네요. 아무튼 사건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동생은 어머니를 27년 동안 모셔왔고, 요양병원비며, 휴대전화 요금도 본인이 부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1, 2심 모두, “그게 통상의 수준을 넘는, 특별한 부양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거든요. 27년 동안 모셨다고 하면, 기간도 길고 사실 비용 부담도 있었을 텐데, 왜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죠?
◆ 윤치웅 : 물론 이 부양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관점도 차이가 있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거는 법 규정 자체의 한계였습니다. 지금까지 유류분 계산에는 자녀의 기여도를 반영해 주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4년, 헌재가 기존 유류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뭐가 문제다, 뭐가 맞지 않는다 했던 거죠?
◆ 윤치웅 : 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기존의 민법 조항에서는 유류분을 계산할 때 자녀가 부모를 아무리 오랫동안 돌봤어도 그 기여를 유류분에서 참작해주는 규정이 없었거든요. 헌법재판소가 그 부분을 지적했던 것이고요.
◇ 이원화 : 사실 유류분이라는 법 조항의 취지는 상속을 못 받는 사람들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미움 받는 자식들도 최소한의 어떤 부모 재산에 대한 그런 권리를 인정을 하겠다는 그런 취지에서 도입이 된 건데, 이게 그런 차원이 아니라, 예를 들어서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여를 해서 거기에 대한 어떤 대가로 재산을 받는 경우에도 전혀 참작하지 못하는 그런 불합리가 있었던 거고, 그 부분을 헌법재판소가 지적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이 결정이, 동생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27년간의 부양을, 반영 받을 가능성이 생긴 거잖아요. 재판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 윤치웅 : 그렇습니다. 불합치 결정을 통해서 동생이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니를 돌보았던 그 노력이 유류분에서 인정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문제는, 당시 헌재에서 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입법자가 새 법을 만들 때까진, 기존 조항을 계속 적용하라” 했단 점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진행 중이던 동생의 재판에는 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거죠?
◆ 윤치웅 : 사건을 담당했던 1심과 2심 재판부는 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져서 관련 내용 규정 자체가 사라지면 법의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존 법 조항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하라고 명시했거든요. 그래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기존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2심 때까지는 동생이 유류분 금액을 일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죠.
◇ 이원화 : 그런데 대법원에서 완전 다른 판결을 내놨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나중에 만들어진 법을, 과거에 일어난 일에 소급해 적용하는 게 제한적이잖아요. 그런데 왜 이번 사건에서는 신법을 소급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본 거죠?
◆ 윤치웅 :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취지를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가 옛 법을 계속 적용하라고 한 것은 유류분 제도 자체가 사라지는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지, 위헌적인 옛 법으로 계속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본 겁니다. 따라서 헌재 결정 당시 이미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 대해서는 신법을 소급적용하는 방법을 통해서 억울한 부양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려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1억 9천을 형제와 나눌 필요 없다, 이런 확정 판결이 난 건 아니죠?
◆ 윤치웅 : 맞습니다. 대법원이 동생의 승소를 최종적으로 확정지은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옛 법을 적용해서 판결한 2심 판결에 대해서 "개정된 새 법을 기준으로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즉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사건을 돌려받은 법원에서는 뭘 다시 판단하게 되는 겁니까? 그리고 현재까지 드러난 사정을 놓고 보면 환송심 결과, 어떻게 예상하세요?
◆ 윤치웅 : 환송심 재판부는 이제 개정된 민법 기준에 따라서 다시 재판을 하게 될 거고요, 특히 동생이 어머니를 27년간 모시면서 낸 요양병원 비용이나 휴대폰 요금 등이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기여인지, 그리고 어머니가 준 1억 9,800만 원이 그 기여에 대한 보상적 증여인지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동생이 20년 넘게 어머니를 전담해서 부양한 점이 입증된다면, 어머니가 생전에 주신 돈이 유류분으로 분할되지 않아서 언니의 유류분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원화 : 네 방금 사실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여기 이 기업인이 무조건 인정되는 게 아니라요. 이 유류분까지 침해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기업인이 되려고 한다면 이 특별수익이 보상적 증여여야 된다는 말입니다. 보상적 증여 이 기여에 대한 보상인 거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나한테 이렇게 기여를 많이 했으니까 거기에 대한 대가로 지급을 한다 이런 취지여야 된다는 거죠. 반드시 기여라고 해서 모두 다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 상속 관련법이 다시 좀 바뀐 부분이 있어서 끝으로 이 부분도 좀 짚어보죠.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생긴 거죠?
◆ 윤치웅 : 앞서 말씀드린 언니가 동생에게 유류분 청구를 하면서 문제된 점 외에도, 한때 큰 이슈가 되었던 ‘구하라법’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 정도만 상속을 못 받게 막았는데요, 이제 개정된 법에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나 배우자까지 모든 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신고를 통해 상속권과 유류분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가족을 평생 나 몰라라 하다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류분을 달라고 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죠.
◇ 이원화 : 이 상속권 상실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 공동 상속인이나 아니면 이 상속권 상실 확정에 의해서 상속인이 될 수 있는 그런 후순위자 또는 유언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 집행자 이런 사람들이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청구를 하면 법원에서 요건들을 판단을 해서 상속권이 상실된다는 선고를 하게 되는 거고 그러면 그 사람은 상속 대상에서 빠지는 거죠.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