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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그들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한 일

제보, 그 후 2020.12.19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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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수렁에 처박힌 1년이었다. ‘난 잘못이 없는데….’ 묻고 또 물어도, 고통은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회사 일로 출장을 가는 중에 차 안에서 잠깐 졸았어요.
근데, 왼쪽 가슴에 뭔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어서….”

그녀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달리는 차 안에 단 둘뿐이었다. 도망칠 수 없는 곳. 치욕스러운 시간. ‘어떡하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휴대전화 녹음기를 켰다.

“과장님. 말씀드릴 거 있는데요. 아까 왜 저 만지셨어요?”
“아….”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먼저 사과할게. 미안해. 괜히 막 마음이, 관심이 갔나 봐.”
“저 출장 못 갈 것 같아요”
“진심으로 사과할게. 미안해.”
“내리겠습니다.”
“나도 지금 너무 떨려. 많이 떨려.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2019년 10월 30일 사건 당시 녹취>


그 진심은 하루 만에 “오해”로 변태했다. 선배란 자의 경위서엔 추잡한 더듬질이 선량한 호의로 둔갑해있었다.

“머리가 많이 흔들려 어깨에 손을 댔습니다.”
“들고 있던 자료도 흘러내릴 것 같아 한 번 건드렸습니다.”

‘참, 뻔하고 뻔뻔하구나.’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 ‘바로 고소해서 그나마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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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그들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한 일
[사진설명]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그 후 사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꼬박 ‘아홉 달’이 걸렸다. ‘경찰 수사 중’이란 핑계 뒤로, 회사는 한 발 빠졌다.

‘절박한 호소엔 귀 기울여주겠지. 설마….’
뿌리 깊은 ‘피해자다움’ 앞에서 숨이 ‘탁’ 막혔다.

“그런 느낌이 왔을 때는 보통 손을 치거든요. 뭐 하는 거냐고. ‘탁’ 치는데 (차에서) 내려서 주장을 한 것이…. 그때 ‘탁’ 칠 때는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괴리가 좀 있어요.” (징계위원)

“달리고 있는 차 안에 단둘이, 건장한 남자가 있고, 그 남자가 제 몸을 만지는데 거기에 대해서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여자는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2020년 7월 17일 징계위원회 당시>

경찰로, 검찰로, 법원으로…. ‘진실’을 위해 뛴 건 그녀인데, “진실”은 어느새 반대편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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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거실화냐] 그들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한 일

128명. 가해자 처벌 반대 탄원서에 적힌 동료들 이름을 확인하며 그녀는 끝내 무너졌다.

“이 수많은 사람이 내가 어느 장소에서 성추행을 당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당했는지, 이 내용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짐작이 안 갈 정도여서 회사를 가는 게 너무 두려워요.”

1심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실관계를 모르는 동료들을, 가해자가 호도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2차 피해도 입혔다”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에 다니면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건 후로) ‘회사에 내편이 없구나, 회사는 그냥 내가 조용히 있길 바라는구나’라고 느껴져서 너무 참담했어요.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공공기관이 맞는지….”

벌써 1년이 흘렀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그녀는 매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2020년 청렴도 평가 ‘최우수’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전말은 YTN 유튜브 ‘제보이거실화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작 김한솔PD (hans@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 (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aebo24@ytnplus.co.kr)
촬영 강재연PD (jaeyeon91@ytnplus.co.kr), 김한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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