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트럼프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외국인의 농촌 토지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가운데, 상원 표결의 정치적 후폭풍에 거세졌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밀레이 정부의 외국인 토지 소유 규제 완화 논란과 상원 표결을 주요 정치적 악재로 꼽았습니다.
지난 7일 아르헨티나 상원은 정부가 추진한 '사유 재산 불가침 법'을 찬성 37표, 반대 33표로 가결했지만, 외국인의 농촌 토지 매입 제한을 없애는 조항은 삭제했습니다.
결국, 법안이 하원으로 넘어가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시장 자유화 개혁이 정치적 한계를 노출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밀레이 정부는 2011년 제정된 농촌 토지법의 외국인 소유 제한을 사실상 없애 외국 자본의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현행법은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농촌 토지를 국가 전체와 각 주·지방자치단체별로 15%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밀레이 정부는 규제 철폐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페데리코 스투르세네거르 규제·국가 개혁 장관은 농촌 토지법을 폐지하면 약 150억 달러(약 21조 2천억 원)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블랙록 등 미국의 대형 자산 운용사나 자원·에너지 기업 등이 아르헨티나의 핵심 리튬 매장지나 광활한 농지를 소유·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치워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정부 구상과 정반대로 이미 아르헨티나 농지와 리튬 광산, 인프라의 주요 투자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토지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 속에 규제 찬성론이 우세했습니다.
여론 조사 기관인 수반 코르도바가 7월 16∼18일 아르헨티나 전역의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7%가 외국인의 토지 매입 제한 유지에 찬성했습니다.
반면, 제한 철폐에 동의한 응답자는 16.7%에 그쳤고 반대 여론은 거리에서도 표출됐습니다.
상원 표결을 전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의회 앞에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천 명이 몰려 정부의 법안에 항의했고, 시위대는 '조국은 팔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반대 진영은 토지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국경과 수자원, 산림, 광물 등 전략 자원과 연결된 국가 주권의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결국, 상원 표결 과정에서 외국인의 농촌 토지 소유 규제 완화 조항은 삭제됐지만, 이번 조항 삭제가 외국인 토지 소유 규제 완화 정책 자체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밀레이 정부는 향후 별도 법안이나 수정안을 통해 다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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