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5월 3일 (금요일)
□ 출연자 :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각계 분야의 사회 원로 12명을 초청해서 국정운영과 관련된 지혜를 구했다. 이런 보도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출발 새아침에서도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아침에 어제 있었던 사회 원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이 어떤 건지 한 번 직접 질문을 드려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어제 오찬간담회에 참석하신,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이하 조한혜정):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예, 지금 어디신지요?
◆ 조한혜정: 제주도에 있어요.
◇ 김호성: 교수님께서 제주도에 내려가신 적이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시잖아요?
◆ 조한혜정: 예, 저는 여기서 박사논문 연구를 했고 계속 인연이 있고요. 요새도 여기서 양성평등위원회라든가 또 앞으로 AI 시대의 교육이라든가 이런 것 자문을 해드리고 있어요.
◇ 김호성: 대안교육공간 하자센터 설립을 하셨는데 지금 제주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 조한혜정: 네, 제주에서 하고 있습니다.
◇ 김호성: 어제 청와대 오찬간담회 분위기 좀 여쭤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가는 진행방식이었나요, 아니면 발제 형식으로 돌아가시면서 얘기하신 건가요?
◆ 조한혜정: 2시간에 12명이 참석했으니까 각자 얘기 조금 하다가 끝난 거죠.
◇ 김호성: 분위기 어땠습니까?
◆ 조한혜정: 요새는 다들 생각들 많이 하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상당히 합리적으로 탕평책 이야기부터 탈원전을 에너지믹스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자라든가. 또 강사법 같은 거 너무 서두르다 보면 악법이 된다. 이런 이야기들 나왔고요.
◇ 김호성: 구체적인 말씀들 가운데서는 적폐청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에 조간신문 헤드라인들은 대체로 ‘선 적폐청산 후 협치’ 이런 식의 제목들을 달았던데 실제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는지요?
◆ 조한혜정: 글쎄요,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이제는 거기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다 같이 뭔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집중을 하자.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지금 동물국회 이야기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이게 상당히 선진국의 정치들도 상당히 개판이잖아요. 그래서 좀 세계적인 전망에서 보고 이걸 가면 좋겠다. 그런 얘기들 해서, 적폐를 어떻게 규정하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를 텐데 적어도 이런 냉전 시대의 적폐 이런 것들은 일정하게 이번에 대통령이 잘 남북 관련 화해도 잘 하시고. 그래서 그 부분은 일정하게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단계로 나아가서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밀어붙인다든가 양적인 관리를 한다든가 이런 거 아니고 좀 더 질적으로 가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 김호성: 그것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어땠습니까?
◆ 조한혜정: 약간 아직도 그렇게까지 마음 놓고 하기에는 그런 여전히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 그렇지만 이쪽, 예를 들어서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경우도 너무 이렇게 공론화도 그렇고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 사안별로. 그렇게 좀 질적인 성과를 내는 식으로 충분하게 토론 소통이 되는 이런 형태로 가면 좋겠다, 라는 얘기라든가. 하여튼 저도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하면 굉장히 하향평준화가 되고 우리가 앞으로, 지금이 굉장히 기로거든요. 우리가 잘하면 선진국이 되고, 명실공히. 그리고 아니면 라틴아메리카처럼 굉장히 힘들어질 텐데 약간 지금은 달리기를 멈추고 좀 돌아보자. 그래서 결국 신뢰사회를 어떻게 회복할 건가. 사실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는 그런 시점인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 너무 패닉으로 몰고 가는 것은, 패닉적 상황인 것으로 몰고 가는, 지금 언론이 상당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식의 것을 안 하고 오히려 희망적인 사례들을 보여준다든가 아니면 희망적인 사례를 낸다든가 서로 상생하는 모습으로나 그런 지점으로 가야 하지 않냐. 그런 이야기들을 좀 했습니다.
◇ 김호성: 총평을 내리신다면 어떻게 내리시겠습니까, 어제 간담회를?
◆ 조한혜정: 총평까지야 하긴 힘들지만 저는 약간 이런 거죠. 사실 김명자 전 장관 같은 분은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 그런 거 굉장히 강조하시는데 사실은 제조업이 1·2차 산업의 제조업하고 3·4차 산업 시대의 제조업하고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3·4차 산업으로 가면 우리나라 입시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이게 발전할 수가 없어요. 그런 식의 구분들을 우리가 지금 섬세하게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비약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거의 어렵게 돼 있죠. 그래서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길 건가,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 김호성: 너무 잘하려는 것보다 천천히 전문적으로 가는 방안을 찾을 때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는데 전문적으로 가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 조한혜정: 한쪽은 우리가 전문성을 국내에서만 찾으면 안 되고 우리가 하는 어떤 모든 탈원전이건 이런 것까지도 글로벌 전문가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냐. 이게 한쪽이고 다른 한쪽은 공무원 중심, 공무원이 하는 것은 굉장히 어떤 행정적인 하나의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유연하게 가야 하고. 실제로는 시민들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시민들의 지혜, 그것을 활용할 수 있고 시민들이 주도가 되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죠.
◇ 김호성: 조금 전에도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남북관계 개선은 굉장히 큰 역할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까지는 아직까지 요원한 과정이 남아있는 것 같고요. 국내에서는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갈등의 시대인데 여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조한혜정: 그래서 지금 상태를 놓고 고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답이, 노답일 것 같고요.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하고 신뢰사회로 만들 거냐. 이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사회적 돌봄이 파탄이 난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사회적 돌봄이 파탄 난 상황에서 지금 엄청난 적대와 혐오 속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혐오와 적대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거냐. 이런 것은 저는 토건국가적으로 계속 달리고 돈 중심으로 화폐 중심으로 갔던 사회를 어떻게 소통과 돌봄과 상생이라는 것이 이뤄지는 돌봄사회로 전환해낼 것인가. 이런 전환의 문제인 것 같고요. 그래서 돌봄 상생 소통의 부분에서 우리가 국민을 계속 단일한, 지금 우리가 국민 얘기하면 주로 그냥 장년 남성이 모델이 되는데 사실 굉장히 다양한 국민이 있고 저는 그걸 시민이라고 부르는데 그 다양한 시민이 정말 아이를 같이 키우는 데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지금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언급을 해주셨는데, 혐오와 적대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위협을 느끼지 않는 사회, 이런 것에 대한 언급도 하셨던 것 같은데요. 여기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조한혜정: 워낙 그런 것을 염원하기 때문에, 민주화운동 하셨고. 거기에 대한 것은 굉장히 워낙 그냥 체질적으로 있으신 것 같은 거거든요. 그런데 방법으로 갔을 때 여전히 당신이 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고 그렇게 될 때 전체적 돌봄체제의 파탄으로 넘어가서 아주 새롭게 다양한 국민과 소리를 들으면서, 아직 답은 없지만 서로 토론하면서 만들어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방식을 잘 모르시지 않으실까. 그런 염려는 좀 되더라고요.
◇ 김호성: 가령 진보-보수 이 같은 낡은 프레임, 이 같은 낡은 이분법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됐다. 이런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그 간담회장에서의 분위기라는 것은 그렇다면 이 같은 낡은 이분법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는데 거기에 대한 대안 같은 것이라든가 또는 그에 대한 대비라든가, 이런 것들을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을 들으셨거나, 또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끼셨다거나 이런 것이 있으시다면요?
◆ 조한혜정: 저는 그런 걸 약간 기대했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저는 결국은 어떤 적대와 혐오의 핵심이 세대, 우리가 적폐를 어떤 냉전체제 일제 청산하지 못한 어떤 역사적 반민주화의 적폐청산이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사실 세대 간에 적폐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윗세대는 생산주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뭐든지 하면 되고. 그런데 그 밑의 세대는 거의 생산이 굉장히 느려지거나 굉장히 잘하는 형태의 생산으로, 우리가 AI 시대, 3·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건데 이 전환을 1·2차 산업 세대가 여전히 가지고 있고 그 언어로 풀려고 하기 때문에 이게 지금 적폐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세대간 적폐를 어떻게 풀 거냐. 동시에 남녀의 문제도 마찬가진데 지금 제가 말씀드린 사회적 돌봄의 파탄 상황에서는 다양한 자리에 있는 여성들이 지금은 비혼 여성도 굉장히 많고 아이를 낳는 여성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여성들이 있는데 그 여성들이 곳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어요. 그 활동들을 어떻게 수렴해내서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를, 국가를 살리는 식으로 발전시켜낼 거냐. 이런 고민들은 못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청년들의 분노, 그리고 여성들의 분노를 왜 그럴까라고 고심하면서 어저께 했던 자리들을 마련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호성: 세대 간에 적폐 언급하셨는데 교수님 쓰신 <노력의 배신> 이런 책의 핵심적인 사안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 같은 세대 간에 적폐의 문제, 성별 간에 갈등의 문제, 이런 것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읽으시면서 잘 풀릴 수 있겠구나 확인하셨는지요?
◆ 조한혜정: 저는 그 자리에서는 좀 대통령께서 너무 착하시구나. 그래서 이 문제 풀기가 좀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왜냐면 이게 내가 경험하지 않은 어떤 집단의 분노를 경험한다는 것은, 공감한다는 것은 되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분노들은 충분히 경험해서 타인에 대한, 그리고 권리를 뺏긴 자들에 대한 공감들은 있으신데 아랫세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노력이 배신당하는 세대에 대한 공감이라든가, 굉장히 사랑받는 남편이시잖아요. 굉장히 어떤 면에서 지금 시대에서 드문 부부 중심 핵가족을 행복하게 이루고 계시는 분이신데 결혼도 못하는 내지는 결혼을 거부하는, 그리고 정말 사회적 안전망 없이 계속 살아가는 혼자 사는 청년과 여성들의 분노를 이해하실까.
◇ 김호성: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조한혜정: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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