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채꽃밭 사이에 개 한 마리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입이 검은 테이프로 감겨 짖을 수도 없고 앞발은 끈으로 묶여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제주 한림읍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생활하던 '주홍'이라는 개인데, 지난 13일 유기견 보호센터 앞에서 학대를 당한 채 발견된 겁니다.
흙밭 사이로 보이는 이것, 강아지의 코입니다.
입과 코만 내놓고 모두 파묻힌 강아지를 제주시 도근천 인근 공터에서 어제 한 주민이 발견한 건데요.
구조 당시 매우 말라있었고, 벌벌 떨며 먹지도 못했던 강아지는 확인해보니 주인이 있는 푸들이었습니다.
두 강아지 모두 보호시설로 넘겨졌고, 경찰은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동물학대는 온라인상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법은 갈수록 잔인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리는 '고어전문방'에선 채팅 참여자들이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그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최민경 /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작년에 저희가 고발했던 고어전문방 같은 경우에는 살아 있는 고양이를 화살로 쏴서 허리를 관통을 시키고. 그 사진이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를 합니다. 그러면 더 사실은 참혹한 것은 이런 것을 본 채팅방 참여자들이 이런 행위를 단순 놀이거리처럼 묘사를 하거나 이런 고통스러운 동물을 보면서 굉장히 재미삼아서 대화를 주고 받는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고 여기서 보다 더 잔혹한 행위들은 좀 더 추적이 어려운 방으로 옮겨가도록 유도를 하기도 합니다.]
검열을 의식한 채팅방 참여자들 텔레그램으로 방을 만듭니다.
"이런 걸 검열하겠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채팅방 참여자는 80여 명 정도였는데 미성년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학대해 죽이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학대 영상을 게시만 해도 최대 300만 원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실제로 검찰이 고어전문방 운영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선고받은 처벌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최민경 /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실제로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 자체가 굉장히 드물고 또 재판부에서 이런 동물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나 아니면 피해 동물이 소유자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처벌 수위가 굉장히 다르게 내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5일, 동물 학대 행위를 22가지로 구체화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동물 학대로 처벌받은 사람의 소유권 제한도 필요하단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는 동물 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좀 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엄지민 (thum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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