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한 컷에 담기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그 바깥의 상황을 표현해야 해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자 김원석 감독이 서울스퀘어 공동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완생(完生)을 향해 달려가는 미생(未生)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리얼한 장면으로 '내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웹툰을 보며 상상했던 지점까지 잘 표현해줘야 했다"며 시청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미생' 속 숨겨진 디테일을 공개했다.
이미지 확대 보기
◆ 오 과장과 김 대리 옥상 흡연 장면의 비밀
'미생'에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흡연 장면은 방송에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김원석 감독은 담배를 소재로 사용하는 데 대해 "아시다시피 직장인들이 담배 피우는 시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옥상을 가는 장면에서도 담배 피우는 설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 웹툰보다 흡연, 음주 장면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직장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 때 직장인들이 손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 담배와 술이기 때문"이라며 "직장인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극중 오상식 과장(이성민)이 담배를 끊자 김동식 대리(김대명)도 따라서 끊는다.
감독은 "두 사람이 모두 담배를 끊었지만 조금 다르다"며 "오상식 과장은 결혼을 한 사람이라 옥상에 가면 담배 한 갑으로 계속 냄새만 맡고 내려온다. 김상식 대리는 미혼이라서 냄새 한번 맡은 담배는 버린다. 아무도 눈치를 못 채더라"고 귀띔했다.
이미지 확대 보기
◆ 장그래 입술은 CG로 색 보정
'미생'을 보다 보면 영업 3팀 신입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의 빨간 귀와 입술이 눈에 띈다.
김원석 감독은 "(임시완의) 입술하고 귀를 CG로 처리했냐고 많이 묻더라"며 "워낙 빨개서 사실은 좀 죽인다. 입술 부분은 덜 빨갛게 보이려고 색 보정 작업에서 지운다"고 말했다.
장그래를 연기하며 부끄러움이 많아졌다는 임시완은 "당황스럽거나 하면 귀가 좀 많이 빨개진다. 정말 당황스러워서 그런 건데 '귀까지 연기하네'라고 잘 봐주시더라"며 웃어 보였다.
이미지 확대 보기
◆ 껌 씹는 장면도 철저히 준비
드라마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도 남다르다.
이성민은 미팅 전 껌을 씹다 휴지에 싸서 버리고 입을 닦는 모습까지 준비해왔고, 강소라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파워포인트나 엑셀까지 연습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성민 씨는 기업 간부인 친척분에게 직접 코치를 받고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해오신다"고 말했다.
'미생'은 정윤정 메인 작가를 비롯해 고등학교 교사, 방송사 PD 출신의 보조작가 3명이 함께 만들고 있다. 실제 상사맨들도 드라마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원석 감독은 "나와 정윤정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것은 웃픈(웃기는데 슬픈) 코미디였다"며 "아주 세세한 곳까지 정윤정 작가님이 코미디 코드를 넣었다. 그걸 가지고 배우들이 합을 짜온다. 아주 과할 정도로 짜와서 제가 그걸 깎느라고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YTN PLUS 최영아 기자 (cya@ytnplus.co.kr)
[사진제공 = tvN]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