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사법당국이나 환자 가족 등의 의뢰를 받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과실 여부를 감정합니다.
법에서 정한 감정 기한은 90일인데, 중재원 측이 일이 많다는 이유로 편법까지 동원해 기한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경국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72살 이 모 씨는 지난해 9월 8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숨졌습니다.
척추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만인데, 유가족은 의료사고라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박 모 씨 / 유가족 : (의사들과) 얘기하는 동안 문밖에는 형사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어요.]
경찰은 병원의 과실 여부를 밝히고자 지난 1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감정을 맡겼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중재원이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기한은 90일.
이미 넉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일단 중지시키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결과를 참 안 보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경찰의 감정 의뢰를 받아놓고도 중재원 측이 정식 접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 : 지연됐던 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저희가 업무를 회피한 건 아니고, 순서대로 가다 보니까….]
업무량이 폭증해 어쩔 수 없다는 건데, 처리 기한을 지키려고 접수 자체를 미루는 '편법'을 쓴 겁니다.
[박호균 / 의사 출신 변호사 : 공공기관으로서 일 처리를 원칙적으로 하는 모습은 아닌 것 같고, 이런 관행들이 있다면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기한을 넘긴 게 아니라 처벌은 불가능합니다.
법정 기한 준수와 공공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면밀한 실태 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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