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라북도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3선에 나섰던 송하진 전북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되면서입니다. 유력한 후보의 중도 낙마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열기는 세간의 예상보다 더 뜨거워졌습니다.
전·현직 재선 국회의원 세 명이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인 끝에 김윤덕(현 전주시 갑) 예비후보가 탈락했고, 이제 김관영(전 군산시)-안호영(현 완주·진안·무주·장수) 두 예비후보가 최종 결선 투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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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지역 정가의 눈길을 끄는 사안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전라북도 산하기관인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 수색한 겁니다. 경선에서 컷오프된 송 지사의 정계 은퇴 선언 4일 만이자, 경선 결과가 발표돼 경쟁 구도가 2파전으로 압축되기 하루 전 일입니다. 지역에서는 이번 경선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같은 날 경찰은 센터 직원 2명을 전북경찰청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당시 총경급 경찰 간부 출신 변호사가 이들 직원과 동행했습니다. 보도가 쏟아지자 경찰은 "횡령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선거 관련성 여부를 둘러싼 의문 섞인 시선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의 칼끝을 김관영·안호영 두 후보 측도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입니다. 김관영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경찰의 압수수색에 '동력'을 제공했는지 모르지만, '민주당 공천=당선' 공식이 여전한 전북에서 경선이 가장 뜨거운 때 경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안호영 후보 측도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도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사단법인에서 선거운동 조직을 운영하고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벌인 것이 사실이라면 도민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신속히 조사해 진상을 명확히 도민들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수사기관에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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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양 진영에서, 이제는 선거와 직접 관련성이 떨어졌다고도 할 수 있는, 전라북도 산하 기관의 수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역 정가에서는 '공천 배제 직후 송 지사 지지세력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고성재 전 전북지사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일부 송 지사 지지자들은 지난 17일 "배후에는 거물급 정치인과 구태의연한 계보 정치가 도사리고 있다"며 이른바 '컷오프 사태'의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이틀 뒤, 송 지사 선거를 도왔던 주요 인사들은 김관영 후보와 함께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구 세력이 '권력의 손 바뀜' 과정에 변수로 떠오른 겁니다.
자연히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자원봉사센터 압수수색에서 상자 2개 분량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YTN 취재를 종합하면, 이 상자 속에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입당원서가 무더기로 들어 있었습니다. 입당원서는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직원들의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의 압수수색 상자 1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적지 않은 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앞서 경찰이 밝힌 '횡령 혐의'와 관련된 돈은 자원봉사센터가 전북 전주·고창·부안 등지에서 활동하는 지역 봉사단체 세 곳에 나눠 준 지원금으로, 4년간 천8백만 원 정도 규모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이들 단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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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한창인 때 시작된 경찰 수사. 권리당원 입당원서와 자원봉사센터. 둘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센터 직원들이 입당원서로 어떤 일을 했는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는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을 두고 일각에서 '동력'의 존재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만큼 경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이런 의구심을 잠재워야 할 것입니다. 전북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자원봉사 센터 압수수색은 어떤 선거에, 어떤 후보자와 관련있는지 전제하고 한 게 아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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