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연예인협동조합 초대 회장이 신상 공개 결정까지 내려진 성범죄자인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회장은 여러 협회와 단체에 이름을 올리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공개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를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결국 피해자들의 몫이 됐습니다.
사건을 취재한 신준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근 연예인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 전면에도 나섰던 연예인협동조합 A 회장이 알고 보니 신상공개 성범죄자라는 거죠?
[기자]
우선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 화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음악 등 각종 분야에서 활동한 연예인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로 30년 가까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영화배우와 가수들이 상을 받았는데요.
YTN이 주목한 건 당시 시상자로 나온 인물, 연예인협동조합 회장 A 씨입니다.
취재 결과, A 회장은 신상 공개가 결정된 성범죄자였습니다.
지난 2019년 출소했다고 하는데요.
YTN이 확보한 A 회장의 판결문에는 눈뜨고 보기 힘든, 말 그대로 인면수심의 범죄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A 회장은 범행 당시 경호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업체 여성 직원 B 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했습니다.
B 씨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네 일은 서류작업만이 아니라 내 수발을 드는 일도 포함된다"며 위협했고, 라이터를 이용해 신체 일부를 태우겠다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A 회장은 또 다른 여성 직원 C 씨의 신체를 더듬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여러 차례 강제추행하기도 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B 씨와 C 씨를 포함한 직원 7명을 30여 차례 폭행하기도 했는데, 직원 2명의 뺨을 번갈아 가며 모두 100여 회 때리거나, 흉기로 폭행한 사실도 확인됩니다.
판결문을 보면 A 씨가 직원을 폭행한 이유는 사소했습니다.
신입 교육 중 울었다,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했다, 쉬라고 했는데 일을 했다는 겁니다.
A 씨의 범행을 더 구체적으로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건 범행 횟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범행 방식도 방송에 담기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오는 2025년까지 신상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앵커]
연예인협동조합은 어떤 단체길래 이런 사람에게 회장직을 맡긴 건가요?
[기자]
연예인협동조합은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위해서 지난 2019년 설립된 단체입니다.
일반협동조합으로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인인데,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연예인들이 직접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하는 공익적 성격의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A 씨가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건 지난해 11월입니다.
A 씨는 조합 대표이자 자신의 사촌 형수인 강 모 씨, 그리고 지인들이 "사회에 나와 당당하게 살라"며 회장직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A 씨 / 연예인협동조합 회장 : 당당히 좀 했으면 좋겠다, 뒤에서 숨어있지 말고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나서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하지만 당당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런데 취재진이 직접 만난 조합 관계자들은 A 씨가 신상공개 성범죄자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조합 측은 A 씨가 조합 운영비를 후원하겠다고 해서 회장직을 주게 됐다고 했는데, YTN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A 씨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며 A 씨의 회장직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런 협동조합의 경우 신고제인데, 이런 일을 방지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연예인협동조합 같은 일반협동조합의 경우 관할 자치구에 신고만 하면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협동조합의 이사로는 올릴 수 없다는 게 자치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협동조합이 A 회장을 이사가 아니라 조합원으로만 등록한 상황이라 자치구 차원에서 제재할 방안은 현재로썬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회장은 연예인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 이름을 올리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죠?
[기자]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정 활동 평가 대상 시상식 화면을 보겠습니다.
당시 A 회장은 한국유권자총연맹 부총재 자격으로 축사와 시상을 맡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같은 행사에 참석해서 현역 국회의원 10명에게 상을 주기도 했는데, 해당 연맹 관계자는 A 회장이 후원금을 줘서 부총재와 대회장이란 직함을 주었을 뿐 성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A 회장은 이 외에도 스페이스 국제 경호 이사장, 세계 보디가드 협회 총재, 청소년선도위원회 강원본부 본부장 등 10여 개 협회의 주요 보직에 이름을 올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인물들의 행보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A 회장은 그런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A 회장은 누명을 쓰고 징역을 살고 나왔던 거라며 공개적인 활동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A 씨 / 연예인협동조합 회장 :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럼요. 저는 당당하게 말씀드릴 거고. 재심 청구하려는 이유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억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A 회장은 재판 내내 자신의 성폭행과 폭행 등 혐의를 전부 부인하면서 항소에 상고를 거듭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년에 신상공개 10년이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앵커]
가해자의 왕성한 공개 활동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떨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네요.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성폭력 피해자 단체나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에게 여러 차례 자문해본 결과,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법적으로는 A 회장의 공개 활동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수사나 재판 당시 합의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공개적인 대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피해자 쪽에서 제시하고, 가해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인데요,
다만, A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전부 부인한 만큼 이에 따라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성범죄 가해자가 언론 등을 통해 빈번하게 노출될 경우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신상공개 범죄자인 것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고도 공개 활동을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없어서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배인순 / 변호사 : 신상공개 성범죄자라고 해도 공개 활동 여부는 개인적 선택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당연히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를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현행법상 힘듭니다.]
A 회장은 자신의 활동은 떳떳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A 회장의 공개적 활동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YTN 신준명 (shinjm75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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