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27일, [제보이거실화냐]에서 다뤘던 '폭행 뒤 모텔에 방치돼 사망한 20대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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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보이거실화냐' 60화 ]
제작진은 1년 3개월 만에 만난 피해자 故 이준석(가명, 당시 23세) 씨의 누나 이진아(가명) 씨를 통해 그간 있었던 일을 듣고, 그날의 진실이 담긴 CCTV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유가족 허락 하에 CCTV와 자료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저희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데, 나머지 네 명은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알게 돼서 지속적으로 회자되길 바라고, '그날 너희들이 한 짓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어요.”
2020년 10월 14일 밤, 준석 씨는 아르바이트 동료 등 5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일행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했고, 준석 씨는 가해자 T 씨에 의해 밀쳐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준석 씨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의식을 잃어갔지만, 일행 등 5명은 준석 씨를 병원이 아닌 모텔에 방치한 채 떠났다. 결국 준석 씨는 다음 날 아침 차디찬 객실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새벽 2시경, 사인은 두개골 골절 및 경막외출혈, 뇌좌상 등의 머리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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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 2020.10.15. 20시경 장례식장]
그날 저녁, 준석 씨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T 씨 일행 5명. 조문객이라기엔 다소 화려한 차림새로 나타난 이들은 유족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말을 늘어놨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장례식장에 왔을 때 ‘폭행은 아예 없었고, 혼자서 너무 술에 취해서 넘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집에 가자고 했는데 자기는 술을 더 마실 거라 안 간다고 했다’. '술에 만취해 눕고 싶어하길래 모텔에 데려놨다'는 등의 말을 했고, 저희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물건처럼 옮긴 적 없고, 물건처럼 대한 적 없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술에 만취한 준석 씨가 혼자 넘어졌고, 몸을 가누지 못 해 모텔에 데려다놓은 것이라는 T 씨 일행의 설명.
이를 믿은 준석 씨의 아버지는 오히려 이들이 놀랐을까 걱정되어 다독이기까지 하며, 모진 말 한마디 못 한 채 이들을 돌려보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저희는 이틀 동안 장례식장에서 (준석 씨가) 술에 취해서 자기 혼자 넘어진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일행의 말만 믿었으니까. 그래서 몇몇 지나가시는 분들이 동생한테 불효자라고 했어요. 저희는 그렇게 동생이 폭행당했던 것도 모르고. 지금까지도 장례식장에 왔던 가해자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고. 그 애들이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냥 돌려보낸 것이 정말 많이 후회되고 그래요, 그날 이후로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CCTV를 통해 드러난 일행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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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 2020.10.14. 23:38 가해자 T 씨가 준석 씨를 밀어 넘어뜨리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장면]
10월 14일 23시 38분경. 준석 씨 스스로 넘어졌다던 주장과 달리 가해자 T 씨가 준석 씨를 한 차례 발로 차더니 곧바로 밀쳐 바닥에 쓰러뜨리는 모습이 CCTV에 담겨있었다.
이어 T씨가 쓰러진 준석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려하자, 옆에 있던 T 씨 여자친구 L 씨가 말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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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 (좌측부터) 준석 씨의 팔을 주무르는 장면, 준석 씨에게 달려가는 일행]
이후 나머지 일행이 쓰러진 준석 씨에게 달려오는 모습, 준석 씨 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한 건지 어깨를 두드리며 의식을 확인하는 모습, 두 팔로 다급하게 준석 씨의 팔을 주무르는 모습, 의식을 잃어가는 준석 씨를 억지로 일으키는 모습 등이 CCTV에 담겨있었다.
이후 30여 분 동안 준석 씨를 땅에 방치하던 일행은 준석 씨를 인근 모텔로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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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 일행 M 씨가 준석 군 여자친구에게 온 전화를 모텔 직원에게 건네는 장면]
일행 중 M 씨는 미리 모텔에 들어가 방을 알아봤다. 이때 M 씨가 갖고 있던 준석 씨의 핸드폰이 울렸다. 준석 씨의 여자친구 전화였다. M 씨는 핸드폰을 자신이 받지 않고, 모텔 직원에게 넘겼다. 핸드폰이 잠겨있어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는 변명과는 배치되는 상황. 결국 준석 씨는 구조될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를 차단당하고 말았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동생 여자친구한테 듣기로는 옆에서 M 씨가 작은 목소리로 ‘나중에 전화한다고 해요, 나중에 전화한다고 해요!’ 이 목소리가 들렸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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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 (좌) 준석 씨를 옮기는 일행들과 (우) 객실에서 빠져나오는 일행]
일행 M 씨와 L 씨가 먼저 객실을 둘러보며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는 장면 또한 CCTV에 포착이 됐다. T 씨와 나머지 일행들은 각각 준석 씨의 팔과 다리를 잡아 올린 뒤 모텔로 향했다. 이들은 준석 씨가 무거웠는지 최소 5차례 바닥에 내려놓으며 객실로 이동했다.
2020년 10월 15일 새벽 0시 15분경, 이들은 객실에 준석 씨를 바닥에 눕힌 뒤 흡연을 했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시간을 보냈다. 입실 9분 뒤인 0시 24분경, 준석 씨를 홀로 내버려둔 채 모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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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 가해자 T 씨의 고등법원 판결문]
이들의 수상한 행동은 주 가해자 T 씨의 판결문에도 고스란히 적시돼 있었다. 특히 재판부는 T 씨와 일행이 준석 씨를 모텔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마치 시체를 옮기듯이 모텔로 옮겼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준석 씨가 사망한 당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T 씨는 줄곧 ‘몸싸움도 없었고, 밀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때도 범행을 부인하던 T 씨는, 한 달이 지나서야 준석 씨를 밀친 사실을 시인했다.
# 2020.10.16. 피의자 신문조서(1회) 中
T 씨 : “넘어졌다고 하는 찰나 그 순간은 제가 기억을 못 하고 정신도 많이 없었습니다.”
경찰관 : “경찰관이 듣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잘 진술하였는데 딱 준석(가명) 씨가 넘어진 부분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갑니다.”
# 2020.11.13. 피의자 신문조서(2회) 中
경찰관 : “(중략) 피해자를 두 손으로 밀치자 준석(가명) 씨가 뒤로 넘어지게 되었습니다. 인정하는가요?”
T 씨 : “예.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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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L, G 씨의 포렌식 결과 및 T 씨의 검찰 진술 조서]
일행 일부는 경찰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포렌식 결과 일행 L 씨는 경찰에서 처음 참고인 조사를 마친 지 2일 후인 2020년 10월 17일, 인터넷에 ‘진술 번복’을 검색했고, 5건의 관련 웹 페이지를 방문했으며, 같은 날 일행 G 씨 또한 ‘거짓 진술’을 검색해 2건의 관련 웹 페이지를 방문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들이 허위로 진술한 걸 인지하고 있고, 자기들이 폭행한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검찰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T 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T 씨는 2021년 5월 4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부산지법 형사 6부 류승우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폭력으로 넘어진 피해자가 넘어지기 전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음에도 모텔 방에 두고 간다는 것은 건전한 시민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피고의 만연한 책임 회피 때문에 피해자는 매우 큰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숨졌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 유가족이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우발적인 폭행이었고, 당시 피해자가 눈에 잘 띄는 출혈이 없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의심이 들지 않는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T 씨 측과 검찰 측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지난해 11월 10일, 2심 재판부(부산고법 제2형사부 오현규 부장판사, 정동진, 김정환)는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T 씨 측은 즉시 상고했지만, 곧바로 취하해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올해 4월 28일, 검찰 측은 일행 4명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만취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준석 씨가 쓰러진 직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상당한 신체 손상을 입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텔 방으로 옮겨 구조 가능성을 차단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를 제기했고, 6월 16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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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 가해자 T 씨의 반성문 제출 내역]
T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부에 61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겐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 1심이 끝나고 나서야 편지를 한두 차례 보냈지만, 피해자 가족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편지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지금 곧 재판이 열릴 나머지 애들도 마찬가지고, T 씨도 사건이 일어나고 연락이 한 통도 없었어요. (사건 발생) 1년이 지나서 구치소에서 쓴 편지 한 통? 편지 계속 한두 통 정도 오고. (편지를 쓴 이유가) 본인 형량 줄이려고, 합의를 해줘야 형량이 줄어드니까. 그런 이유에서 줬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황성현 | 법률사무소 확신 대표변호사]
"쓰러진 피해자가 의식이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또한 (일행들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고 나온 이후 '거짓 진술'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다면, 본인이 허위 진술로 인한 불이익이나 처벌 등에 대해 검색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행동은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입니다."
"피해자를 모텔에 옮겨두지 않고 거리에 두기만 했더라도 지나가는 시민이 119에 신고해서 구조될 기회를 차단했다는 것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묻는 거고. 엄벌에 대한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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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준석 씨 가족사진]
준석 군이 가족의 품을 떠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준석 군을 사랑했던 가족들과 지인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지내고 있고, 매일 복도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면 (엄마가) 울고 있고, 매일 우울증 약 먹고, 매일 저한테 와서 ‘엄마 없이 살 수 있지?’ 이런 말 되게 많이 하세요. 준석이의 여자친구 역시 저희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 일이 다시 회자되면 힘들 걸 알지만 여자친구도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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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준석 씨가 안치된 추모공원]
폭행을 당해 쓰러지고, 구조의 기회조차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던, 그토록 해양 경찰이 되고 싶었던 꿈 많은 20대 청년의 시간은 멈췄다.
하지만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기 바빴던 가해자들은 형기를 다 마쳐도 20대,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이진아(가명) | 피해자 누나]
“가해자 T 씨와 일행들은 벌을 받고 나도 20대인 상황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가 있는 상황이고, 또 자기들이 (자신의 죄를) 모른 채 살아가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지만. 저희 동생은 일단 세상에 없으니까...”
YTN 안용준 (dragonjun@ytn.co.kr)
YTN 강재연 (jaeyeon91@ytn.co.kr)
촬영 : 김한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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