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짧은 단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세상이 보이기도 합니다.
단어로 세상을 보는 길을 안내하는 책들을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 사라지는 말들-말의 사회사 / 유종호 / 현대문학
"그네를 타면 호습다."
어떤 사전에선 아예 사라져버린 '호습다'는 무엇을 탈 때 즐겁고 짜릿한 느낌이 든다는 의미입니다.
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하였다.
해협은 엎지러지지 않었다.
지구 우로 기여가는 것이 이다지도 호스운 것이냐! - 정지용 '다시 해협'
저자는 사라져 가는 말의 조각으로 흐릿한 유년기 풍경의 퍼즐을 맞춰갑니다.
목에 꼿꼿이 힘을 준 모양을 일컫는 '곤댓짓'이 오늘날 '꼰대'의 어원이 아닐까 추측하는 대목에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어릴 적 놀던 고목이 뽑혀나간 자리에서 한참을 서성였다는 저자의 옛것을 향한 아쉬움이 책 곳곳에 담겼습니다.
■ 당신이 지금껏 오해한, 세상을 지배한 단어들 / 해롤드 제임스 / 앤의서재
'세계화'로 번역되는 '글로벌리즘'은 원래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을까요?
한때 기후와 기아 등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여겨진 '글로벌리즘'은 처음에는 대공황 이후 불평등의 확대를 비난하는 의미로 등장했습니다.
저자는 '이즘'으로 대표되는 관념어의 오남용이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합니다.
논점을 흐리는 데 악용되는 단어의 참뜻을 읽어내야 비로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 김동섭 / 책과 함께
'100단어로 읽는 중세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단어를 표지판 삼아 서양 중세로 여행을 떠납니다.
길에서 볼일을 볼 때 가리는 망토 '투알(toile)'에서 유래한 토일렛(toilet).
같은 강물(river)을 나눠 쓰던 사람을 가리키는 라이벌(rival).
외국어 표기를 따라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중세의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YTN 김지선입니다.
YTN 김지선 (sun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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