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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2018.08.2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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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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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등장하는 차량은 화재와 무관한 '교육용'입니다.


"혹시 내 차도?" 연이은 차량 화재 보도에 덜컥 불안감이 든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BMW를 비롯해 국산 차 그랜저IG, 에쿠스, 아반떼 차량 등에서도 불이 났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차량 화재가 본격 보도된 지난 8월 초에는 차량용 소화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3배까지 늘었다는 업계 분석도 나왔다. 차량 화재가 더는 남 일이 아니라는 국민적 우려를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 정말 차량에 불이 난다면 어떨까. 소화기를 뒀다고 해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둥지둥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선다.

어떤 차량용 소화기를 선택하는 게 효과적인지, 어떻게 분사해야 하는지 전혀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해보니 시리즈에서는 서울 서대문 소방서 소속 박영준 화재조사관을 만나 직접 배워봤다.

◆ 차량 화재도 초기 진압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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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 안전 점검을 받고도 엔진부에서 불이 난 BMW 520d 모델. 불길이 주변 산으로 번지고 있다.)

박 조사관이 교육 내내 강조한 것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었다.

박 조사관은 "차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진화"라며 "초동 대응에서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 만큼의 위력이라고 할 정도다. 소화기로 진화만 잘해도 차량의 완전 전소를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타는 냄새와 연기가 나기 시작할 때 차를 갓길에 대고 초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소방차가 도착하는 5분가량 사이에 차가 완전히 타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경우 차량을 아예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불길이 주변 차량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경북 문경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 근처에서 불이 난 BMW 520d 차량의 불이 야산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 차량용 소화기 종류는 다양, 알고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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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7인승 이상 차량에는 법적으로 제조 단계부터 소화기를 비치한다. 5인승 이하 차량 소유주들은 소화기를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다양한 차량용 소화기 종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장 대중적인 '분말 소화기'다. 분말 형태의 소화 약재를 사용해 냉각, 화재 억제 작용을 한다. 대부분 화재에 사용할 수 있고 저렴하지만, 방사 후 분말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차량이 훼손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분말 소화기의 경우 습도, 온도에 따라 소화 약제가 굳으면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피해서 보관하는 게 좋다. 또 틈틈이 소화기를 흔들어 약제가 응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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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차량용 소화기)

박 조사관은 '폼 소화기'와 '강화액 소화기'도 차량용으로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폼 소화기'를 사용하면 이름 그대로 화학 약재를 사용한 거품(Foam)이 산소 공급을 막아 불을 끌 수 있다. 소화력이 우수하고 유류나 화학 약품 화재에도 효과가 크다. 다만 전기 화재에는 적당하지 않다.

'강화액 소화기'의 경우 액체 소화 약제로 연소를 막는다. 약제 어는점이 -20℃ 이하여서 겨울철에도 잘 얼지 않고 오래 보관해도 변하지 않는다. 또 분진으로 인한 시야 가림이 없고 표면 장력이 낮아 화재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약제 잔여물이 남긴 하지만 분말 소화기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액체라 다른 종류 소화기에 비해 무겁다.

할로겐 화합물 가스를 사용하는 '하론 소화기'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 포함돼 생산과 판매가 제한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차량용 소화기는 일부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1~2만 원대에 살 수 있다.

◆ 화재 발생 시 분말 소화기 분사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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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박 조사관은 "화재 발생을 대비하려면 소화기는 조수석 밑처럼 운전자 손이 닿는 곳에 놓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보통 엔진, 대시보드 등 차량의 앞쪽, 운전석 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소화기와 함께 '장갑'을 비치할 것을 추천했다. 박 조사관은 "차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빨리 보닛을 열어 소화기를 분사해야 하는데 맨손으로는 뜨거워서 보닛을 만지기조차 어렵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미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는 보닛을 열지 말고 119에 신고한 뒤 기다려야 한다.

박 조사관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분말용 소화기 사용법을 시범으로 보여줬다. 소화기 사용법 자체는 가정용과 다르지 않다.

먼저 장갑을 끼고 보닛을 연다. 그리고 소화기 손잡이에 꽂힌 안전핀을 제거한 뒤 연기가 나는 지점을 향해 호스를 대고 위 레버를 힘껏 눌러 분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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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 엔진부를 향해 분사한 소화 분말이 바람을 타고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다.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정확히 발화점에 소화 분말이 닿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바람의 방향이다. 박 조사관은 "이론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등지고' 분사하라고 하는데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고 분사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소화 분말이 바람을 타고 발화점에 닿을 수 있도록 계속 위치를 조절하면서 분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사용해본 소화기는 교육용으로, 실제 분말이 아닌 수증기가 분사됐다. 박 조사관은 "실제 소화 분말이 분사될 때는 눈이 따갑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소방관들도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주의해서 사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창시절 소방 안전 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소화기를 작동하는 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차에 소화기가 준비됐다면, 구조와 종류별 사용법을 미리 숙지해 화재에 대비하는 것도 좋겠다.

소화기 유통기한은 일반적으로 5년으로 보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제조 일자로부터 10년 이상 된 노후 소화기는 부식이나 압력 저하로 사용이 어려워 교체해야 한다.

◆ 그래도 화재 예방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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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4] 소방관에게 직접 배웠다...차에서 불이 난다면?

이제야 이슈가 돼서 그렇지 사실 차량 화재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약 5천 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4대꼴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 대상이 된 차량 가운데 2만 4천여 대는 아직 시정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화재 위험을 안고 여전히 주행 중인 차량이 2만 4천여 대라는 뜻이다.

차량 화재 원인은 엔진 열 발생, 대시보드 안쪽 전기 배선 합선, 차량이 노후화, 습기 등 다양하다. BMW 코리아에서는 이번 520d 차량 화재 원인을 EGR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등 부품 결함으로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 화재 진압에 앞서 냉각수와 엔진오일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안전 점검을 제때 받는 등 예방이 우선이다. 물론 제조사가 차량을 내구성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겠지만.

그럼에도 불상사를 막지 못한다면 그때는 초기 진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박 조사관은 "이 기사를 통해 좀 더 많은 분이 소화기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초동 대응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방서에서 돌아온 뒤 달라진 점은? 우리집 차의 냉각수와 엔진오일 상태를 확인했고, 5인승이어서 없었던 소화기도 하나 주문했다. '유비무환',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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