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새벽 2시를 앞둔 시각이었습니다. 경찰서로 아주 다급한 신고가 한 건 들어왔죠. 그리고 불과 몇 분 뒤.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죠. 예상하셨겠지만, 두 신고의 중심엔, 음주운전이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차량을 발견하고 순찰차로 길을 막았지만, 운전자는 멈추지 않았죠. 오히려 순찰차를 들이받고 달아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도주, 무려 20km가량 이어졌죠. 그렇게 한참 대치가 이어졌고, 이를 막던 경찰관 한 명은 대퇴부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은 결국, 차량 타이어를 향해 실탄 4발을 발사했죠. 그렇게 실탄에, 테이저건까지 동원되고서야 한밤중의 추격전은 끝이 났습니다. 운전자는 혼자도 아니었죠. 조수석엔 30대 여성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요. 짚어봐야 할 법적 쟁점들이 제법 많은 사건입니다.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안광휘 변호사 (이하 안광휘) : 안녕하세요. 안광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진짜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사건 경위부터 정리해주시죠.
◇ 안광휘 : 네,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9월 2일 새벽, 장소는 대구입니다. 새벽 1시 41분쯤 수성구의 한 도로에서 시민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외제차가 있다"고 112에 신고를 합니다. 채 10분도 안 돼서 이번엔 택시기사가 "승객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또 신고를 하는데, 두 신고가 같은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30대 남성 A씨의 차량을 순찰차로 가로막았지만, A씨는 순찰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달아났고요. 새벽 2시 3분쯤에는 북구 국우터널 부근에서 5톤가량 되는 탑차와 접촉사고를 내고도 서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추적 끝에 북구 주거지 앞에서 차를 에워쌌지만 하차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30분 넘게 대치하다 다시 도주를 시도하면서 주차 차량들과 경찰차를 잇달아 들이받게 됩니다.
◆ 이원화 :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다치기도 했다면서요?
◇ 안광휘 : 네, 이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이 이 부분입니다. A씨가 다시 차를 몰고 빠져나가려는 과정에서 막아서던 경찰관 한 명이 차량에 치였습니다. 대퇴부, 그러니까 허벅지 뼈가 골절되는 중상이었고 지금도 병원 치료 중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공포탄을 한 발 쏘고, 그래도 멈추지 않자 앞뒤 타이어를 향해 실탄 네 발을 발사했습니다. 그제야 차가 멈췄고, A씨가 내리자 테이저건으로 제압해 새벽 2시 45분에 동승자 30대 여성 B씨와 함께 현행범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음주측정을 거부했습니다. 술 냄새는 진동했는데 수치는 확인이 안 된 겁니다.
◆ 이원화 : 워낙 여러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사건이라 뭐부터 봐야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이 운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들부터 정리해주시죠.
◇ 안광휘 : 현재 알려진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적용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경찰이 직무를 하고 있는데 차량으로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을 다치게 한 거니까요. '특수'가 붙는 건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썼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음주측정 거부고요. 세 번째는 차량 손괴인데, 파손 차량이 일반 차량 아홉 대에 경찰차 두 대, 모두 열한 대입니다. 순찰차는 공용 물건이라 더 무겁게 다뤄집니다. 네 번째는 사고를 내고 아무 조치 없이 달아난 부분이고요. 마지막으로 택시기사 폭행 신고 부분도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동승자 B씨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경찰관 분이 대퇴부 골절이 됐다고 하는데, 대퇴부가 사실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 중에 하나잖아요. 그게 골절이 될 정도면 굉장히 강한 충격을 했다는 거고, 사실 사람이 앞에서 막고 있는데 차를 이용해서 밀어버렸다는 거는 살인미수 적용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안광휘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수사나 진행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미필적 고의라든가 이런 게 인정이 된다고 하면,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될 수도 있고요. 그거는 차차 수사를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운전자도, 함께 타고 있던 여성도 음주측정을 거부했잖아요. 이런다고 음주운전 처벌 피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오히려 측정 거부하면 처벌 면에서 더 불리해지는 거 아닙니까?
◇ 안광휘 : 네, 맞습니다. 거부한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음주측정 거부는 그 자체가 독립된 범죄입니다. 술에 취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데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건 재판부의 시각입니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 반성하는 태도로 보기 어렵고,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아마 이런 법적인 부분을 몰랐을 수도 있고, 술에 취해 그럴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수치가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거부가 낫다, 이렇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혹시 측정 거부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 안광휘 : 아주 제한적으로는 있습니다. 측정을 거부하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남지 않으니,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 자체를 입증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수치가 크게 나와서 가중처벌 받느니 차라리 거부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거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손해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거부죄 형량 자체가 무겁고, 영장을 받아 강제로 채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다른 혐의가 많으면 사실상 실익이 없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거워 보이는 대목은 도주를 막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아서 대퇴부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힌 부분인 것 같은데요. 이건 단순 교통사고와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겠죠?
◇ 안광휘 : 네,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 교통사고는 부주의로, 그러니까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경찰관이 눈앞에서 막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 차를 몰아 빠져나가려 한 거예요. 부주의가 아니라 공무를 힘으로 뚫고 나가려 한 고의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3년 이상의 징역인데 벌금형 규정이 아예 없습니다. 애초에 벌금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죠. 교통사고가 아니라 폭력범죄에 가깝게 다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운전자가 애초에 경찰관을 다치게 하려고 마음먹고 이런 건지, 아니면 그냥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난 건지, 그러니까 고의가 있었냐, 여부도 법적으로 중요한가요? 아니면 경찰관이 크게 다쳤다는 결과가 더 중요합니까.
◇ 안광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찰이 앞을 막고 있는데 차를 움직이면 누구든 다칠 수 있다는 건 예견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빠져나가려던 것뿐이다"라는 해명은 큰 힘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반대로, 처음부터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까지 있었다고 인정되면 특수상해나 살인미수 같은 더 무거운 죄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이 사건, 차량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 차량과 경찰차를 합쳐서 무려 11대가 파손됐는데요. 이 정도의 막대한 물적 피해가 큰데 형사재판 형량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 안광휘 : 영향이 큽니다. 첫째, 피해 규모 자체가 양형에 반영됩니다. 새벽에 도심 한복판에서 열한 대가 부서졌다면, 금액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가 되니까요. 둘째, 실무에서 더 중요한 건 피해 회복입니다. 이 죄는 3년 이상 징역이지만,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면 집행유예까지도 가능은 합니다. 그 참작 사유의 핵심이 피해 회복이거든요. 차주분들, 다친 경찰관과 합의가 됐는지가 결정적인데, 피해자가 열 명이 넘어서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이 더 심각하게 느껴졌던 게 제압과정에서 실탄, 테이저건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이번엔 다행히 그러지 않았지만 만약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이럴 경우 경찰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이 부분 저는 되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피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공권력을 얼마나 또 쓸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이 미리 정리가 돼야 범죄자들을 빠르고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 안광휘 : 네, 이론적으로는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라면 인정되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경찰이 무기나 테이저건을 쓸 때는 두 가지를 봅니다. 꼭 써야 했느냐, 즉 필요성. 그리고 그 정도로 썼어야 했느냐, 즉 상당성입니다. 지나치게 과했다면 위법한 직무집행이 되고, 경찰관 개인은 형사 책임이, 국가는 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상대가 이미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사람이고, 경찰관이 골절상을 입은 뒤였고, 계속 달아나면 시민들이 더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탄을 사람이 아니라 타이어를 향해 쐈고, 그전에 공포탄부터 쏘며 단계를 밟았다는 점도 상당성을 인정받을 근거가 됩니다. 저는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이원화 : 최근 비슷한 사건이 경남 창원에서도 있었습니다.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달아나다가 차량이 바다에 추락했다면서요?
◇ 안광휘 : 네, 지난 8월 30일 밤에 경남 창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밤 10시 55분쯤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30대 남성 A씨에게 측정을 요구했는데 거부하고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막으려던 경찰관 한 명이 팔꿈치를 다쳤습니다. 약 3km를 달아났는데, 출동한 창원해경이 광암항 인근 해상에서 차량을 발견합니다. 차가 바다로 떨어진 거죠. A씨는 바닷속에서 가라앉는 상태로 발견돼 구조됐고, 이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