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당하고 협박에 시달렸다며 오늘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유서에는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는 호소가 담겼는데, 시작은 주차 문제였다고 합니다.
안윤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경비원 A 씨가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며 주차 공간을 마련합니다.
이때 나타난 입주민 B 씨,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하는가 싶더니 자신의 차를 밀려는 경비원을 힘껏 밀칩니다.
이어 어깨를 잡아채 또 한 번 밀친 뒤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이웃 주민 : 그 입주민은 주차 문제로 (다른 입주민과) 몇 번 좀 시비가 있었어요. 약간 폭력적인 성향 같은 것도 있고.]
이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이동시킨 경비원과 시비가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민은 경비원을 관리실로 끌고 가 관리소장에 당장 해고하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괴롭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3일엔 경비실을 찾아가 코뼈가 부러지도록 때렸다는 겁니다.
[숨진 경비원 친형 : 근무 때마다 때리지 않으면 욕하고 가고. 이 자식 아직 여기서 근무를 하고 있냐. 우리 조직원 열 명 풀어서 너 쥐도 새도 모르게 땅속에 묻어 죽여버리겠다….]
보다 못한 입주민들은 "경비원에 대한 비상식적 요구는 갑질"이라며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자신의 집에서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첫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만입니다.
유서엔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호소가 담겼습니다.
[동료 경비원 : 1년 조금 넘었는데, 이제까지 잘하다가 요 근래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순진하고 주민들한테 말썽부리고 그런 건 아니고. 사람이 그랬어요. 성실하고.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니까요.)]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사건 경위를 묻는 YTN 취재진에게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B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경비원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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