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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페스트', 70여 년만의 '이유 있는' 역주행

2020.04.04 오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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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출간 70여 년 만에 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흑사병이 돌며 폐쇄된 소설 속 도시 상황이, 코로나로 힘든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페스트로 폐쇄된 도시 이야기,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출간 70여 년 만에 다시 읽히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니 계속 10위권 안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자책도 마찬가지, 지난달 많이 읽은 책 2위에 올랐고, 실시간 집계도 항상 만 명 넘는 사람이 읽고 있습니다.

[김태형 / 밀리의서재 콘텐츠팀장 : 원서 1권, 번역서 4권 총 5권의 '페스트'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3월부터 베스트셀러에 올라왔고, 지난주에는 1위까지 달성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인기도 아닙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페스트' 책 주문량이 최근 열 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기고문을 통해 소설 '페스트'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소설 속의 극단적 상황들이 요즘 우리 모습과 많이 겹쳐 보인다는 게 인기의 비결입니다.

극심한 경제 위축, 사재기, 종교와의 갈등, 가짜뉴스 등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지구촌 페스트 열풍 속에 국립극단도 2년 전 무대에 올렸던 연극 '페스트'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합니다.

[박형준 / 연극 ’페스트’ 기자 랑베르 역 : 당신은 이유 없이 생이별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임준식 / 연극 ’페스트’ 의사 리외 역 : 고통은 원래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들 모두처럼요.]

코로나 극복에 애쓰는 국민을 응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성열 / 국립극단 예술감독 :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서로 연대해서 자신이 각자 맡은 바 책임과 일 속에서, 슬기롭게 힘을 합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페스트를 극복하는 데는 해가 바뀌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극복의 힘은 시간이 아니라고 카뮈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임준식 / 연극 ’페스트’ 의사 리외 역 :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반성할 거고, 또 나도 반성할 겁니다. 하지만 가장 급한 일은 손 내미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겁니다.]

YTN 기정훈[pro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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