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시장이 흔들리자,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었습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5.34%까지 치솟으며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미 재무부가 예정에 없던 조치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국채를 되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두 배 넘게 늘리겠다고 전격 발표한 겁니다. 말 그대로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미국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급하게 움직였을까요?
먼저 배경입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채권 공급 폭탄'이 한꺼번에 두 개나 터졌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찍어내는 국채입니다. 다른 하나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쏟아낸 대규모 회사채입니다. 시장에 채권이 홍수처럼 밀려드니, 투자자들의 돈을 서로 끌어가려는 '자금 흡수 경쟁'이 극에 달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예전에 발행된 장기 국채, 이른바 '구권'입니다. 신규 발행물에 비해 거래가 뜸하다 보니, 이걸 떠안고 있던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재고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은 사라지고 물량만 쌓이니, 결국 금리가 발작하듯 튀어 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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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터진]()
AI 생성 인포그래픽
그래서 재무부가 쓴 카드가 바이백입니다. 거래가 부진한 구권 장기채를 정부가 직접 사서 없애줌으로써, 재고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진짜 핵심은 '구권 장기채를 사들일 돈을 정부가 어디서 마련하느냐'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정부가 빚의 '만기'를 바꿔 끼우는 겁니다. 시장에 넘쳐나서 문제가 된 '10년 뒤에 갚을 장기 빚'을 도로 사들이고, 대신 '3개월 뒤에 갚을 단기 빚'을 새로 발행해 돈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 빌린 돈의 양은 그대로인데, 만기 구성만 '장기에서 단기로' 트위스트, 즉 비틀어 바꾸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시장을 짓누르던 장기채 물량이 줄면서 장기 금리가 안정됩니다.
원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인 연준이 쓰던 방식인데, 이번엔 연준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비슷한 효과를 냈다는 점에서 '스텔스 트위스트'라고 불립니다. 베선트 재무장관 체제가 "장기 금리 폭등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분명히 던진 조치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조치가 발표되자 급등하던 30년물 금리는 5.2%대로 되밀렸고, 전날 불안하게 출렁이던 뉴욕 증시도 할인율 부담을 덜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마침 휴가철이라 시장 유동성이 얇은 상황에서, 금리 하락에 베팅하지 못했던 매도 포지션까지 청산되며 금리 안정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바이백은 어디까지나 채권의 '만기 구조'를 손보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일 뿐, 미국의 나랏빚 총량 자체를 줄여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단기채 의존도가 커질수록, 이걸 계속 갚고 다시 빌리는 '차환 리스크'가 쌓이게 됩니다.
무엇보다 장기 금리를 끌어올렸던 불씨들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과잉,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그대로인 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겹쳐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겁니다.
결국 이런 변수들이 남아 있는 한, 오는 11월 차기 국채발행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장단기 금리 차가 벌어지는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압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바이백 확대는 정부가 사실상 장기 금리의 상단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빚이라는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이번 응급 처방이 언제까지 통할지, 진짜 시험대는 11월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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